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쏙] 한국은행 과연 독립적인가?...정부와 '금리 신경전'

2016.10.11 오후 05:01
[앵커]
모레(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금리 결정을 앞두고 정부와 한국은행의 기싸움이 재연되면서 한국은행의 독립성 문제가 또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대건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독립성은 법으로 보장돼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죠?

[기자]
독립성이 법적으로 보장된 것과 실질적으로 그러냐는 다른 것 같습니다.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침해되고 있다는 우려가 많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4일,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주열 총재가 한국은행의 수장으로 온 이후 금리를 5차례나 내린 것과 관련한 여러 지적이 있었습니다.

먼저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주열 총재 부임 이후 5번이나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서 가계 부채가 21% 정도 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면서 내수 진작 효과는 없고 서민들 주거비 부담만 가중됐다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당 김종인 의원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해도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며 한국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이끄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짚었습니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국민은 한국은행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한국은행을 얼마나 압박하느냐를 보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이어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도 한국은행이 정권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결정을 한다는 생각은 시장에서 보기 어렵고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게 중론이라며 맹렬히 비판했습니다. 표현은 다양하지만 결국 한국은행의 독립성 침해 우려를 지적한 겁니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정책을 정부의 주문대로 한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금리 결정을 앞두고 정부는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한국은행은 방어하는 듯한 이런 모습, 익숙한 것 같은데요. 이전에도 있었던 것 아닙니까?

[기자]
정부는 협조를 구하거나 더 나아가 압박하는 모습처럼 비추어지고 한국은행은 스스로 방어하는 듯한 모습, 말씀하신 대로 익숙한 모습입니다.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재작년 9월,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기자들이 "이주열 총재에게 통화 정책 협조를 요청했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이때 "척하면 척"이라는 답변이 나옵니다.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과 관련해 "겨울에 여름 옷을 입은 격"이라는 말과 함께 지금도 회자 되는 최 전 부총리의 유행어와 같은 말입니다.

당시에도 이주열 총재 재임 기간이었는데요. 이 총재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은 금리 관련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렇다면 10월 금리는 어떻게 됐을까요? 2.25%에서 2%로 인하됐습니다. 같은 해 8월 이후 두 달 만에 또다시 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한 겁니다.

또 있습니다. 지난해 3월, 기준 금리 결정을 앞두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과거보다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금리 동결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이후 최경환 부총리가 금리 결정을 앞두고 또다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말을 남깁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최경환 / 당시 경제부총리(지난해 3월) : 너무 저물가 상황이 오래 가니까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참 큰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당시 한국은행은 금리를 1.75%로 내려 사상 첫 1%대 저금리 시대를 열었습니다.

[앵커]
모레 또다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요. 이미 보도가 됐지만, 이번에도 정부와 한국은행 사이에 신경전이 있었습니다. 이런 게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영향을 미친다, 아니다." 장담하기 어렵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의 입장이 다른 건 확실합니다.

지난 8일이었죠? 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 정책을 쓸 수 있는 여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시장에서는 보통 동결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전해지자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아직 여력이 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과거의 모습이 되풀이되는 모양새입니다.

[주원 /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생각했던 것만큼 실물 경제가 회복되지 않음에 따라서 특히 정부가 한국은행에게 한국은행이 정부에게 좀 더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써달라 이런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번 말이 미국 워싱턴에서 나왔잖아요? 재작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척하면 척"이라는 말도 외국에 있을 때 나왔습니다.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예민한 발언인 만큼 국내에서 하면 더 예민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당장 이틀 앞으로 다가온 기준 금리 전망도 해보죠. 어떻게 전망됩니까?

[기자]
현재로서는 동결이 우세합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 2백 명을 상대로 기준 금리 전망과 관련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응답자 가운데 무려 98%가 동결을 전망했습니다.

시장에서 이렇게 전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천 3백 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12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입니다.

이미 금리를 둘러싼 신경전이 다시 불거졌기 때문에 한국은행 독립성 논란도 다시 부각됩니다. 한국은행은 늘 강조하듯이 거시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독립적으로 금리를 결정하고, 정부도 불필요한 발언은 삼가야겠지요. 그렇게 되면 외압 논란은 원천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YTN 이대건[dglee@ytn.co.kr]입니다.
HOT 연예 스포츠
지금 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