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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으로 보는 낚시 ②정조, 낚시는 훌륭한 국가 통치수단

2015.05.07 오후 05:17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도 낚시를 취미로 가진 분이 많았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등은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모두 낚시를 즐겼다.

이 중 가장 낚시를 좋아했던 대통령을 한 명 꼽으라면 단연 이승만이었다.




경회루 좌측 편에 낚시를 하기 위해 하향정이란 정자를 따로 지어 이곳에서 부인인 프란체스카여사와 낚시를 즐겼다고 하니 그가 얼마만큼 낚시를 좋아했는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특히 그와 관련된 유명한 낚시 일화는 지금도 낚시인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여름휴가 때마다 진해에 있는 대통령 별장에서 낚시를 즐기곤 했는데, 보좌관들이 잠수부를 시켜 그의 낚시 바늘에 고기를 꿰어 주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임금 중 가장 낚시를 좋아했던 사람은 누구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정조다.

조선왕조실록에서 낚시에 대한 언급 횟수는 성종(10번), 중종(9번), 영조(8번), 정조(8번) 순이지만 실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왕이 직접 낚시를 했다는 기록은 정조가 유일하다.

그만큼 정조가 낚시를 좋아했음을 알 수 있다.



정조 34권, 16년(1792 임자 / 청 건륭(乾隆) 57년) 3월 21일(경인) 1번째 기사-각신들과 내원에서 낚시를 하고 시를 짓다

"여러 각신들을 불러 내원(內苑)에서 꽃을 구경하고 고기를 낚았다. 상이 이르기를,

내가 규장각을 설치한 이래로 이 직책에 있는 모든 자를 집안사람처럼 보았으니, 오늘의 모임에도 마땅히 집 사람의 준례를 적용하겠다. 각신의 자제들도 모두 이 자리에 참여하기를 허락한다”하였다.

"못에 둘러앉아 낚시질을 하는데, 고기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기(旗)를 들고 음악을 연주하였다"고 한다.

정조는 신하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제들까지 불러 모아 함께 낚시를 즐겼던 것이다. 그에게 낚시는 단순한 개인의 취미가 아닌 선군 정치의 훌륭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이런 행사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고, 3년 뒤에는 훨씬 더 큰 규모의 낚시행사를 열었다.

정조 42권, 19년(1795 을묘 / 청 건륭(乾隆) 60년) 3월 10일(신유) 1번째 기사-내원에서 꽃구경을 하고 낚시질을 하다

“대궐 내원에서 꽃구경을 하고 낚시를 한다. 여러 각신의 아들・조카・형제들도 참여하였는데 모두 54인이었다. 이때 정조가 이르기를,

매년 꽃구경하고 낚시질하는 놀이에 초청된 각신의 자질이 아들이나 아우나 조카에 한정되다가 올해에는 재종과 삼종까지 그 대상이 확대된 것 역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려는 뜻에서이다”



“또 부용정의 작은 누각으로 거동하여 태액지(太液池)에 가서 낚싯대를 드리웠다. 여러 신하들도 못가에 빙 둘러서서 낚싯대를 던졌는데,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은 남쪽에서 하고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들은 동쪽에서 하고 유생들은 북쪽에서 하였다.

정조가 낚시로 물고기 네 마리를 낚았으며 신하들과 유생들은 낚은 사람도 있고 낚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조황이 그렇게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네 마리를 낚았다는 것은 정조의 낚시실력이 범상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한 마리를 낚아 올릴 때마다 음악을 한 곡씩 연주하였는데, 다 끝나고 나서는 다시 못 속에 놓아 주었다. 밤이 되어서야 자리를 파했다"고 한다.

아마도 이것이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아있는 최초의 ‘캐치앤릴리즈’(낚은 고기 놓아주기)가 아닐까한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아마 정조의 낚시행사는 해마다 열리었고, 참여자의 수도 점차 확대된 모양이다. 이때 모인 초정된 사람들은 과거 집권세력과 친인척뿐만 아니라 신진 개혁세력도 포함되어 있었다.

정조에게 낚시는 단순한 개인의 취미를 넘어 국가를 운영하는 효율적인 통치 수단이었던 것이다.

'지자요수(智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이란 말이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뜻인데, 낚시를 진정으로 좋아하고 그 깊이와 가치를 이해한 정조는 정말 지혜로운 사람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제공=대한민국 NO.1 낚시방송 FTV(김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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