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 세종대학교 군자관에 한국낚시채널 FTV ‘낚시 in 피플’ 녹화를 위해 나이 지긋한 쟁쟁한 원로 만화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바로 심수회(心水會) 멤버들로 ‘수호지’의 故 고우영, ‘고인돌’의 박수동, ‘심술통’의 이정문, ‘맹꽁이 서당’의 윤승운, ‘머털도사’의 이두호, ‘주먹대장’의 故 김원빈, ‘까불이’의 지성훈 등 당대 최고의 원로 만화가로 결성된 낚시모임이다.
사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지 모르지만 지금으로 치면 윤태호, 강풀, 조석과 같은 인기 작가들을 능가하는 인기과 팬덤을 보유한 작가들이다.
심수회는 1970년 중반 결성되었는데, 명칭은 박수동이 제안한 심여수(心如水;마음이 물과 같다)에서 따 왔다고 한다.
그 당시 만화 작업실이 주로 동대문에 모여 있는데 이들은 우연찮게 취미가 낚시라는 것을 서로 알게 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렇게 심수회는 자연스럽게 결성되었고 낚시를 모르던 작가들도 한두 명씩 낚시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심수회는 그 시절 가장 유명한 만화가들 10명과 객원 멤버 1명으로 시작되었다.
이들 심수회 멤버들은 모두 개성이 강한만큼 저마다의 낚시 별명을 갖고 있다.
40년의 조력을 가지고도 아직까지 월척 한 마리도 낚지 못한 ‘불운조사’ 신문수. 입질이 없으면 애꿎은 저수지에 화풀이하고 낚시가방을 통째로 저수지에 쑤셔 박은 전력이 있는 ‘뿔따구 조사’ 이두호.
심수회의 종신 총무이자 남들이 월척 낚을 동안 피라미라도 낚아 회원들 술안주를 챙겨주는 ‘잔챙이 조사’ 이정문.
어디로 출조를 가든지 ‘2:8 법칙’을 준수하여 '낚시 2:소주 8' 법칙을 준수했던 ‘소주 조사’ 故 고우영. 2대째 내려오는 낚시도구를 물려받은 것은 물론 지렁이도 꼭 3등분해서 사용하는 ‘지렁이 조사’ 허어.
낚시가 돌멩이에 걸렸다고 우는 소리하다 알고 보니 60cm 우럭을 낚은 ‘돌멩이 조사’ 윤승운 등.
이런 이들이 한데 뭉쳤으니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어찌 없을까싶다.
하루는 심수회 멤버들이 ‘우리 낚시도 엄청 다니는데 전용 낚시터를 하나 사자’라고 의기투합해 그 당시(1980년대) 매달 5만원씩 10명이 돈을 모아서 5년 만에 3천만 원 가까운 돈을 모았다.
그래서 부동산에 밝은 윤승운이 저수지를 사려고 알아봤는데 저수지나 하천은 국가 소유물로 판매하지 않고 임대만 가능하다고해 긴급회의를 소집한 끝에 낚시터를 운영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해 결국 원대한 꿈을 포기하고 그 대신 두둑한 용돈을 챙겼다고 한다.
또 하루는 화천 파로호에서 故 고우영이 1미터나 되는 대물 잉어를 낚았는데 얼마나 컸냐면 비늘이 엄지 발톱만하고 눈이 탁구공보다 컸다고 한다.
주위에서 이런 영물을 가져가면 부정을 탄다는 말에 故 고우영은 거적때기에 몰래 싸서 집으로 가져와 보기 좋게 어탁을 뜨고 회로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후로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결국 그 어탁을 불살라 버리자 신기하게도 다시 건강해졌다고 한다.
그 날 출판사 앞마당에서 불을 붙였더니 용이 승천하듯이 하늘로 불길이 확 치솟았다는 미스테리까지 이들의 에피소드는 만화보다 더 만화같다.
사실 어떤 분야든지 정점에 있는 사람들은 경쟁의식이나 이해관계로 인해서 쉽게 친해지기 힘들고 설사 친해진다 하더라도 그 사귐이 오래 이어가기는 힘들다.
하지만 심수회 멤버들은 40년의 세월 동안 낚시라는 끈을 통해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오는 7월 27일부터 8월 21일까지 2016년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에서 그들의 삶과 우정의 의미를 재조명해 보는 ‘전설은 살아있다 : 40년 우정을 낚다, 심수회’전이 열린다.
제공=대한민국 NO.1 낚시채널 FTV(김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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