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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회사, 사상 최대 상장에 나서다...앤트로픽 IPO의 역설[한방이슈]

한방이슈 2026.10.29 오후 03:02
“인류에게 재앙적이거나 실존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보통의 기업이라면 투자설명서에 절대 넣지 않을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을 스스로 적어 넣은 회사가 역사상 가장 큰 상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AI 챗봇 '클로드'를 만든 미국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입니다.

앤트로픽은 현지시간 2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상장 신청서를 공개 제출했습니다.

종목 코드는 ‘ANT’, 나스닥 상장이 목표입니다.

월가에서는 1,0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하고 기업가치는 최대 2조 달러, 우리 돈 약 2,7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현실이 되면 스페이스X가 세운 사상 최대 IPO 기록을 넘어섭니다.

스스로의 위험성을 경고한 기업의 기술에 시장은 역대 가장 큰 돈을 걸려 하고 있습니다.

[1. 매출 3.5배, 그리고 적자 807억 달러]
앤트로픽이 공개한 숫자는 놀랍습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3억 달러입니다.

지난해 1년 매출 46억 달러의 3.5배를 반년 만에 벌었습니다.

2분기에는 9억 7천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상반기) 순손실은 807억 달러에 달합니다.

적자의 대부분은 장부상 숫자입니다.

앤트로픽은 그동안 투자를 받으면서 전환사채 즉, 나중에 주식으로 바꿔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회사 몸값이 뛰면서 바꿔줘야 할 주식의 가치도 함께 뛰었습니다.

회계상으로는 이게 회사가 갚아야 할 몫이 늘어난 것으로 잡힙니다.

실제 현금이 빠져나간 손실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오히려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39억 달러의 현금이 들어왔습니다.

진짜 부담은 따로 있습니다.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맺은 컴퓨팅 인프라 약정이 5,400억 달러를 넘습니다.

AI는 쓰면 쓸수록 더 많은 연산이 필요한 사업입니다.

성장 속도가 꺾이는 순간 이 약정은 고스란히 고정비로 돌아옵니다.

[2. 주식은 사도, 회사는 가질 수 없다]
공모주를 사려는 투자자가 알아야 할 대목도 있습니다.

창업자 7명이 세운 회사가 가진 특별주식 단 1주가 전체 의결권의 50.1%를 갖습니다.

여기에 금전적 이해관계가 없는 5명으로 구성된 '장기이익신탁'이 이사회 과반을 뽑습니다.

투자설명서는 이런 구조가 일반 주주의 영향력을 "사실상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앤트로픽은 이윤과 함께 공익을 법적 목적으로 삼는 '공익법인'입니다.

안전을 이유로 모델 출시를 미루는 결정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도 담았습니다.

실제로 안전 문제로 차세대 모델 훈련을 한 달 넘게 멈춘 적이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평가는 엇갈립니다.

상업적 압박으로부터 안전 원칙을 지키는 방파제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반면 투자자의 돈은 받되 견제는 받지 않겠다는 창업자 중심 구조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3. 워싱턴과의 전쟁]
가장 큰 변수는 미국 정부입니다.

앤트로픽은 자사 AI가 미국 내 대규모 감시나 완전자율무기에 쓰이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기관에 앤트로픽 기술 사용 중단을 지시했습니다.

국방부는 더 나아가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했습니다.

적성국 기업에나 붙던 이 딱지가 미국 기업에 붙은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법정 공방은 엎치락뒤치락입니다.

8월 1심 법원은 정부 조치를 보복성으로 판단했지만 9월 항소법원 재판부는 정부의 지정을 유지했습니다.

앤트로픽은 재심리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국방부는 합법적인 모든 용도에 AI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6월에는 상무부 수출통제로 최신 모델 제공을 전면 중단했다가 3주 만에 재개하기도 했습니다.

투자설명서는 비슷한 조치가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상장 서류를 공개하기 하루 전, 다리오 아모데이 CEO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힙니다.

[4. 시장의 시험대]
시장 분위기도 녹록지 않습니다.

스페이스X 주가는 상장 이후 한때 공모가 아래로 내려앉았습니다.

경쟁사 오픈AI는 상장을 내년으로 미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I 투자 수익에 대한 의구심과 금리 부담 속에 일부 AI 기업들은 상장 일정을 늦췄습니다.

국내에서는 2023년 1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약 0.3%를 가진 SK텔레콤이 지분가치 재평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앤트로픽 상장은 한 기업의 데뷔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AI의 안전과 이익이 한 회사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지 시장이 처음으로 값을 매기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앤트로픽은 위험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90쪽이 넘는 위험 요인을 투자설명서에 적었습니다.

차고 넘치는 경고를 읽고도 돈을 거는 판단은 이제 투자자의 몫입니다.

한방이슈 김재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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