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시장에서 법적 공방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자본과 창작자의 충돌, 최대 주주와 실무진의 소송전은 업계의 고질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분쟁은 결이 달랐다. K팝을 넘어 대중 전체가 이 사태에 몰입하게 만든 힘, 그 중심에는 민 전 대표가 던진 이른바 '말폭탄'이 있었다.
파격의 서막, ‘개저씨’ 프레임으로 감정을 선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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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5일 열린 민 전 대표의 첫 번째 기자회견은 '파격' 그 자체였다. 하이브가 제기한 ‘경영권 찬탈’이라는, 마치 ‘재벌집 막내 아들‘ 같은 기업 드라마에서 볼 법한 이 단어는 민 전 대표의 거침없는 구어체 앞에서 힘을 잃었다. 그는 자신을 ‘조직 내 차별에 고통받는 직장인’이자 ‘거대 자본의 횡포에 맞서 뉴진스를 지키려는 외로운 창작자’로 상정하고 회견장을 뒤흔들었다.
당시 민 전 대표는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분노를 쏟아냈다. “이 개저씨들이 나 하나 죽이겠다고”, “맞다이로 들어오라”는 식의 발언은 기존 공식 기자회견의 문법을 완전히 파괴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세대와 젠더를 아우르는 공감을 형성하며 갈등의 본질을 '경영권'이 아닌 '창작자의 자율성'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되찾은 이성: ‘승전보’ 이후 던진 화해의 제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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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31일,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대표직을 수성한 민 전 대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비속어와 눈물이 사라진 자리에는 노란색 의상과 해사한 미소가 들어찼다. 1차 회견이 '격정적 방어'였다면, 2차 회견은 '되찾은 이성'에 방점이 찍혔다.
그는 "법원이 제 결백을 인정했다"며 대승적 차원의 화해를 제안했다. "뉴진스와 내가 그리던 미래를 실현하고 싶을 뿐이다. 누구를 위해서든 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명분을 쌓았다. 이는 자신을 향한 공격이 곧 뉴진스의 미래를 망치는 행위라는 프레임을 공고히 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냉철한 법리 무장: ‘강철의 뉴진스 맘’→‘이용당한 피해자’ 서사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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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28일, ‘뉴진스 템퍼링’ 의혹이라는 법적 공방이 가시화되자 민 전 대표는 다시 한번 변신했다. 이전의 감정적 호소 대신 법률 대리인을 전면에 내세워 논리의 방패를 들었다. 회견의 핵심은 ‘철저한 거리두기’와 ‘법리적 방어’였다.
법률 대리인을 통해 전달된 메시지에서 민 전 대표는 템퍼링 의혹의 실체로 ‘뉴진스 멤버의 가족’을 지목했다. 스스로를 가족과 특정 기업인의 결탁 사이에서 이용당한 피해자로 불렸다.
이는 그간 다져온 ‘뉴진스 맘’ 서사와는 결이 다른 극적인 변화였다. 창작자의 자율성, 대주주의 지나친 간섭 문제처럼 보였던 이 사안을 다시 ‘이익’과 ‘법리’의 영역으로 전환하며 자신의 출구 전략을 모색한 것이다.
세 차례의 '말 폭탄'이 남긴 것…결국은 신뢰의 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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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전 대표의 말은 상황에 따라 생물처럼 진화했다. 억울한 피해자에서 개선장군으로, 다시 냉철한 법리 방어자로 변신하며 여론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말 폭탄’의 결과는 양면적이다. 대중의 지지를 얻는 강력한 수단이 됐지만, 결과적으로 본인의 과거 발언들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 일쑤다.
무엇보다 법적 분쟁을 치르는 양측의 신뢰 관계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민 전 대표의 발언들은 하이브라는 거대 기업의 행보를 늦출 수는 있었지만, 멈출 만큼의 파괴력을 갖지는 못했다. 오히려 타협 없는 ‘끝장 소송’으로 치닫게 만든 가속 페달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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