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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자락 붙잡고 미안하다더니"…2심 끝나자 돌변한 '진주 칼치기 가해자' [포스트잇]

포스트잇 2021.05.07 오후 06:21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가해자는 형이 너무 무겁다고, 검사는 형이 너무 가볍다고 맞선 항소를,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심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가해자 59살 C씨가 받은 형벌은 1심과 똑같은 '금고 1년'. 법원의 양형 기준엔 부합할지 몰라도, 피해자와 그 가족의 원통함을 위로하긴 어려웠습니다.

"엄마가 동생한테 2심 선고 결과를 말해줬는데, 동생은 1심이랑 형량이 똑같다는 말을 듣고 아무 대답을 안했대요. 대한민국 법은 누구를 위한 법인가란 생각이 들 정도예요."


피해자 A양의 삶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9년 12월 16일에서 완전히 멈춰 섰습니다. 집에 가려고 시내버스를 탔을 뿐인데, 눈을 떠보니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 돼 있었습니다.


[사진 설명] 2019년 12월 16일, 가해자 차량이 시내버스 앞으로 끼어들고 있다.

가해자 C씨가 무리하게 우회전하다 시내버스와 추돌했고, 뒷좌석에 앉으려던 A양은 순식간에 미끄러져 내려와 버스 동전함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습니다. 6시간의 대수술에도, A양은 목뼈가 골절돼 '사지마비' 상태로 온종일 병상에서만 누워 지냅니다.

"아직도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움직이지 못하거든요. 우울증이 심해서 가족들과 대화도 잘 안하려고 해요. 동생이 가족들한테 짐이 된다고, 사고 났을 때 죽었어야 한다면서, 이제는 혼자 죽을 수도 없다고 펑펑 우는데, 옆에서 듣고 있는 엄마 마음은 오죽했겠어요."


[사진 설명] '칼치기' 사고로 사지가 마비돼 병상에 누워있는 A양

"엄마가 24시간 내내 동생을 간병하고 있는데, 코로나까지 겹쳐서 간병인 교대가 안 돼요. 저희가 주말에 가서 교대하고 싶은데, 병원에서 허락하지 않으니까 너무 답답해요. 1년 5개월을 엄마 혼자서 간병하고 있는데…."


그런데, A양 가족을 더욱 힘들게 한 건 가해자와 그 가족의 태도였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 가족이 법정에 나와 있는 걸 알면서도 단 한 번도 고개 숙이지 않았거든요. 가해자도 제 동생과 동갑인 딸을 키우는 입장이면서 왜 그럴까, 정말 이해가 안 돼요."

"가해자 가족도 우리 옷자락을 붙잡고 어린 학생한테 상처를 줘서 미안하다, 선처해 달라고 했었는데, 2심 선고가 끝나자마자 진짜 뒤도 안 돌아보고 법정을 나가더라고요. 결과가 어떻든 미안하다 한 마디는 하고 갈 줄 알았거든요. 그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찌나 허망하고 어이가 없는지…."


[사진 설명] 피해자 A양의 큰 언니

사고 이후 A양은 병원을 4차례 옮겼습니다. 대형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는 게 쉽지 않아서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A양이 파란 하늘을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병원을 옮기는 그 짧은 순간뿐입니다.

"사고가 있고 나서 일주일 후부터 대학 원서를 넣는 시기였거든요. 그런데 동생은 대입 원서를 적어보지도 못했어요. 너무 건강했고, 사랑스러웠고…. 학교에서 반장도 하고 책임감 강한 동생이었는데, 사고로 모든 걸 잃어버렸잖아요. 정말 막막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A양의 큰 언니는 희망의 끈을 절대 놓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늦둥이 막내딸로 집안의 자랑이었던 동생이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아 언젠가는 꼭 혼자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간절하고도 특별하지 않은, 소박한 바람도 밝혔습니다.

"가족끼리 소소하게 밥 먹고 같이 주말에 나들이 가고, 그냥 그 평범한 일상이 너무 그리워요. 꼭 여행을 가거나 한다는 게 아니라 엄마랑 동생까지 다 같이 둘러앉아서 밥 한 끼 먹고 싶어요."




제작: YTN 권민석 기자(minseok20@ytn.co.kr)
YTN PLUS 정원호PD(gardenho@ytnplus.co.kr)
YTN PLUS 함초롱PD(jinchor@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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