전국

야자수 숲의 미스터리...부 경장의 두 얼굴 [여기잇슈]

2026.09.01 오후 04:18
제주에서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장 모 씨
실종 사건을 덮은 건 제주 서부경찰서 부 경장
야자수 나무의 미스터리…강도 실험 해봤다
숙소에서 이곳 야자수 농장까지 걸어서 7분.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꼬박 104일이 걸렸다.

하얀 벚꽃 나무 아래에서 걷고 있는 여성.

'오랜만에 외식'

'크 신난다'

2년 전 봄에 올린 게시물은 장 씨의 마지막 흔적이 됐다.

'오늘도 잘살았다'

실종 당시 실명으로 거론됐던 장 씨 이름은 사망 이후 익명으로 지워졌다.

얼굴 사진도 마찬가지.

유족 요청이었다.

누리꾼들은 댓글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장 씨 모습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건 5월 12일 밤 10시.

사흘 뒤인 5월 15일 저녁 6시, 장 씨와 함께 살던 남자 친구가 경찰에 신고했다.

장 씨 남자 친구 (지난달 20일 인터뷰)
"오후 6시에 신고하고 제가 한림항 돌고 있었어요. 근데 그때 이제 경찰서랑 통화를 했나, 하여튼 통화 중이었어가지고. 캐치콜 그 문자가 와있어가지고 이제 다시 제가 번호로 전화를 했죠. 그러니까 실종팀이라고 그러면서 장** 씨랑 연락이 됐고. '잘 있는데 신고자한테는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한다'고 통화가 됐다 이렇게 연락을 받았죠.
그러고 나서 이제 '수색을 했냐' 그러니까 '파출소 직원분들이 수색을 했는데 발견을 못 했다'고 해가지고. 제가 좀 '그러면 잘못되면 어떻게 하냐' 그러니까 자기네도 이제 더 어쨌든 연락이 됐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종결을 한다고 그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이후에도 장 씨 연락은 없었다.

이틀 뒤 장 씨 신분증을 들고 파출소로 찾아갔다.

종결 기록이 있어서 신고 접수가 안 된다고 했다.

장 씨 사촌 동생에게 연락했고, 서울에서 신고가 접수됐다.

생사를 모른 채 매일 같이 여자 친구를 찾아 헤매던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장 씨 남자 친구 (지난달 20일 시신 발견 전 인터뷰)
"지옥이에요. 진짜로. 어제는 하루 종일 울다가 울다가 울다가 오늘도 지금 새벽 4시쯤 잠들었다가 8시쯤 깨가지고. 찾아야죠. 저도. 어떻게 상황이 진행되는지 안 알려주니까. 제가 와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밖에 없잖아요."

한동오 기자
"지금 뒤편에 보이는 게 장 모 씨 시신이 발견됐던 그 야자수 숲입니다. 지금은 시신이 발견된 지 4일 넘게 흘렀기 때문에 인적은 없고 폴리스라인만 쳐져 있습니다."

"밝을 때 보니까 저 야자수와 야자수 사이에는 이렇게 일자로 길이 나 있어요. 보이시나요? 여기도 나 있고 여기도 이렇게 나 있습니다."

"관리가 좀 많이 안 된 것 같아요. 이렇게 담쟁이넝쿨이 나무를 타고 가는 것도 있고요. 그 옆의 나무를 보면은 가지들이 되게 끊어져 있고 부서져 있고."

"야자수밭 안에는 먹다 남은 계란 껍데기도 널브러져 있고요."

"'기순대(기동순찰대) 4팀'. 경찰이 버리고 간 쓰레기도 앞에 있습니다."

"가지 안에는 이렇게 생겼는데요. 썩은 것들은 안에 비어 있고, 아닌 것들은 속이 꽉 차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고 그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했더니 경찰이 막았습니다. 뒤에 있는 차에 있는데. 이 안으로는 들어가면 안 된대요. 접근이 차단된 상태고."

"(시신 발견 장소 근처) 저 야자나무에 끈이 둘려 있는 모습입니다."

한적한 농촌 마을을 휩쓴 사건.

한순간 마을 분위기가 바뀌었다.

마을 주민 A 씨
"아이고. 마을 분위기야 어떡해요. 정말 우리는 밤낮 없이 이 길로 다니는데 무서워서 막 돌고돌고 다니고 있잖아요, 지금. 그 사건 이후론 이리로 잘 못 다녀요, 무서워 가지고. 저리로 돌아다니지."

마을 주민 B 씨
"그 전에는 (저녁) 7시 넘도록 이리로 운동 다니는 사람 다니거든요.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문을 들은 후엔 안 다니지. 사람 일절 안 다녀."

시신은 석 달 넘게 야자수 숲에 있었다.

여름이었다.

냄새는 안 났을까?

마을 주민 A 씨
"요즘에 봐보세요. 농번기철이라 비료 살포하지, 거름 살포하지. 그런 냄새가 '이거 거름 냄새겠지. 비료 냄새겠지' 그런 냄새인 줄 요만큼도 생각 못 했죠."

사망 경위를 둘러싼 가장 큰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는 야자수 나무.

경찰 추정대로, 그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가능했을까.

논란이 확산하자 경찰은 재현 실험까지 하면서, 야자수 나무줄기가 비슷한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지 줄기의 강도까지 확인했다.

마을 주민 C 씨
"저 생각은 안 될 거 같아요. 아무리 내가 가고 싶은 생각이 있어도 거기가 다른 일반 나무밭 같지가 않고, 가시 자체가 독성이 좀 있어요, 저게 카나리아가. 한 번 찔리면 엄청 아프거든요. 맨정신으로 저 안에 잘.."

마을 주민 D 씨
"저도 워낙 납득이 잘 안되는 거 같은데. 저기는 가로등도 없고 밤에 사람들 안 다니거든요."

"저희가 이 야자나무 소유주분께 동의를 받고 이 야자나무가 어느 정도까지 힘을 버틸 수 있는지 제가 한 번 매달려 보겠습니다."

"한 손으로 이렇게 하면 거의 제 몸무게가 70kg인데 한 절반 정도는 버티는 것 같고요. 여기서 발이 떨어지면 조금 더 제 몸무게에 가까워질 텐데, 그거까지 견디는지는 두 팔로 해보겠습니다."

"야자수에 제 몸무게의 3분의 2 정도를 실었는데요. 발이 땅에 닿아있어서 제 몸무게 전체를 싣지는 못하는데. 위로 갈수록 생각보다 장력이 단단합니다. 성인 남자 무게의 한 개 가지에 최소 절반 정도는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밑에 부분은 펄럭펄럭하고 장력이 약합니다. 살짝만 손을 대도 뜯어질 정도로 허술한데.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이렇게 좀 단단해지고요. 점점 더 장력이 강해집니다. 이쯤 올라가면은 제가 세게 흔들어도 가지 자체는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꽤 세고요. 위로 가면 갈수록 더 장력이 세고. 사실 밑에 가시만 없으면 제가 두 개 정도 가지를 잡으면 매달릴 수 있을 정도의 장력이에요. 다른 나무도 봐볼까요."

"생각보다 굉장히 단단합니다. 하지만 장력이 강한 거랑, 여기서 매달리는 건 다른 문제거든요. 이게 사람 몸무게를 지탱한다고 해도 밑에 가시들이 굉장히 날카로워요. 몸이 살짝 닿으면 엄청 따끔할 정도로 여기 있는 가시들이 되게 날카롭거든요."

야자수 줄기가 사람 몸무게를 지탱한다고 해도,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타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어느 정도 몸무게를 지탱할 수 없다면 애초에 경찰이 추정하는 방식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취재진도 진위를 따지기 위해 재현 실험을 거쳤다.

정확한 사망 경위는 향후 수사로 규명될 몫이다.

"제주 서부경찰서 왔는데요. 실종팀에 취재 요청을 했는데, 답변은 따로 (안 했습니다)"

"제주서부경찰서에도 카나리아 야자수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미스터리는 휴대전화 신호를 잡는 기지국.

장 씨가 숙소를 나선 뒤 2시간 반에서 3시간 이후부터 휴대전화 신호가 끊길 때까지, 장 씨 휴대전화 신호를 잡은 기지국은 한림항에 있었다.

경찰은 한림항 주변을 집중 수색했다.

시신은 1km 넘게 떨어진 야자수 농장에서 발견됐다.

한림항 기지국과 다른 기지국의 경계 지점 부근이었다.

도시와 달리 기지국이 많지 않은 제주의 어촌, 농촌 특성상 정확한 신호 지점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기지국 정보보다 더 정확한 GPS 위치 추적은 장 씨 사건을 맡은 부 경장의 허위 종결로, 할 시간을 놓쳤다.

"한림항입니다. 바로 앞에 기지국이 있어요."

세상을 등지려던 장 씨의 손을 우리 사회는 끝내 잡아주지 못했다.

이제 개인과 구조의 문제를 들여다볼 시간이다.

장 씨 사건을 허위 종결하고, 다른 60대 남성 실종 사건을 같은 수법으로 덮은 사람.

제주 서부경찰서 부 모 경장이다.

경찰은 실종 사건들을 허위 종결한 혐의로 부 경장을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경찰관으로서 법을 잘 아는 부 경장은 긴급체포가 부당하다며, 체포의 적법성을 다시 따져달라는 체포적부심을 법원에 청구했다.

법원은 부 경장의 소재가 계속 파악되고 있던 만큼, 긴급체포가 위법하다며 부 경장을 석방했다.

이튿날 부 경장은 다시 구속됐다.

긴급체포는 위법했지만 구속영장 청구는 적법하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신병 확보조차 쉽지 않았던 부 경장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장 씨가 실종되고 한 달 뒤인 지난 6월, 부 경장은 실종 치매 노인을 발견했다는 이유로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자살기도자를 신속히 발견했다며 유공 표창을 받았고, 재작년에는 특수절도 피의자를 검거했다고 상을 받았다.

그렇게 받은 표창이 최근 6년 동안 10개.

'표창 경찰' 모습 이면에는 '비위 의혹 경찰'의 두 얼굴이 있었다.

지난 7월, 제주 서부경찰서 여자 화장실 안에서 한 남성이 밖으로 나왔다.

내부 감식 결과, 화장실 용변 칸 위쪽 벽면에서 지문이 나왔다.

지문의 주인은 부 경장이었다.

경찰관에서 피의자가 된 부 경장은 대기발령된 뒤 직위해제됐다.

부 경장은 성적 목적으로 들어간 게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부 경장은 지난 2023년 가정폭력으로 감찰 조사를 받고 내부 경고를 받기도 했다.

부 경장을 대학교 때 가르쳤던 교수는 '있는 듯 없는 듯 평범한' 제자였다고 기억했다.

당시 해당 과는 한 학년이 40명 정도였는데도 조용하게 학교를 다녀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부 경장은 2012년쯤 해병대에 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은 당시 해병대 동기에게 전화를 걸어 부 경장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물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부 경장이 졸업한 것으로 알려진 제주의 한 명문 고등학교 주변도 수소문했지만 아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제주 실종 사건이 불거지자 부 씨의 페이스북 계정은 사라졌고, 부 씨와 관련된 SNS 게시물도 하나씩 비공개되거나 삭제됐다.

부 씨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거나, 교류했던 시청자 분들의 제보를 기다린다.
hdo86@ytn.co.kr

책임: 김재형
제작: 한동오
취재: 고재형 이정미 오선열 김근우 전대웅 윤지원 이강휘 나경환 김철희 이준엽 손효정
편집: 윤용준 강은지 양영운 변지영 김현준
그래픽: 지경윤
앵커: 정진형 박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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