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이 손꼽아 기다리는 영화 축제, 제76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가 오는 13일 공식 초청작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다.
칸 영화제 측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현지 시각) 이리스 크노블로흐(Iris Knobloch) 조직위원장과 티에리 프레모(Thierry Fremau) 주재로 영화제 공식 초청작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미 이번 영화제에는 해리슨 포드 주연의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하고 마틴 스코세이지가 연출을 맡은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조니 뎁 복귀작인 ‘잔 뒤 바리’, 웨스 앤더슨 감독의 ‘애스터로이드 시티’ 등의 걸출한 작품들의 상영이 확정됐다.
지난해 75회 칸 국제영화제에는 경쟁 부문에 ‘브로커’, ‘헤어질 결심’이,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헌트’가 초청됐다. 또한 비평가주간에 ‘다음 소희’가 단편 경쟁 부문 애니메이션 '각질' 등이 이름을 올리며 한국이 영화제의 흥행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특히 송강호 씨가 ‘브로커’를 통해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고,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거머쥐며 한국 영화는 여느 때보다 프랑스를 뜨겁게 달궜다. 여느 때보다 한국 영화의 영광이 눈부셨던 만큼 올해 칸에도 영화인들의 눈길이 모이고 있다.
현재 영화제 초청 가능성이 높은 작품으로 거론되는 것은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송강호 씨가 주연을 맡은 영화 ‘거미집’이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거미집’은 촬영이 모두 완료된 영화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작품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강박에 빠진 감독(송강호)이 검열 당국의 방해와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들과 함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며 벌어지는 처절한 블랙코미디.
그간 ‘반칙왕’,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밀정’ 등을 통해 독특한 소재와 독창적인 장르적 쾌감을 선사해온 김지운 감독이 송강호 씨와 5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한국 영화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故 김수영 감독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국내외 영화 팬들 역시 높은 관심을 보내고 있다.
‘거미집’이 칸의 초청을 받을 경우, 김지운 감독은 ‘달콤한 인생’(2005년)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이후 15년 만의 칸 방문이며, 송강호 씨는 통산 8번째 칸 레드카펫을 밟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영화 '거미집'·'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씨가 주연을 맡고 ‘가려진 시간’ 등을 연출한 엄태화 감독의 재난 스릴러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하다. 복수의 영화계 관계자는 “해외 영화 바이어들 사이에서 평가가 좋아 ‘탐나는 작품’으로 소문이 나고 있다. 특히 이병헌, 박서준 씨 등의 스타파워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부연하며 ’거미집’과 더불어 영화의 초청을 예상했다.
또 다른 예상작은 ‘끝까지 간다’(2013년)을 통해 한 차례 칸에 초청됐었던 김성훈 감독의 신작 ‘피랍’이다. 영화 ‘피랍’은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외교관이 납치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던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으로 하정우, 주지훈 씨가 주연을 맡았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연출했던 이종필 감독과 이제훈, 구교환 씨가 의기투합한 ‘탈주’ 역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탈주’는 철책 반대편 내일이 있는 삶을 꿈꾸는 북한군 병사 규남과 그를 막아야 하는 보위부 장교 현상의 목숨을 건 탈주와 추격전을 그리는 작품이다.
영화 '탈주' 포스터
하지만 국내 영화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처럼 한국 작품이 영화제의 중심에 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영화 배급 관계자는 “배급사들은 여느 때처럼 다양한 작품을 출품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기대감을 갖는 이들은 많지 않다. ‘거미집’이 경쟁 부문을, 다른 영화들은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만 해도 큰 성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 역시 “최근 한국 영화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칸 영화제 초청작품이라는 후광 효과를 바라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올해는 눈에 띄는 작품이 많지 않아 한국 영화계의 한파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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