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취하라’라는 시(詩)에서 무엇이 됐든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늘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어깨를 짓누르고, 허리를 휘게 하는 시간 신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늘 취해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최근 유튜브를 보면 아이돌 스타들도 그들을 짓누르는 부담감 때문인지 취해 있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특히 유튜브 웹예능을 통해 자연스레 술을 마시고 토크를 이어가는 콘셉트의 예능이 많아지면서 ‘나의 아이돌’이 취한 모습을 접하기가 예전만큼 어렵지 않다. 과거 데뷔 초에는 주량이 얼마인지에도 대답을 꺼려하던 모습이 새삼 아련하다.
이 유튜브 발(發) 음주 예능의 대표주자는 래퍼 이영지 씨가 진행하는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이하 ‘차쥐뿔’)이다. 이 채널은 지난해 6월 8일에 개설돼 현재 22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이며 총조회수는 1억 5000만 회를 훌쩍 넘는다. 여기에 출연한 아이돌 멤버의 면면도 화려하다.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몬스타엑스, 현아, 샤이니 키 등 출연자 라인업만으로도 주요 가요 시상식 개최가 가능할 정도다.
어반자파카의 조현아 씨가 진행하는 ‘조현아의 목요일 밤’도 음주 예능계(?)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지난 1월 4일 개설된 이래 23만 명의 구독자를 돌파했으며, 총 누적 조회수도 5000만 회에 도달했다. 최근 쇼츠 및 릴스 콘텐츠에서 자주 노출되는 만큼 향후 채널이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눈에 띄는 부분은 주요 출연자들이 10대에게 사랑받는 아이돌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음주의 해악을 생각하면 미성년자의 음주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자연스레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음주 관련 콘텐츠를 본다고 전부 음주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식의 방어 논리와 함께 “아이돌도 사람이고 성인인데 음주 예능 출연이 왜 문제가 되느냐”는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이런 여러 의견에도 불구하고 소위 ‘술방’ 콘텐츠에 대한 인기는 여전하다. 가수 성시경 씨처럼 혼자 술을 마시든, ‘차쥐뿔’처럼 여럿이서 마시든 ‘술방’ 콘텐츠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런데 왜 아이돌이 출연하는 ‘술방’이 주류로 떠오른 것일까.
한 방송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일시적으로 유행이 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가는 늘 그렇듯 특정 시기에 특정한 유행이 생겨나는데 최근엔 음주 방송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 같다. 유튜브의 경우에는 확실히 이런 류의 콘텐츠 조회수가 높다보니 아이돌 중 성인 멤버에 한해 출연을 시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우선 술이 한 잔 들어가면 진솔한 속내가 나온다는 일반적인 통념도 있고 평소 방송이나 외부 행사장에서 정해진 듯한 말만 하던 아이돌들이 술 한 잔을 하고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술방’에 출연하는 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과도한 음주로 인한 폐해는 분명하고 이에 대해 더 말을 보탤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아이돌의 팬이자 콘텐츠 소비자로서의 우리는 과연 ‘술방’을 어떤 시선으로 봐야 할까.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에 대해 “달라진 요즘 세대들의 가치관이 투영된 문화가 최근 SNS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있다. 유튜브에서의 음주 방송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달라진 문화 현상”이라고 짚었다.
강 평론가는 현재의 콘텐츠들이 아닌 앞으로의 콘텐츠 변화를 걱정했다. 그는 “앞으로도 그러한 영상은 점점 늘어날 것이고 지금의 수위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이런 영상의 주체가 되는 셀럽들은 본인이 미칠 사회적 영향력을 고민해봐야 한다. 제재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책무를 생각해 봐야 한다. 높아지는 조회수에 비례해서 사회적인 영향력도 높아진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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