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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현장] "처음으로 게임 개발팀까지"…정종연 PD가 놓은 '데블스 플랜' 장기화 포석

2024.09.04 오전 09:00
"시즌1보다 1.8배 더 커진 세트장, 플레이어도 2명 증가…처음으로 게임 개발팀도 꾸렸죠."

한국형 두뇌 서바이벌 예능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정종연 PD가 지난 시즌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2'(The Devil's Plan Season2)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

지난 2일, 경기도 파주 야당동에 위치한 스튜디오 유지니아에서 전날 막 촬영을 마친 정 PD를 만났다. 그는 스포일러를 경계하면서도 취재진에게 한층 커진 세트장 규모부터 개임 개발팀의 정체, 이번 시즌 연출 포인트 등 따끈따끈한 프로그램 제작 후기를 아낌없이 들려줬다.

'데블스 플랜'은 다양한 직업군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 최고의 두뇌 플레이어를 가리기 위한 치열한 승부와 함께 마치 사회적 실험을 보듯 공동체 속 다양한 인간 군상과 관계 변화를 보는 즐거움이 강력했다.

앞서 시즌1은 공개 이후 넷플릭스 오늘의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1위, 23개국 TOP 10 리스트 진입, 글로벌 TOP 10 TV쇼(비영어) 부문 3위를 달성하며 전 세계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오는 2025년 공개를 앞둔 시즌2에서는 1.8배 넓어진 세트장과 기존 12명에서 14명으로 늘어난 플레이어 수만큼이나 커진 재미를 예고하고 있다.



Q. 시즌1에 비해서 달라진 부분은?
정종연 PD : 시즌1 때는 600평짜리 스튜디오를 빌려서 했는데, 어디 방에 누가 가려고 그러면 산 넘고 물 건너서 피해 가야 했다. 그런데 여기는 1,000평이다. 절대 수치로 한 1.8배 되는 것 같다. 이걸 지어 올리는 데는 한 8주 정도 걸린 걸로 알고 있고, 기획 자체는 한 6~7개월 정도 한 것 같다. 시즌1의 그 규모에 대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욕심이 났다. 특히 이곳 생활이 집처럼 편했으면, 최소한 그럴듯한 숙박 업소에 와 있는 정도로는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화장실이든 뭐든 간이 시설이었는데 이번에 아예 상하수도 시스템을 비슷하게 구현했다.

Q. 제작비는 얼마나 늘었나?
정종연 PD : 제작비 규모는 파격적으로 늘지는 않았고, 한 20% 왔다 갔다 정도 선이다. 제작비라는 게 사실 세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높지 않다. 맨 파워, 인건비가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세트가 커졌다고 해서 확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Q. 전체 콘셉트는 어떻게 구상했나?
정종연 PD : 우리 인류 역사에서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되게 전근대적인 그 요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게임동 자체는 뭔가 옛날 건물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인 세트 콘셉트는 중세에 버려진 수도원 같은 느낌이지만 너무 종교색은 띄지 않도록 한번 만들어 봤다.

Q. '데블스 플랜'은 두뇌 게임이 가장 큰 핵심인데, 게임을 어떻게 개발하고 설계했는지?
정종연 PD : 그동안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등에서 PD, 작가들과 같이 게임을 개발해 왔다. 이번 시즌에는 처음으로 게임 개발을 위한 팀을 하나 꾸렸다. '더 지니어스' 오프라인 모임들이 꽤 있는데, 그 친구들을 접촉해 팀을 꾸렸다. 일요일마다 같이 회의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친구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의 크레디트에 오를 수 있게 돼서 흥분하고 재미있어 했다. 저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번에는 한 절반 정도가 그 팀에서 게임 개발을 했다. 덕분에 장기화의 초석을 다졌다. (웃음)



Q. 시뮬레이션은 얼마나 진행했나?
정종연 PD : 우리가 뭔가 중요한 요소를 숨겼는데 언제 발견하는지 혹은 이 게임이 일방적인 요소가 있는지 다 테스트해 봤다. 게임마다 너무 다양하지만 보통 시뮬레이션은 최소 다섯 번은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완성이 안 되면 또 시뮬레이션을 계속했다. 테오 제작사무실에 있는 모든 시설을 다 게임동에 있는 방처럼 활용하면서 진행했다.

Q. 이번 시즌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
정종연 PD : 저는 판을 벌이는 사람이고 결국은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하느냐가 결정적인 요소다.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게 환경을 마련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플레이어들이 이 안에서는 다른 불편함 때문에 힘든 점은 없도록 하는 게 목표고, 연출의 핵심 요소도 그런 세트 디테일에 담겼다.

Q. 출연자 테스트도 했다고? 선정 기준은?
정연 PD : 기본적으로 게임 실력이 과락이면 안 되겠다는 마인드로 시작했다. 물론 게임 능력도 당연히 중요하고, 그 게임 능력이라는 것도 엄청 다양하고 두뇌 능력이라는 것도 되게 다양하다. 저는 캐릭터나 성격 분포를 고려하면서 선정했던 것 같다. 굉장히 순종적인 사람이라든가 어그레시브한 사람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어느 정도 배분하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나가고 하는 방식이었다. 최종적으로 비연예인 참가자를 뽑으면서 그 빈자리를 채워 넣는 그런 작업이었던 것 같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역시 다양성이다.

Q. 시즌1 기욤처럼 해외 출신 출연자도 있는지?
정종연 PD : 기욤 씨는 사실 해외 출연진자라고 생각하진 않고 있다. (웃음) 외국어를 더 잘하는 사람 정도라고 생각하고 지금 누구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해외에 거주하는, 아니면 해외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 나오게 된다면 그건 아마 다양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유럽 사람이 한국 사람들 사이에 들어오면 스트레스를 어떤 방식으로 받는지도 궁금하고, 아니면 게임할 때 더 눈치를 안 볼까 이런 것들이 궁금하다. 그래서 그런 출연진이 나오면, 이런 이유에서일 거라고 생각해 달라.

Q. 세트장에 카메라 한 몇 대 정도 있는지? 합숙 촬영 중 제작진도 세트장에 들어올 때가 있나?
정종연 PD : 게임동과 생활동을 옮겨 다니는데, 출연진들이 이동하면 스태프들이 들어와서 출연자와 최대한 마주치지 않게 메모리 교체도 하고, 청소도 한다. ENG 카메라는 24대 정도 쓰는데 게임할 때는 게임동으로 게임 끝나면 다시 생활동으로 이동한다. 거치 카메라까지 하면 150대 정도 된다.



Q. 콘솔룸에서 카메라로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종연 PD : 솔직히 얘기해서 사람을 안 놓치는 것에 바빠가지고 다른 생각할 틈은 없다. 그런데 ‘아, 내가 지금 되게 엄청 재미있고 특이한 위치에 있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은 ‘귓속말’하는 걸 들을 때다. 그들은 비밀로 하고 싶은 이야기인데, 저한테는 비밀이 없기 때문에 그럴 때 제가 굉장히 뭐라도 된 것 같은? (웃음) 나한테는 다 들리네? 하고 좀 짜릿하고 재미있다.

Q. 해외 시청자의 시선이 국내에 시청자와 또 다른 면이 있을 텐데. 연출에 반영되는 부분도 있나?
정종연 PD : 글로벌 OTT라고 해서 해외 시청자를 특별히 고려하면서 제작하지는 않았다. 다만 제가 어떤 무늬를 썼는데 이게 어떤 문화권에서는 굉장히 혐오하는 문양이다, 이런 피드백이 넷플릭스에서 올 때가 있다. 그러면 제작 과정에서 교체해야 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또 저희가 게임 룰을 만들 때 해외 시청자가 굉장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겠다 하는 룰들은 웬만하면 걸러낸다. 한국 콘텐츠를 보려고 하는 사람들한테는 한국 콘텐츠다움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지금껏 제가 해왔던 대로 할 것이고, 다만 불쾌감이 없게끔 하려고 하고 있다. “이게 먹힐까?”에 대한 궁금증도 크지만 어차피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Q. 지난 시즌에 궤도의 공리주의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그런 상황은 없었는지?
정종연 PD : 예를 들어, 극지방에 조난 당한 스토리 같은 걸 보면 죽어도 사람 고기를 못 먹는 사람이 있다. “생존을 위한 건데 왜 안 먹어?”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반대쪽 입장을 이해를 못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게 또 꽤 인간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은 거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어떤 고정관념이라는 게 있고 자기가 쭉 살아왔던 문화라는 게 있는데 그걸 버리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독하게 게임을 못한다"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다. 공리주의는 이제 좀 다르다. 애초에 게임의 목표를 다르게 잡아가는 부분이라. 근데 여전히 어떤 시청자는 “저건 너무 서바이벌 게임 출연자답지 못한 마인드야”라고 손가락질을 할 수도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잔혹한 플레이어도 있을 수 있다. 근데 그게 그냥 우리의 다양성이라고 생각하고 진행을 하고 있다.

Q. 몰입감을 중요시한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는 어느 정도까지 신경을 썼나?
정종연 PD : 특별히 안 해도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몰입을 잘 하지만 결국은 룰과 시스템이 몰입을 시킨달까? 감옥이 진짜 감옥 같지 않더라도 그걸 잊을 만큼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거다.

Q. 촬영을 다 마친 지금 흥행에 대한 기대는 어느 정도인가? 강조하고 싶은 시청 포인트는?
정종연 PD : 꼭 우승하지 않더라도 게임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기도 하고, 우승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사람도 있다. 내가 그 목표를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혹은 어디서는 양보할 수 있는지 '야망의 그릇'이 다 다르달까? 이번에 그런 걸 많이 느꼈다. 야망 때문에 잔인성이 나온기도 하고, 그런 요소들이 게임을 위해 꽤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흥행 성과는 '오징어 게임'처럼 되면 좋지만(웃음) 그냥 단순하게 다음 시즌 나올 수 있을 정도의 결과가 나왔으면. 그게 저의 소박한 꿈이다.

[사진 =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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