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12월 10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윤복실 서강대 미디어융합연구소 연구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화제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문화연구자가 분석해보니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이번 시간은 화제의 티비 드라마 얘기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서강대학교 미디어 융합연구소 연구교수이신 윤복실 교수와 얘기 나눠볼게요. 전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윤복실 교수(이하 윤복실)> 안녕하세요.
◇ 김양원> 윤 교수님, 문화연구자시기도 하잖아요. 요즘 이 드라마 얘기를 많이 하시던데, 이에요?
◆ 윤복실> 네, 방영 시작한지 이제 4주째에 접어들었는데요. 연일 화제를 일으키고 드라마죠, . 은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초고속으로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OTT 차트 1위를 석권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송중기 배우의 팬이라서 더 열심히 본방사수하고 있습니다.
◇ 김양원> 네, 첫 방송 이후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고 있는데요, 일단 주 3회라는 편성부터 파격이라고 하더군요.
◆ 윤복실> 그렇습니다. 은 지금까지 방송사에서 볼 수 없었던 주 3회를 편성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제작진은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자 주 3회를 편성했다고 합니다. 통상, 드라마 편성은 지금까지 주 2회로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였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 편성인 것인데요,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면 그 전략이 통한 것 같습니다. 한 가지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 3회 편성함으로써 그만큼 빨리 드라마가 종영할 것이란 사실입니다.
◇ 김양원> 넷플릭스 등 OTT에서 몰아보기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겐 주3회 편성전략이 마냥 생소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짧고 굵게 편성해서 화제성도 몰고 오고, 시청률에도 일조했다는 분석이시네요?
◆ 윤복실> 네, 아시다시피 최근 텔레비전 시청의 패턴이 많이 바뀌었죠. 기존에 가족들이 한데 텔레비전 앞에 모여서 드라마를 시청하던 패턴이 아닌, 이제는 혼자 스마트폰으로 혹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 드라마를 보는 시청패턴이 개인화되었는데요. 이렇다보니 티비 시청율 자체는 과거처럼 50-60%가 넘나드는 그런 시청율은 나오지 않는 구조가 됐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화제성과 시청률이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화제성 지수가 시청률을 보완할 수 있는 성과지표로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물론 그 강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상호보완관계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화제성지수와 시청률의 상관관계 연구: TV 드라마 사례를 중심으로/박명진・박천일・이미나・원순우/2018). 댓글이나 뉴스 등 블로그, 카페, 그리고 소셜미디어 등이 프로그램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 김양원> 최근 OTT나 티비에서 성공하는 드라마를 보면, 공통점들이 있어요. 바로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는 건데요. 도 웹소설이 원작이라고요?
◆ 윤복실> 네, 그렇습니다. 지난 2003년 드라마 를 시작으로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의 성공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05년 , 2007년 이 크게 성공을 했습니다. 그리고 , 최근 성공한 , 에 이르기까지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대중성 획득에 크게 성공했습니다.
웹소설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 음반, 오디오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와 장르에서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은 드라마로 방영되기 전에 웹툰으로 먼저 재생산되었는데, 그 점도 대중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죠. 그에 따라서 의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은 드라마와 웹소설 그리고 웹툰의 차이를 찾아내는 재미에 빠져있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는 드라마 의 서사의 종결을 세 가지 측면에서 예측한 한 네티즌의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원작 웹소설을 찾아보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단 소식입니다.
◇ 김양원> 앞서 웹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성공했던 드라마들을 거론하셨는데, 이런 드라마의 공통점 중 하나가 장르가 로맨스라는 겁니다. 그런데, 같은 경우는 로맨스라기보다는 ‘이미 한번 살아본 과거로의 회귀’를 모티브로 삼은 판타지 아닌가요?
◆ 윤복실> 그동안 드라마로 재생산에 성공한 웹소설은 전부 로맨스 장르에 국한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보라, 장민지 연구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드라마화된 웹소설은 거의 로맨스 장르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상파보다는 비지상파에서 웹소설의 드라마화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웹소설 IP의 확장 및 콘텐츠 프랜차이즈 전략: 국내 웹소설IP의 확장 경향 및 사례 분석을 중심으로. 2020). 그러한 점에서 은 로맨스 장르가 아닌 판타지 장르라는 것이 주목할 만한데요, 이는 드라마화되는 웹소설의 장르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드라마 에는 원작 웹소설엔 없었던 로맨스가 가미되었고요. 드라마는 웹소설보다 보다 대중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로맨스를 가미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드라마에 가미된 로맨스가 서사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있기도 합니다.
◇ 김양원> 웹소설이 이렇게 드라마 원작이 되는 요즘 경향, 이전과는 매우 달라는 패턴이에요?
◆ 윤복실>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문학작품이 드라마 각색의 원천으로 이용됐다면, 최근 드라마 각색의 원천은 확실히 웹소설이나 웹툰으로 이동했죠. 애초 문학작품을 통한 드라마의 각색은 드라마의 예술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텔레비전 드라마 자체가 태생부터 시청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과거에 상업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것인데요,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드라마는 문학작품을 각색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KBS의 이 문학작품을 각색한 드라마를 방영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웹툰과 웹소설이 드라마 각색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오늘 방송을 위해서 유튜브에서 웹소설가들의 방송을 봤는데, 웹소설가들의 큰바람 중의 하나가 넷플릭스에서 자신들의 웹소설이 드라마로 방영되는 것이랍니다. 웹소설가들의 바람이 그렇다면, 애초 소설을 기획할 때부터 영상화를 염두한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 김양원> 물론 웹소설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웹소설은 문학작품보다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많이들 보시지 않습니까. 그렇다보니 재미적인 요소가 독자나 시청자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 윤복실> 말씀하신 것처럼 웹을 통한 콘텐츠는 보통 출퇴근 시간이나 잠자기 전에 가볍게 소비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스낵 컬쳐(snack culture)라고 하는 것인데요, 그리고 웹소설은 소재나 표현에 있어서 거의 제약이 없고,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쓰는 언어가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신조어와 비속어 등도 그대로 사용되는 특징을 갖습니다. 원작 웹소설
을 분석한 논문에서도 한국 웹소설의 재벌물이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를 보여주는 거울로 작동하고 있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습니다.(한국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에 나타난 신자유주의 시대 현실 재현 양상 연구’, 박지희, 2022). 이는 다른 측면에서 웹소설이 예술성은 떨어지더라도 시대를 읽는 힘이 무척 탁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아마도 웹소설이 독자들과 즉각적인 상호작용을 하면서 그 서사가 완성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양원> 이 드라마가 화제가 된 것 중 하나, 재벌가의 비서였던 주인공이 그 집 막내아들로 다시 태어난다는... 판타지 장르이거든요?
◆ 윤복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주인공이 인생 2회차를 산다는 것 자체가 판타지인데요, 본격적인 연구를 해야 정확히 판단을 내릴 수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리얼리티와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드라마에서 리얼리티는 현실에서 있음직한 일을 말하는데요, 부의 양극화가 공고해진 현실에서 대중이 추구하는 욕망, 예를 들어서 신데렐라류의 드라마 그러니까 가난한 집 여자가 재벌가의 남자와 사랑을 한다거나, 성실한 사람이 성공을 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여겨집니다. 현실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리얼리티는 획득해야 하고 그럴 때 손쉽게 리얼리티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판타지가 아닐까 합니다.
◇ 김양원> 계층 사다리마저 끊겨 평범한 사람이 재벌이 된다는 일이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으니까, 재벌집 막내아들로 다시 태어나는 판타지를 넣은거다... 이런 판타지 장르의 유행, 문화연구자로서 어떻게 보세요?
◆ 윤복실> 간단히 평가하자면, 좋은 현상만은 아닙니다. 그만큼 현실 불가능하다는 것이 세상에 가득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요즘 공부하고 있는 이론이 정동이론인데요, 사람의 감정을 연구하는 겁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선택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의 해피엔딩은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 암울하거나 불행할 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서사의 종결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복수에 성공하는 해피엔딩이라면, 현실에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결말일 수 있겠죠.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서사들을 통해서 대중의 감정이 어디에 있는지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 김양원> 네, 현실에서 못 이룬 꿈을 드라마에서 판타지로 경험한다.... 한번쯤 꿈꿔본 상상을 대리 만족하고 계신지요. 오늘은 화제의 드라마 에 대한 문화비평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윤복실>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윤복실 서강대학교 미디어융합연구소 연구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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