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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초점] SM·하이브 ‘1,000억 클럽’ 축배…나머지는 부스러기 전쟁?

2026.01.24 오전 09:00
사진=하이브
“요즘 현장 매니저 중에 언젠가 독립해서 자기 회사 차리겠다는 사람 없어요. 이제 그건 ‘허망한 꿈’이거든요.”

과거 K-팝 업계에서 로드 매니저로 시작해 현장을 누비다 독립하며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아티스트를 키워내는 제작자로서의 변신은 당연한 코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앞선 발언처럼 현재 현장의 공기는 차갑다 못해 시리다. 그들의 앞을 막아선 건 실력 같은 것이 아닌, 견고한 ‘자본의 성벽’이기 때문이다.

빌보드 점령과 그래미 진출 등의 성과는 지금 K-팝의 황금기를 상징한다. 다만,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5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잔인한 자본의 만리장성이 드러난다.
0.3%가 독식한 5.5조 원, 성벽 밖은 ‘부스러기’ 전쟁


사진=연합뉴스

보고서가 보여주는 대중문화 기획업계의 성적표는 기괴하다. 2024년 기준 매출액 1,000억 원을 넘기는 이른바 ‘1,000억 클럽’에 해당하는 기업은 단 12곳이다. 전체 기획업체(4,471개)의 고작 0.3%에 불과한 이들이 시장 전체 매출액 9조 5,076억 원 중 57.5%인 5조 4,627억 원을 싹쓸이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99.7%에 달하는 4,459개의 중소 기획사들은 얼마를 벌었을까. 1,000억 클럽이 벌어들인 돈을 제외하면 업체당 평균 약 9억 원을 벌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마저도 ‘평균의 함정’을 생각하면 12개 대형사에는 못 미쳐도 수십, 수백억 원대 매출을 내는 중견 업체들을 제외할 경우, 밑바닥 영세 기획사들이 마주하는 진짜 현실은 '연 매출 1억 원'조차 버거운 수준이다. 수익이 아니라 사실상 ‘파이의 부스러기’를 손에 쥔 셈이다.
‘실패할 자유’는 얼마인가요?



그렇다고 해서 과거 K-팝 업계가 100% 실력으로만 성공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K-팝 업계의 태동기에도 자본의 힘은 작동했다. 다만 현재의 K-팝은 ‘중소 기획사가 아무리 실력 있는 신인을 발굴해도 대기업이 구축한 시스템’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1,000억 클럽 기업들은 자체 유통망과 글로벌 플랫폼, 정밀 마케팅을 통해 성공의 확률을 계산한다. 여기에 A라는 그룹이 실패해도 다른 B 그룹의 성공으로 손실을 어느 정도 상쇄한다. 반면 중소 기획사는 한 번의 부진이 치명적인 실패로 이어진다. ‘실패할 자유’에도 돈이 필요하다.

이에 실태조사 보고서는 대중문화예술인 월 소득 150.7만 원이라는 숫자와 아티스트 및 제작자 모두가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뛰어야 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당장 배고픈 아티스트에게 창의성은 사치다.
무너진 사다리, 박수 뒤에 가려진 경고

이제 ‘개천에서 나는 용’은 K-팝 업계에도 없다. 자본이 인재를 독식하고, 그 인재가 다시 자본을 불리는 선순환 구조가 굳어져만 간다.

1,000억 클럽은 안전한 성공 공식에 매달리고, 다른 중소 기획사들은 이 모델을 답습한다. 자연스레 업계 전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독소가 쌓여만 간다.

화려한 무대 위 K-팝은 어느새 ‘양극화’라는 새로운 문제와 맞닥뜨렸다. 이제 1,000억 클럽의 화려한 실적에 박수만 칠 것이 아니라, 무너진 사다리를 어떻게 다시 세울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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