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성과급을 앞둔 회사에서, 직원들의 계약서 조작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평택사업장 직원들을 상대로 주거비 지원금 부정수급 의혹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조사 대상은 1천 명 수준입니다. 언론에 보도된 100명 안팎보다 훨씬 큰 규모입니다.
회사는 2022년부터 저연차 직원에게 월 최대 70만 원, 연간 최대 840만 원의 주거비를 지원해 왔습니다.
본가가 멀거나 교대근무 탓에 사업장 인근에 따로 거처를 마련해야 하는 직원을 위한 제도입니다.
조건은 전용면적 33제곱미터, 10평 미만의 오피스텔과 원룸, 1.5룸입니다.
일부 직원이 이 조건을 맞추려고 임대차계약서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입니다.
[1. 네 가지 수법]
월세 지원금을 부정 수급한 방식은 크게 네 가지였습니다.
첫째, 평수를 줄여 적는 방식입니다. 실제로는 33제곱미터가 넘는 집이나 투룸에 살면서 계약서에는 원룸으로 기재하는 겁니다.
둘째, 관리비를 월세에 포함시키는 방식입니다. 관리비는 지원 대상이 아닌데, 이를 월세 항목에 넣어 지원금을 늘리는 겁니다.
셋째, 이른바 '월세깡'입니다. 실제 월세가 50만 원인데 70만 원으로 신고하고, 차액 20만 원을 집주인에게 다시 돌려받는 방식입니다.
넷째, 이중 계약입니다. 실제 계약서와 회사 제출용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 겁니다.
회사는 제출 서류와 실제 임대 조건을 대조하고 있고, 일부 직원에게는 건축물대장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2. "다들 한다더라" 관행이 되는 과정]
범죄학에는 '중화 기술'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사람은 규칙을 어기기 전에 먼저 그 행동을 정당화할 이유부터 만든다는 설명입니다.
이번 사안에 대입하면 이렇습니다.
부동산에서 원래 다 그렇게 한다더라.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깁니다.
회사가 이 돈 없다고 망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피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기들 다 받는데 나만 안 받으면 손해다. 다수가 하는 일이라고 여깁니다.
실제로 조사 대상 직원들 사이에서는 중개업소의 말을 듣고 누구나 하는 일인 줄 알았다는 취지의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제로 몇 명이 그렇게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다들 한다는 말이 원룸촌과 동기들 사이에서 돌면서, 규정 위반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진 겁니다.
[3. 20만 원이 사기죄가 되는 지점]
이번 사안의 무게는 사내 징계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실제와 다른 계약서를 제출해 지원금을 받았다면, 원래 받았어야 할 금액과 실제 받은 금액의 차액에 대해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허위 계약서 작성이나 차액 반환을 도운 중개업소와 집주인에게도 방조나 교사 책임이 검토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4. 하필 성과급을 앞둔 시점]
이 사안이 유독 크게 번진 데에는 시점이 작용했습니다.
반도체 실적이 개선되면서 DS 부문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예상되던 시기에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여론의 온도는 여기서 결정됐습니다.
다만 성과급은 성과에 대한 보상이고, 주거비 지원은 근무지 이동에 따른 비용 보전입니다. 두 제도의 성격은 다릅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안이 도덕적 문제로 읽히는 이유는, 받을 만큼 받는 조직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어려운 부분은 처벌이 아니라 형평입니다.
수백 명을 한꺼번에 중징계하면 인력 운용에 타격이 옵니다. 그렇다고 가볍게 넘어가면 규정을 지킨 직원만 손해를 봅니다.
규정을 지킨 사람이 손해 보는 구조가 확인되는 순간, 제도는 신뢰를 잃습니다.
재발을 막는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현재 기준은 33제곱미터 미만이면 연간 최대 840만 원, 넘으면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기준선은 경계에 선 사람에게 계속 고민을 안깁니다.
구간을 나눠 지급하는 방식 같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이번 일의 출발점은 제도가 아니라 각자의 선택이었습니다.
같은 기준 아래에서도 대부분의 직원은 서류를 고치지 않았습니다.
월 70만 원짜리 복지 하나가, 조직의 신뢰를 시험대에 올렸습니다.
한방이슈 김재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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