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경주기행' 속 셋째 딸 '동주'는 어디서든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굽은 어깨에 한쪽 다리를 삐딱하게 내민 채 언제든 튀어나갈 준비를 하고, 위기 상황에서는 고난이도의 프로레슬링 기술을 거침없이 구사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야생마 같은 캐릭터는 배우 이연을 만나 한층 더 생생한 생명력을 얻었다.
오늘(19일) 오후 데뷔 후 첫 상업영화 주연작인 '경주기행'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이연은 "2년을 기다린 만큼 설레는 마음이 크다"며 환하게 웃었다. 쟁쟁한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한 그는 작품에 대한 애정부터 촬영 당시 추억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이연의 '경주기행' 합류 과정은 그 자체로 굉장히 극적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그는 타 작품 스케줄과 겹쳐 눈물을 머금고 출연을 고사해야 했다. 하지만 이연의 사정을 알게 된 김미조 감독이 직접 SNS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며 상황이 반전됐다.
당시 김미조 감독은 이연이 동주 역할을 꼭 해야만 하는 이유를 확신에 찬 장문의 메시지로 보내줬다고. 이연은 "마침 원래 준비하던 작품이 딜레이 되면서 두 번째 제안을 받았을 땐 스케줄이 맞았다. 게다가 이미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선배님이 다 캐스팅된 상태였으니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라고 출연 과정을 설명했다.
배우 이연 ⓒ롯데엔터테인먼트
특히 실제로는 외동딸인 그이지만 이번 현장을 통해 든든한 언니 셋과 엄마를 얻었다고. 특히 '엄마' 이정은에 대한 이연의 애정은 남달랐다.
이연은 "사실 처음엔 타인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게 너무 간지럽고 입에 안 붙어서 어려웠다. 그런데 정은 선배님이 평소에도 후배들을 너무 다정하게 챙겨주시고, 숙소 방까지 신경 써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레 마음의 거리가 좁혀졌다. 나중엔 '엄마'라고 부르는 게 더 편해졌을 정도"라며 이정은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김 감독에 대한 굳건한 신뢰도 강조했다. 이연은 "첫 촬영 스케줄이 빡빡해서 내심 걱정했는데, 감독님이 리더십 있게 모든 걸 다 찍어내시더라"며 "디렉팅이 아주 정확하셔서 배우 입장에서 오히려 연기하기 편했고, 덕분에 시간도 단축됐다"고 감탄하며 김미조 감독에 대해 연신 '똑똑한 분'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극 중 전직 프로레슬러라는 독특한 설정을 소화하기 위해 이연은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긴 2달 반의 시간을 액션 스쿨에서 보냈다. 대역을 쓸 수도 있었지만 그는 대부분의 액션을 실제로 소화하길 고집했다.
이연은 "기술이 들어갈 때 배우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에너지가 뚝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카메라에 감정과 액션의 밸런스가 온전히 담기길 바랐기에 제가 다 하겠다고 했다. 낙법부터 구르기까지 체대 입시생처럼 훈련했다"라고 액션 준비 과정을 전했다.
영화 '경주기행'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액션 훈련 뿐 아니라 외적인 디테일까지 파고들었다. 프로레슬링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 직접 건너가 경기를 관람하고, 그곳 미용실에서 이른바 '재패니즈 샤기컷'으로 머리를 잘랐다. 체형과 자세, 헤어스타일 모두 그의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극 후반부 부상 당하는 장면에서는 '진짜 소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일화도 밝혔다. 이연은 "날카로운 것에 찔렸을 때 어떤 소리가 진짜일지 무술 감독님께 묻고 연구했다. 근육이 수축되면서 저 멀리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소리가 날 것이라 상상하며 신체적인 디테일을 짰다"고 말해 연기를 향한 그의 열정과 진정성을 엿보게 했다.
'충무로가 가장 주목하는 얼굴'이라는 수식어답게, 이연은 '경주기행'을 통해 훌쩍 성장한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은 선배님의 과거 연기 생활과 현재진행형의 선택들이 제게 엄청난 영감을 주었다. 공효진, 박소담, 변요한 선배님까지 모든 선배들을 통해 사람으로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흡수하며 훨씬 성숙한 시선을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홍보대사로도 선정된 이연은 네 모녀가 함께하는 첫 주연작 개봉까지 겹친 이 시기를 '운명'이라고 불렀다.
영화제 트레일러도 김미조 감독님과 함께 촬영했다는 그는 "이 모든 시기가 겹치는 게 신기하고 어안이 벙벙하다. 그저 신께 감사하며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겸손한 모습도 보였다.
인터뷰 말미, 흥행 목표를 묻는 질문에 그는 유쾌한 에피소드와 당찬 포부를 전했다.
이연은 "2년 전 촬영한 영화인데 '998 0826'이라는 번호판을 단 경찰차가 나온다. 우연찮게 영화가 8월 26일에 개봉하는데 정말 꿈의 숫자 아닌가 싶다. 일단 120만 관객은 무조건 넘었으면 좋겠고, 998만 관객을 넘어 만약 천만이 된다면 광화문에 극 중 프로레슬러인 '퍼플 마그마' 분장을 하고 갈 것"이라고 답했다.
영화 '경주기행'은 오는 26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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