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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시팔이' 한수찬·'어쩔꼰대' 황은비…공채 존재 이유 보여준 신예들

2026.07.14 오전 09:17
-"TV 속 연구동이 현실이 됐다"…꿈을 이룬 두 신인의 첫 1년
-실수도 성장으로 만든 '개콘' 현장 "무대서 한 실수 탓에 밤새 울었죠"
KBS 33기 공채 개그맨 황은비(왼쪽), 34기 한수찬
KBS 공채 개그맨 제도가 부활한 이후, 무대 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두 신인이 있다. 정석적인 연기 베이스에 탄탄한 기획력을 갖춘 34기 한수찬과, 날것 그대로의 MZ 감성으로 무대를 뒤흔드는 33기 황은비가 그 주인공이다. 공채 데뷔 1년 차, 매주 일요일 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배달하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나 데뷔 후의 변화와 무대 뒤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꿈이 현실이 된 연구동…예상과 달랐던 '요즘 개그계'

Q. 공채로 데뷔하신 지 약 1년이 지났습니다. 데뷔 전 상상했던 모습과 실제 생활은 어떻게 다른가요?

한수찬: 저는 워낙 어릴 때부터 유튜브로 개그맨들의 연구동 생활 다큐멘터리를 틈만 나면 봤어요.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던 영상 속 생활이 지금 제 눈앞에 똑같이 펼쳐져 있어서 매일이 신기합니다. 상상했던 모습과 너무 닮아있어요.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에 소문으로 들었던 엄격한 군기 문화가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선배님들이 너무 잘 챙겨주셔서 정말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황은비: 저는 이쪽 분야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채 들어와서 초반에 실감이 많이 났어요. TV로만 보던 연예인 선배님들과 한 공간에 앉아 회의를 하고, 밥을 먹는 것 자체가 기적 같았죠. '와, 나도 진짜 개그맨이 됐구나' 싶었어요. 요즘은 녹화가 끝난 뒤 팬분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거나 사인을 요청하실 때마다 부족한 저를 연예인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 문득문득 실감이 납니다.

Q. 말씀하신 대로 과거엔 개그계 군기 문화가 유명했는데, 요즘 분위기는 정말 많이 바뀐 모양이네요.

한수찬: 네, 선배님들이 먼저 친한 형, 누나처럼 편하게 대하라고 말씀해 주세요. 물론 코너를 짜거나 연기할 때는 프로페셔널하게 임하지만, 회의할 때는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를 열어주십니다. 지킬 선만 지키면 다 같이 화이팅하는 분위기죠. 제가 2012~2013년 '개그콘서트' 전성기 시절부터 14년 동안 개그맨을 꿈꿨던 터라 겁을 잔뜩 먹고 들어왔었는데, 막상 겪어보니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다들 따뜻하십니다.

Q. 과거와 달리 요즘은 방송 외에도 유튜브 등 외부 활동이 활발합니다. 방송사 차원의 제재는 없나요?

한수찬: 은비 선배는 계약이 끝났고 저는 현재 KBS 전속 계약 상태인데요, 외부 활동에 크게 관여하지 않으십니다. 프리랜서처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열어두시되, 신인이니까 방송사 측에서 챙겨주고 보호해주겠다는 개념의 계약이에요. 오히려 선배님들이 운영하시는 '숏박스' 같은 대형 유튜브 채널에서 저희 신인들을 일부러 불러서 출연료도 챙겨주시고 무대에 세워주십니다. 선후배 간의 상생이 정말 잘 이루어지고 있어요.


황은비

한예종 출신과 MZ 신예…다름이 만든 최고의 호흡

Q. 두 분의 이력이 특합니다. 수찬 씨는 한예종 연극원 연기과 출신이신데, 원래 배우가 꿈이었나요?

한수찬: 반반이었습니다. 원래 20살 때는 무조건 개그맨이 되겠다는 생각에 대학도 안 가고 '김대범 소극장'에 들어가 훈련을 받았어요. 그러다 부모님의 권유로 뒤늦게 대학을 가고 군대를 제대했는데, 개그 무대가 점차 사라진다는 소문이 돌더라고요. 불안한 마음에 방향을 틀어 입시를 열심히 준비한 끝에 27살에 한예종에 입학했습니다. 그렇게 배우를 준비하며 졸업할 때쯤 되니 드라마틱하게 '개그콘서트 시즌 2'가 부활한 거죠. 고민 없이 바로 시험을 치렀습니다. 제 첫 번째 꿈은 언제나 개그맨이었으니까요.

Q. 은비 씨는 '청소년 수련관 교관 출신', '태권도 3단'이라는 독특한 이력이 온라인에 알려져 있던데요?

황은비: 아, 교관 출신이라는 건 와전된 잘못된 정보입니다. 제가 청소년지도학과 출신이라 청소년 지도사를 꿈꿨었거든요. 대학 시절 대외 활동으로 수련관이나 보육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워낙 많이 하다 보니 그렇게 소문이 난 것 같아요. (웃음) 태권도 3단은 맞습니다. 개그와는 거리가 좀 멀죠?

Q. 오히려 그런 다양한 경험이 코미디를 할 때 큰 자산이 되지 않나요?

황은비: 맞아요. 저는 수찬 오빠처럼 소극장에서 정석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게 아니라서 초기엔 완전히 '날것'이었어요. 하지만 요즘 들어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 날것의 매력과 밝고 통통 튀는 젊은 기운을 좋게 봐주셔서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도 안 해본 상태라, 공채 시험 때도 진짜 날것의 MZ 느낌으로 임했거든요. 코미디는 경험이 많을수록 주변 사람들을 모티브로 삼아 캐릭터를 만들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됩니다.
한수찬: 정말 공감합니다. 저는 너무 정석대로 연기를 배우고 학생들을 가르쳐온 틀이 있어서 '엇나가면 안 된다'라는 강박이 조금 있거든요. 하지만 개그는 의외성이 생명인 장르잖아요. 틀에서 벗어나는 걸 불안해하는 저로서는 은비 선배의 통통 튀는 날것의 연기를 보며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고 정말 많이 배웁니다.



한수찬

만점 합격부터 무대 실수까지…신인 시절을 버티게 한 선배들

Q. 수찬 씨는 공채 시험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송필근 씨에게 '만점'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파트너로 함께 호흡을 맞추고 계시는데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한수찬: 최근에 필근 선배와 친해져서 여쭤봤더니 "그땐 연기를 너무 잘해서 만점을 줬는데, 들어와서 보니 약간 후회된다"라며 장난을 치시더라고요. (웃음) '심곡파출소' 코너를 함께 할 때 배로 비유하자면 필근 선배는 선장이고 저는 선원이었어요. 선장님이 워낙 든든하게 진두지휘를 해주시니 저는 무대에서 떨지도 않고 제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떤 돌발 행동을 해도 다 받아줄 거라는 굳은 믿음이 있었어요. 정말 천재적인 선배님입니다.

Q. 공채 합격의 일등 공신이었던 시험 당시의 코너는 무엇이었나요?

한수찬: 사실 23살 때 최종에서 낙방했던 '마음의 소리'라는 코너를 더 다듬어서 가져간 거였어요. 시험장에 들어가 썰렁한 개그를 던진 뒤, 심사위원들이 무표정하면 에코 효과음과 함께 "수찬아, 너 뭐 하는 거야?" 하고 자책하는 흐름의 코너였죠. 새로운 걸 짜보려고 해도 그것보다 좋은 게 안 나와서 승부수를 던졌는데 좋게 봐주셨습니다. 솔직히 제 인생의 최전성기 무대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렇게 짜라고 해도 못 짭니다. (웃음)

Q. 신인 시절의 실수담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황은비: '광이랑 곤이랑'이라는 코너를 할 때였어요. 제가 막내라 소품인 귤을 무대 위 의자에 미리 챙겨뒀어야 했는데, 깜빡한 채로 코너가 시작돼 버린 거죠. 무대 위에서 박성광 선배님이 대사를 치고 저한테 귤을 달라고 하시는데 의자가 텅 비어있더라고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임기응변으로 대사를 넘기긴 했지만 관객분들을 크게 웃길 수 있는 포인트를 제 실수로 날려버린 셈이라, 그날 죄책감에 밤새 펑펑 울었습니다. 선배님들은 타박하지 않으셨지만, 마음이 힘들었어요.
한수찬: 저는 무대 위 실수는 거의 없는데, 이상하게 무대 밖 연구동 생활에서 엉뚱한 실수를 많이 합니다. (웃음) 한 번은 선배님이 정수기 앞에서 "물 한 잔만 떠다 줄래?" 하셨는데, 약을 드시려는 줄 알고 혼자 착각해서 온수를 컵에 가득 채워 드렸어요. 선배님이 받으시자마자 뜨겁다고 깜짝 놀라셨죠. 주변에서는 제가 일부러 선배를 골탕 먹이려고 장난친 줄 오해하시더라고요. 눈치가 좀 없는 편이라 악의는 없었는데 결과가 항상 황당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있어요.



'개그콘서트'의 '심곡파출소' 코너


화제의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나…'시팔이'와 '어쩔꼰대'의 비밀

Q. 수찬 씨의 대표 캐릭터인 '심곡파출소'의 '시팔이'는 독특한 스타일링과 거침없는 연기로 화제였습니다. 현장에서 돌발 욕설이 나와 무대가 뒤집어지기도 했는데요.

한수찬: 대사를 하다가 말을 조금 더듬었는데, 파트너인 필근 선배가 알아서 수습해보라는 신호를 주셨어요. 엉겁결에 "어? 그럼 욕해도 돼요?" 하니까 선배가 "어, 해" 하신 거죠. 마침 코너 속 이름도 '시팔이'여서 자연스럽게 던졌는데 관객분들이 뒤집어지셨습니다. 감독님께서 평소에 "방송에 부적절한 건 우리가 편집해 줄 테니 무대에서 마음껏 지르고 놀아라"라며 신인들의 기를 살려주신 덕분에 편집 없이 삐 처리만 된 채 방송에 나갈 수 있었습니다. 빨간 베레모와 넥타이 스타일링은 무대에서 튀고 싶어서 제가 직접 동묘 등에서 구매해 연구한 결과물입니다. 매주 민생지원금이나 개인정보 유출 같은 시사·공감 이슈를 엮어 시를 쓰고 있습니다.

Q. 은비 씨는 코너 '어쩔꼰대'에서 현실 고증 제대로 된 MZ 캐릭터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황은비: 전부 제 실제 행동이나 주변 모습에서 따온 거예요. 한 번은 술자리에서 민기 선배님이 제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해주고 계시는데, 술집에서 신나는 노래가 나오니까 대답은 안 듣고 혼자 춤추고 노래를 따라 불렀거든요. (웃음) 선배님이 제 그 '킹받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짜주신 코너가 바로 '어쩔꼰대'입니다. 평소에 제가 선배들한테 유행하는 해파리 춤을 추거나 물고기 악수를 건네면, 선배님들이 그걸 무대용 개그로 정교하게 포장해 주십니다.

Q. 본 받고 싶은 서로를 강점은?
한수찬: 은비 선배는 가르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타고난 끼와 창의성을 가진 사람이에요. 제가 예전에 강사 생활을 해봐서 아는데, 지금이라도 당장 정극 연기를 배워서 시험을 치면 명문에 덜컥 합격할 만한 독보적인 연기 톤과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황은비: 수찬 오빠는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감독형 인재예요. 남들이 나무 한 그루를 볼 때 숲 전체를 조율하는 안목과 기획력이 탁월하죠. 그리고 사서 걱정하는 저와 달리 불필요한 걱정이 없어서 그 에너지를 창의적인 일에 쏟아붓는데, 그 대범함과 자신감을 정말 닮고 싶습니다.



'개그콘서트'의 '어쩔꼰대' 코너

'KBS 공채'라는 이름의 무게…우리가 꿈꾸는 다음 무대

Q. 미디어 플랫폼이 다양해진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 공채'만이 가지는 강점은 무엇일까요?

한수찬: 대한민국 방송사 중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예술 분야 공채 제도라는 '역사와 전통의 자긍심'입니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세요. 부모님 세대에게는 아들이 '개그콘서트'라는 국민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 자체가 최고의 자랑거리니까요. 실제로 저희 부모님은 '당황스럽다', '촉법 개그맨', '시팔이' 코너까지 개콘에 최다 출연하셨습니다. (웃음) 일요일 밤 TV 화면 전체에 제 단독 샷이 잡히는 순간에는 '이 몇 초, 몇 분 동안 내가 주인공이구나'라는 생각에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행복합니다.
황은비: 이름 앞에 'KBS 공채 개그맨'이라는 정식 타이틀이 붙었을 때, 현장에서 체감하는 대우와 신뢰감의 차원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 무게감은 무시하지 못해요. 그리고 매주 공중파 TV를 통해 제 얼굴과 연기가 전국으로 송출된다는 사실 자체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잖아요. 매 순간 기적 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한수찬: 황은비 선배와 저는 개그 가치관과 합이 정말 잘 맞아요. 저는 판을 짜고 연출하는 것을 좋아하고, 은비 선배는 무대 위 플레이어로서 최고의 리액션을 보여주죠. 조만간 개인 유튜브 채널을 본격적으로 론칭하게 된다면, 주성치 감독처럼 제가 직접 기획·연출하고 은비 선배를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해 신선한 스케치 코미디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황은비: 오빠의 정석적인 연기 베이스와 저의 날것 감성이 융합될 때 독특한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해요. 현재 저희가 김기열, 송병철, 오정율 선배님 등과 함께 코너 '낭만의 시대'를 맞춰가고 있습니다. 회의 시간 5시간 중 4시간 동안 게임이나 축구 얘기로 사담을 나눌 만큼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팀워크가 끈끈한데요, 이 유쾌한 에너지가 시청자분들께도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두 사람의 행보를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해 주세요!

[사진 = 황은비·한수찬 제공, '개그콘서트' 유튜브 채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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