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스콘신주 한 약사가 "코로나19 백신이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500여 명 분량의 모더나 백신을 폐기해 경찰에 붙잡혔다.
5일(현지 시각) AP 통신, 미국 ABC 뉴스 등에 따르면 위스콘신주 밀워키 인근 그래프턴시 경찰은 비영리 건강 관리 네트워크 아드보케이트 오로라 헬스 케어 소속 약사 스티븐 브란덴버그(46)를 모더나 백신 무단 폐기 혐의로 붙잡았다.
브란덴버그가 폐기한 모더나 백신은 총 57병이다. 이는 500명 이상에게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수사 당국은 설명했다. 폐기된 백신 가격은 8,000달러에서 11,000달러(약 868만 원~1,193만 원) 상당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재판 전 열린 화상 예심에서 "브란덴버그가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는 믿음을 갖고 있고 그가 최근 아내와 이혼해 불안정한 상태이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브란덴버그는 음모론자로 여겨지는 인물이며, 백신이 사람들의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킬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그가 의도적으로 백신을 폐기하려 했다는 것이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실제로 온라인상에는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가짜 정보가 유포되고 있다. 그중 가장 초기에 확산한 음모론은 코로나19 백신이 인간의 DNA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설이다. 화이자·바이오앤테크, 모더나 백신 등 mRNA 기반 백신이 모두 위험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백신이 인간의 유전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드보케이트 오로라 헬스 케어의 제프 바 최고 책임자는 "브란덴버그가 지난달 24일부터 25일까지 냉장고에 보관된 백신을 의도적으로 꺼냈다가 되돌려놓았다고 자백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모더나 측에 해당 백신의 효능이 실제로 떨어졌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아직 브란덴버그를 기소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브란덴버그를 상대로 1만 달러(한화 약 1,085만 원)의 보석금을 요구하면서 소유한 총기류를 반납하고, 의약 관련 업무에 종사하지 않고 회사 직원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명령했다.
브란덴버그는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이며 부부 사이에는 어린 자녀 두 명이 있다. 그의 전 아내의 증언에 따르면 브란덴버그가 지난 12월 초 아내의 집에 정수기와 30일 분량 음식을 가져다주면서 "세상이 곧 멸망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사이버 공격을 계획하고 있고 전기도 끊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내는 또 브란덴버그가 총기류를 갖고 있고 음식을 대량 사재기하는 등 불안 증세를 보였다고 증언했다. 이에 법원은 이들의 아이들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판단하고, 브란덴버그와 아이들이 함께 머무는 것을 금지한 상태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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