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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고통스러울 정도"...한국계도 연루된 '성범죄' 파장 [한방이슈]

한방이슈 2026.10.08 오전 09:46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코넬대학교가 거센 비판에 휩싸였습니다.

발단은 2년 전 한 남학생 사교클럽 하우스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한 여학생이 클럽 회원 7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습니다.

검찰은 기소하지 않았고 대학은 비공개 징계 절차로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당시 징계 내용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집단 성폭행 의혹을 받은 이들 가운데 일부가 받은 처분은 교육 이수와 ‘반성문 작성이었습니다 .

의혹을 받는 7명 가운데에는 한인 학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성폭행 의혹 남학생 : 그 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거나 하는 식의 말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출처 : ABC 뉴스)]

결국 뉴욕주지사가 직접 나섰고, 주 검찰총장이 특별검사로 임명됐습니다.

2년 동안 멈춰 있던 사건은 왜 지금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요?

[1.끔찍했던 2024년 10월 19일 밤]
사건은 2024년 10월 19일 밤에 일어났습니다.

코넬대 조사관들이 남긴 기록에는 그날 밤 회원들이 받은 혐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그 내용이 "읽기 고통스러울 만큼 상세하다"고 전했습니다.

법정에서 '제인 도'라는 가명으로 불리는 여학생은 당시 스무 살이었습니다.

저녁 내내 술을 마신 그녀는 밤 11시쯤 술집에서 혼자 걸어 '카이 파이' 사교클럽 하우스를 찾았습니다. 알고 지내던 회원 한 명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녀는 조사관들에게 당시 취한 정도가 10점 기준 5점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그 회원은 다른 회원 한 명과 함께 셋이 관계를 갖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케타민과 술을 건넸다고 그녀는 주장합니다.

이후 동의할 능력을 잃은 상태에서 다른 회원들도 성적 행위를 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공분을 산 대목이 있습니다.

회원 한 명이 다른 회원들에게 스냅챗 메시지를 보내, 옷을 벗은 피해자가 있는 침실로 들어오라고 부추겼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메시지를 읽은 회원들이 실제로 방에 들어갔습니다.

그녀는 그날 밤이 끝나갈 무렵 거의 환각 상태에 빠졌을 때도
성관계가 이어졌다고 진술했습니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피해자 측 주장입니다.

7명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지금까지 형사 기소된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2. 퇴학부터 '성찰문'까지, 제각각이었던 징계]
형사 절차는 일찍 멈췄습니다.

관할 톰프킨스카운티 지방검찰은 2024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학은 별도의 절차를 밟았습니다.

연방 교육법(‘타이틀 IX’)에 따라 3인 위원회를 꾸렸고, 2025년 5월 12일 동안 화상으로 심리를 진행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징계 요약 문서를 보면, 처분은 사람마다 크게 달랐습니다.

피해자가 만나러 간 회원과 스냅챗 메시지를 보낸 회원, 이 두 명은 퇴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위원회는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자신의 이익과 다른 이들의 즐거움을 위해 피해자를 조종하고 착취하며 위험에 빠뜨렸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른 두 명은 각각 2년과 세 학기 정학을 받았고, 복학한 뒤에도 징계 관찰 대상이 됩니다.

이미 졸업한 한 명은 3년 동안 캠퍼스 출입이 금지됐습니다.

나머지 두 명에게 내려진 처분은 피해자 접촉 금지였습니다.

여기에 성희롱과 소셜미디어 이용, 방관자 개입에 관한 학습, 그리고 ‘반성문' 작성이 더해졌습니다.

이들은 스냅챗 메시지를 읽고 방에 들어간 무리에 포함됐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반성문은 정학을 받은 두 명에게도 함께 부과됐습니다.

피해자 측은 징계가 혐의의 심각성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합니다.

피해자 측 변호사(토머스 지우프라)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이들 중 두 명을 제외하면 모두 코넬대 졸업장을 받고 그 혜택을 누리며 살아갈 것입니다.

반면 제인 도는 대학을 졸업할 수 있을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합니다."

반대로 대학의 판단을 가볍게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조사관들이 모은 면담 녹취록과 경찰 보고서 등 기록은 1,000쪽이 넘습니다.

위원회는 피해자가 지목한 7명 모두가 성폭행을 했다고 보지 않았고, 각자의 행위에 따라 책임을 나눴습니다.

해당 사교클럽은 교내 활동이 금지됐습니다.

[3. 소장 속 한 문장, 2년 만에 뒤집힌 사건]
사건이 다시 불붙은 계기는 지난 9월 16일 피해자가 낸 민사소송입니다.

피해자는 소장에서 회원들을 만난 순간부터 이미 심하게 취해 있어 동의할 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소장 속 한 문장이 불을 질렀습니다.

피고들 모두에게 "에세이(반성문)를 제출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경감받을 기회"가 주어졌다는 내용입니다.

코넬대는 이 주장이 실제 경과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학생 사생활을 보호하는 연방법을 이유로 구체적인 설명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해명이 비어 있는 사이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끓어올랐습니다.

피고들에게는 '코넬 세븐'이라는 별칭까지 붙었습니다.

[존 하트넷 / 코넬대 재학생 :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구 사항은 가해 연루자들에 대한 제적 및 모든 학위 취소, 그리고 이곳 코넬대의 사법·징계 시스템을 독립적인 기관으로 개혁하는 것입니다.]

[릴리로즈 마스 : 이번 일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처벌을 받는 건 확실히 중요합니다. 진짜 감옥에 가야 합니다.]

이후 상황은 일주일 사이에 숨 가쁘게 전개됐습니다.

먼저 지방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매슈 반 하우텐 지방검사장은 소장에 담긴 주장이 2년 전 경찰 진술과 "극적으로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코넬대의 사건 처리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9월 30일에는 코넬대가 외부 조사를 받아들였습니다.

이튿날인 10월 1일, 호컬 주지사는 레티샤 제임스 주 검찰총장을 형사 기소 권한을 가진 특별검사로 임명했습니다.

호컬 주지사는 코넬대 경찰 수사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다며, 지방검사의 수사와 기소 능력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밝혔습니다.

10월 3일에는 마이클 코틀리코프 코넬대 총장이 영상 성명을 냈습니다.

[마이클 코틀리코프 / 코넬대 총장 : 이 사건은 성폭력과 인간의 존엄성 훼손, 그리고 파티 문화와 음주·약물 사용의 일부 양상을 둘러싼 가슴 아프고 심각한 문제들을 제기합니다. 의혹이 신고된 뒤 이뤄진 조사 과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집니다.]

[4. 누가 사건의 전체를 봤나]
이번 사건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피해 신고 이후 대학 경찰과 검찰, 대학 징계위원회가 각자 절차를 밟았지만, 어느 곳도 사건 전체를 들여다보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 하우텐 검사장은 자체 수사 없이 코넬대 경찰의 수사 결과에 의존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코넬대 경찰이 확보한 목격자 진술 등 추가 증거를 검찰이 검토하지 않았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캐시 호컬 / 뉴욕주지사 : 어떤 세상에서 경찰이 피해자로부터 사적 모임 남학생 자치 모임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5명의 남성에게 말 그대로 집단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을 전달받고도 이 고발 건을 지방검찰청에 넘기지 않을 수 있습니까?]

1,000쪽이 넘는 기록을 쌓은 대학 징계 절차는 형사 절차와 따로 움직였습니다.

물론 반대편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먼저 진술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검사장의 말대로 2년 전 경찰 진술과 지금의 소장 내용이 크게 다르다면, 이 차이는 앞으로 수사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입니다.

다음은 여론 재판에 대한 우려입니다.

반성문 처분을 받은 회원 가운데 한 명은 대학 판단에서도 성폭행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대학은 그에게 이보다 가벼운 '성적 착취 미수'를 적용했습니다.

기소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름이 퍼지고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 대해, 무죄추정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우려는 한인 학생을 둘러싼 반응에서도 드러납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서는 한인 학생의 가족 배경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름을 바꿔 수업을 듣고 있다는 주장까지 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대학이나 수사기관, 주요 언론이 확인한 내용은 없습니다.

피해자가 2년 동안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는 분노는 정당합니다.

하지만 그 분노가 확인되지 않은 신상 폭로로 번지는 순간, 이 사건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정치적 해석도 있습니다.

뉴욕주지사는 당연직으로 코넬대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호컬 주지사는 다음 달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개입에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7명의 유무죄만이 아닙니다.

한 학생의 신고가 대학 경찰과 검찰, 대학 징계위원회를 차례로 거쳤지만, 그 어디서도 사건은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년이 흘렀습니다.

다만 여론의 분노가 판결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7명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누구도 아직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공은 특별검사에게 넘어갔습니다.

특별검사가 보여줘야 할 것은 여론에 대한 응답이 아닙니다.

2년 전에 했어야 할 제대로 된 수사입니다.

지금까지 한방이슈 김재형입니다.


참고 기사 : 뉴욕타임스, CNN, NBC, 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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