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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100] '월급 빼고 다 오른다?' 생활비 줄이기 대결

2019.12.28 오전 08:00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명언(?)이다. 아껴도 줄지 않는 생활비와 출근 비용, 집세 등 고정 지출, 그리고 스트레스받을 때면 나가는 '탕진 비용' 탓에 월급은 적게만 느껴진다.

실제로 직장인 절반 이상이 다음 월급일 전에 월급을 다 소진하는 '월급 보릿고개'를 경험한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하지만 생활비를 갑자기 줄이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2020년 새해를 앞두고 YTN PLUS 기자 세 명(정윤주·이은비·문지영 / 이하 정·이·문)이 5일간 생활비 줄이기 도전에 나섰다. 늘 '월급 보릿고개'에 시달리면서도 큰 고민 없이 지출하는 습관을 가진 세 명이 회사에 출근하는 평일만이라도 생활비를 줄여보자는 취지였다.


위=우리가 정한 규칙/ 아래= MBC 프로그램 '만원의 행복' 7계명

규칙은 2000년대 초반 인기 프로그램 MBC '행복주식회사-만원의 행복'(이하 '만원의 행복)에서 약간 빌려왔다. '만원의 행복'에서는 연예인들이 일주일 동안 1만 원으로 버티지만, 프로그램 시작으로부터 16년이 지난 현재 물가와 점심을 사 먹어야 하는 직장인의 현실을 고려해 하루 '최대' 1만 원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요즘은 점심값만 1만 원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11월 서울 기준 1인 외식비 평균은 냉면이 8,962원, 비빔밥 8,769원, 김치찌개가 6,423원, 삼겹살이 16,325, 삼계탕이 14,462원 등이다.

식비 외에도 교통비, 음료비 등 회사에 나오면서 쓰게 되는 '출근비용'과 퇴근 후 생활비, 충동구매도 줄여보기로 했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만든 스파게티

1. 직장인 하루 만 원 살기, 쉬운 일이 아니다. 저녁은 뭐 먹고 살았나?

(정) 냉동실에 오래된 식자재가 꽤 있어 따로 장을 볼 필요가 없었다. 냉동실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얼린 생선, 햄으로 스파게티도 해 먹고 너무 쉬어서 버려야 되나 싶었던 김치로 찌개와 볶음밥도 해 먹는 등 '냉장고 파먹기'를 했다. 생각보다 냉장고에 먹을만한 재료들이 있더라. 다행히 배탈은 안 났다. (웃음) 자꾸 새로운 음식, 입에 맛있는 음식만 찾다 보니까 냉동실에 음식이 그렇게 많이 남은지도 몰랐다.

(이) 냉장고에 물 아니면 계란 정도만 채워져 있는 1인 가구라 하루 만 원으로 외식은 무리여서 반찬 만들기에 도전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천원으로 반찬 만들기' 영상을 참고했다. 우선 마트에 가서 천원 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반찬을 물색해 980원짜리 부침 두부를 골라 두부조림을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두부조림을 만들려던 찰나, 간장도 고춧가루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천 원짜리 반찬을 사도 소용이 없는 순간이었다. 결국, 염치 불구하고 직장 동료의 집에서 두부조림을 만들었다. 돈은 아꼈으나 맛은 노코멘트 하겠다.


가장 싼 식재료로 만든 '두부조림'

(문) 만 원이면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트에 가서 보니 선뜻 물건을 사기가 어렵더라. 과자 하나를 사려고 해도 1,000원이 넘으니 평소와는 달리 장바구니에 아무것도 넣을 수가 없었다. 반찬거리를 사러 갔다가 간식으로 먹을 1,300원짜리 요거트 하나 사고 돌아왔다. 그래서 주말에 장 봐둔 식자재들을 평일에 최대한 활용하려고 했다. 식자재 물가가 높다는 걸 한 번 더 체감했다.



2. 도시락을 싸서 가지고 다녀보니 어땠는지?

(정) 회사가 있는 상암동은 유독 밥값이 비싸다. 사 먹으면 건강한 음식보다는 입에 맞는 음식을 찾게 되는데 너무 자극적이다. 빨리 쌀 수 있는 도시락을 싸니까 샐러드, 닭가슴살, 계란 같은 걸 싸 오게 돼 오히려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부지런해지면 건강할 수 있더라.


소비를 줄이려 도시락을 싸다가 시간이 없어 택시를 타는 역설적인 상황

(이) 이번 체험 유일한 1인 가구로 냉장고에는 물과 계란뿐. 즉석밥이 구비되어 있지 않은 이상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일이란 나에겐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번 체험 중 도시락을 딱 한 번 싸왔다. 그것도 주말 동안 부모님이 오셔서 그나마 반찬이 생겨서 가능했다.

하지만 아침에 도시락을 챙기다 보니 택시를 타게 됐다.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넣고 밥만 데워서 넣는데도 그랬다. 택시비는 8,200원. 그냥 식권 쓰고 버스타는 게 나을뻔했다.

(문)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우선 점심에도 자극적인 찌개나 밀가루가 아니라 직접 만든 집밥을 먹으니 속이 편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도시락을 먹어서 그런지 굉장히 맛있더라. 또 메뉴를 고민하거나 식당까지 나가는 시간 없이 빠르게 도시락을 먹고 남은 시간에 낮잠을 자거나,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기도 하면서 알차게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별다방, 콩다방 대신 '400원짜리 커피'

3. 하루 만원 살기, 가장 큰 고비는?

(정) 손흥민 경기를 보느라 거의 밤을 새웠더니 깜빡 잠들었다가 출근 시간 30분 전에 깼다. 택시를 타서 8,500원이 나왔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친구와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우리 집 와서 계란 삶아 먹자고 했더니 크게 화를 냈다. 절교당할 뻔 했다. 아끼는 것과 궁상떠는 건 구분하라는 잔소리도 들었다. 하루 만 원으로 살기 5일 체험은 가능했지만 1년 내내 이렇게 살면 친구를 다 잃을 것 같다.

(이) 아침 커피를 참는 게 가장 힘들었다. 습관처럼 먹던 커피여서 그런지 괜히 커피를 안 먹으니 일도 잘 안되고 더 피곤한 건 같은 기분이었다. 결국, 다른 팀원들과 달리 2번이나 식권으로 커피를 서서 반 잔을 마셨다. 총 2천 원을 지출한 것. 하루 2잔씩 매번 만원 가까이 지출하던 것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줄어 들었다. 커피 습관을 깊이 반성했다.


2,000원짜리 커피를 나누어 먹는 모습

(문) 커피 중독이라 카페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어느 날은 퇴근 후 카페에 가서 무려 평소에 먹지도 않은 핫초코(5,500원)를 시켜 먹었다. 달달한 게 당기는 날이었다. 물론 먹고 나서 후회했다.

집과 회사에도 커피 머신이 있지만(집에서 사용하는 캡슐은 하나에 600원 정도, 회사의 커피머신은 무료다) 잠깐 커피 내리는 것이 귀찮고, 텀블러를 깜빡했다는 이유로 매일 4~5천 원을 써왔다. 계산해보니 이것만 절약해도 한 달에 약 10만 원은 절약할 수 있던 셈이었다. 그래서 체험이 끝난 지금은 텀블러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 이번 체험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다.

4. 가장 많이 지출한 부분은?


문지영 기자가 27,300원을 남기며 1위를 기록했다.

(정) 의외로 식비보다 교통비가 더 많이 나왔다. 아무래도 집에 쌀도 있고, 집에서 보내준 반찬도 있고 해서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점심값에 가장 많은 지출을 했다. 도시락을 싸려고 해도 반찬을 만드려며 재료를 사야 했기 때문에 1인 가구인 나로서는 차라리 식권을 쓰는 편이 저렴했기 때문.

(문) 기본적으로 출퇴근에 드는 대중교통비는 피할 수 없으니 가장 많이 들었다.


텀블러로 회사 커피 머신을 이용하는 모습

5. 지난주보다 생활비는 얼마나 절약했는지?

(정) 부끄럽지만 타고난 게으름 탓에 일주일 내내 택시를 타곤 했다. 주말 출근까지 하면 교통비만 1주일에 6만원이고 하루 못해도 2잔씩은 커피 마시고, 밥 사 먹는 비용까지 하면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 전주 5일 동안은 129,500원을 썼는데 5일 동안 32,800원을 썼으니 체험 동안 평소의 1/4밖에 쓰지 않았다.

(이) 교통비부터 정말 확연히 달랐다. 집과 회사의 거리가 그닥 멀지 않지만 만원 버스라는 핑계로 거의 택시를 이용했기 때문. 체험 기간 동안 교통비로 총 10,900원을 썼지만 그 전주에는 47,200원을 지출했다. 교통비에 커피, 점심, 저녁 약속으로 인한 지출, 친구 생일 선물 등의 지출까지 포함하면 체험 전 5일 동안은 246,220원을 사용했다. 무려 20만원 이상을 아꼈다.

(문) 체험 직전 평일 5일 동안 사용한 교통비, 식비, 음료비, 기타 물건 구매 비용을 다 합치면 총 95,150원이었다. 그 전주에는 출근하면서 택시를 한 번 탔고, 갑자기 비가 와서 편의점에서 6,000원짜리 우산을 구매했다.

또 회사 인근에서 할인 행사를 하는 의류 매장이 있길래 티셔츠 두 벌도 샀고 회사 인근이 밥값이 비싼 편이라 한 끼에 11,000원 하는 내장탕도 먹었더라. 전주보다 72,450원이나 절약한 것인데, 이 금액이 한 달 동안 모이면 30만 원에 달한다.




6. 실천하며 어땠나? 앞으로도 소비 줄일 의향 있는지?

(정) 30분 더 자고 택시 탄다고, 점심에 조금 더 맛있는 거 먹는다고 회사에서 행복해지지 않더라. 그저 소비하는 습관이 굳어져 왔을 뿐이었다. 내 미래를 생각하며 소비습관을 바꿔보겠다.


택시비, 배달 앱 VIP 등 과소비의 흔적

(이) 도시락은 힘들 것 같지만 택시를 안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건 꼭 실천해야겠다. 이번 체험을 하면서 편의점 800원대 컵라면과 천원대 컵라면을 고민하는 나를 발견했다. 물건 하나하나의 가격을 제대로 들여다본 것도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앞으로도 가계부 앱을 이용해 한 달 지출을 적어 볼 생각이다.

(문) 평일에 고정적으로 나가는 출근 비용이라 줄이기 힘들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조금의 노력과 부지런함으로 5일 동안 7만 원을 아꼈다.

평소 가장 지출이 많은 택시비, 밥값, 커피비를 줄이는 노력은 이번 체험을 계기로 계속하고 있다. 기존에는 대형 마트에서 사던 과일을 살 때도 동네 과일가게를 들여다보게 되고, 큰 고민 없이 인터넷으로 주문하던 책은 중고 서점에 가서 반값에 사기도 했다.

7. 그 외에 있었던 에피소드나 남기고 싶은 말은?

(정) 체험 기간 동안 회사 근처에서 브랜드 아웃도어 패밀리세일을 했다. 평소 같으면 사는 게 남는 거라며 몇 개씩 충동구매를 했을 텐데, 돌이켜보면 그렇게 산 물건 가운데 제대로 쓰고 있는 물건은 거의 없다. 패밀리 세일은 50% 저렴하지만 안 사니까 100% 저렴하다. 앞으로도 계획 없이는 안 사겠다.


팝콘 대신 귤, 야식은 '사발면'

(이) 체험 기간 동안 영화를 보자는 친구의 제안이 있었다. 영화는 정말 큰 지출이기 때문에 무조건 피해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보고 싶어서 찾아보다가 나에게 영화 1+1 쿠폰이 있다는 사실을 1년 만에 알게 됐다. 평소였으면 잘 들여다 보지 않은 쿠폰함이었으나, 이번 체험으로 올해까지 쓸 수 있는 쿠폰을 발견한 것이다. 나는 쿠폰을 제공하고 친구가 1매 값을 지불해 영화를 봤다. 그리고 영화관에서 팝콘을 사 먹는 대신, 집에서 귤을 가져가 극장 간식에 대한 유혹을 뿌리쳤다. 하지만 집에 가는 길에 삼각김밥과 컵라면에 돈을 썼다. 그래도 팝콘보다는 저렴했다.

사실 많은 분이 내 지난주 지출을 보고 황당해하실 것 같다. 정말 지난주에는 단 하루도 택시를 안 탄 날이 없었다. 만원 버스라는 부분은 핑계에 불과하다. 그냥 게을러서 그랬던 것 같다.



(문) 5일의 체험 동안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은 카레였다. 점심, 저녁값까지 아끼기 위해 한 번에 많이 끓여두고 네 끼 연속 먹었다. 또 크리스마스이브였던 24일 저녁엔 매콤한 게 먹고 싶어 집에 있던 라면을 끓여 먹었다. 평소에도 돈을 아껴 쓰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늘 월급날 직전엔 현금 부족에 시달렸다.

누군가는 '회사에서 식권비를 보조해주는데 왜 돈을 그렇게 많이 쓰냐'라고 비난할 수도 있고, 반대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스갯소리로 '월급 빼고 다 오르는 마당'에 소비 습관을 한 번 돌아보면서 줄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의미 있었다.




지금까지 '해보니 시리즈'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YTN PLUS 정윤주 이은비 문지영 기자
(mobilepd@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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