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엄지민
안녕하세요. 엄지민입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팩트추적! 지금 시작합니다.
【인트로】
바다와 수변을 끼고 조성된 화려한 공간.
이 사이에서 수많은 사람이 희망찬 미래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화려했던 수식은 사라지고, 남은 건 '유령도시'라는 차가운 오명뿐입니다.
[자영업자 / 김포 라베니체 상가 : (상가) 1차는 초창기에 번쩍했다가 지금 다 공실이고요. 살아남은 데가 별로 없어요.]
공사가 멈춘 채 방치된 카지노 리조트는 주변 도시 일대를 무너뜨렸습니다.
[강원모 /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자문위원 : 카지노가 무산되고 나니까 여기가 완전히 공동화가 된 거죠.]
비슷한 실패가 다른 지역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강래 /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는 면밀한 수요 검토를 해야 하는 거고요. 변화된 시대에 맞는 개발 사업을 해야 하는 거예요.]
계획도시가 실패의 늪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모순과 현실적인 해법을 집중 모색합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오늘의 팩트 체커 윤성훈 기자와 함께합니다.
윤 기자, 계획도시들 영상을 보고 왔는데 모두 시작은 야심 찼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까 단순히 장사가 안되는 수준이 아닌 것 같아요.
▶윤성훈
네. 문제는 경기 탓만이 아니라 애초에 버틸 수 없는 구조로 상권이 설계됐다는 점입니다.
그 단면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시흥 거북섬 현장부터 확인해 봤습니다.
【VCR】
해양 레저의 중심지를 자처하며 야심 차게 조성된 복합단지, 시흥 거북섬.
【스튜디오】
▶엄지민
안녕하세요. 엄지민입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팩트추적! 지금 시작합니다.
【인트로】
[YTN 보도 (2026.01.03.) : 1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친 서울 종각역 교통사고는 70대 운전자가 냈는데, 이렇게 고령자가 일으키는 사고가 늘고….]
반복되는 사고에 고령 운전자를 향한 사회적 불안과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데….
[피해자 가족 : 올해 스물아홉입니다. 스물아홉. 이 젊은 사람이 지금 목숨이 오고 가는…. 이게 마른하늘에 날벼락 아닙니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누군가에겐 운전이 생존과 일상을 지탱하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전재군 / 85세 : 양평에서 살지만 시장을 보러 가려 해도 차가 있어야 헤요. 없으면 안 돼.]
무턱대고 운전대를 뺏는 것만이 정답일까.
전문가들은 개인의 부주의를 탓하기 전, 고령자가 운전대를 놓아도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한상진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 : 교통은 일종의 기본권으로 인식하면 좋겠다. (이동권 보장이 안 되면) 신체적 건강도 안 좋아지고 정신적 건강도 안 좋아질 가능성이 많아지고요.]
사고 예방과 이동권 보장.
두 가치 사이에서 해법은 무엇일지, 팩트추적이 그 이면에 담긴 현실과 대안을 추적합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오늘의 팩트체커 윤성훈 기자와 함께합니다.
윤 기자, 고령 운전자 사고 소식이 보도를 통해 연일 알려지면서 불안하다는 분들 많으신데요.
실태부터 짚어볼까요?
▶윤성훈
네,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는 지난 2020년 20만 9천여 건에서 2024년 19만 6천여 건으로 다소 줄었습니다.
하지만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고는 4년 만에 36%나 늘어난 4만 2천여 건을 기록했습니다.
때문에 고령자 면허 반납을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우리나라 인구 구조 변화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지난 2024년 대한민국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를 넘기며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당연히 도로 위 풍경도 바뀌었습니다.
고령층으로 접어든 운전자 비중은 2020년 11.1%에서 14.89%로 늘어난 반면, 64세 이하 다른 연령층의 면허 보유 비중은 상대적으로 감소했습니다.
예전보다 도로에서 고령 운전자를 마주칠 가능성 자체가 더 높아졌고, 교통사고가 났을 때 사고 운전자가 고령일 확률도 더 늘어난 셈입니다.
따라서 사고 증가 원인을 나이 탓으로만 돌리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엄지민
문제는 고령층 운전자 가운데서도 당장 운전을 멈출 수가 없는 상황에 놓인 분들이 많다는 것 같아요.
▶윤성훈
네, 편의 문제를 넘어 생계로 이어지는 생존권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 VCR - 1 】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대형 승합차.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70대 여성 택시 운전사 엄태숙 씨입니다.
막힘없는 손길로 노련하게 운행하는 그녀에게 18년 무사고 경력은 큰 자부심입니다.
[엄태숙 / 71세, 택시 운전사 : 멀미하는 사람도 제 차 타면 멀미를 안 한다고 그래요. (작은 사고는) 조금 있었지만, 오히려 젊을 때였고 그 뒤로 18년 동안 무사고예요.]
승객들 사이에서는 ‘편안한 운전’으로 통한다는 엄 씨. 누구보다 만족스럽게 본인의 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엄태숙 / 71세, 택시 운전사 : (나이가) 70이 넘었잖아요. 70이 넘어서 (택시를) 끌고 다니고 밤에도 경치 볼 거 다 보고 또 어두운 밤하늘에 달 보고 저녁 무렵이면 노을도 보고 감성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이 또 이거예요.]
하지만 현실적인 고민도 있습니다.
면허는 생계와 직결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엄태숙 / 71세, 택시 운전사 : (생계를) 자식들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닌데 누가 해줄 거예요? 제가 벌어서 해야 하잖아요.]
고령 운전자를 향한 사회적 불안이 커질수록, 언젠가 면허를 반납해야 할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점이 무거운 짐으로 다가옵니다.
[엄태숙 / 71세, 택시 운전사 : 그냥 있는 (자산을) 까먹는 게 아니라 수입이 어느 정도 돼서 그 속에서 용돈도 쓰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에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문제는 생존권 위협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65세 이상 택시 운전자는 3만 7천여 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상황.
전문가들은 고령 택시 운전기사들이 면허를 반납할 경우, 교통 공급 공백과 더불어 그들의 생업 중단이 불러올 사회적 파장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한상진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 : 이윤을 얻기 위한 일을 했고, 그것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규제하는 것이 맞냐’라고… .]
【스튜디오】
▶엄지민
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분들은 면허 반납이 생존과도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접근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운전대를 놓을 수 없는 고령층도 있다고요?
▶윤성훈
네, 대중교통이 열악한 지역 거주자가 해당되는데요. 이런 곳은 차량 이용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습니다.
【 VCR - 2 】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인천 강화도의 마을 회관.
두런두런 대화도 하고 함께 식사도 하다 보니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렇게 나와서 움직이는 일이 곧 건강이고, 하루의 활력이 됩니다.
[이재연 / 92세, 강화군 마을 주민 : 여기서 치매 예방도 되고 건강에도 좋으니까….]
하지만 회관을 나오는 일부터 병원 진료를 보고, 장을 보러 가는 일까지.
대중교통 사정이 열악한 시골 마을에서 차 없이 움직인다는 건,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야만 할 수 있는 번거로운 일로 느껴집니다.
[조순호 / 81세, 강화군 마을 주민 : 읍내는 자식들 오라 그래서 차 타고 가. (자식들 없으면) 버스 타고 그래야지. 그것도 쉽지 않아요.]
지자체는 고령 운전자들의 자진 면허 반납을 권고하고 있지만,차 없는 서러움을 곁에서 지켜보는 다른 어르신들에게 면허 반납이라는 권고가 선뜻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이유입니다.
일흔일곱 살 최정자 씨에게도 자동차는 노년의 발이자 든든한 조력자입니다.
남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지도 어느덧 50년.
[최정자 / 77세, 강화군 마을 주민 : 아침에 급할 때 병원에 갈 때 아니면 장 보러 갈 때 무거운 짐. (운전에서) 나이는 절대 숫자에 불과하다. 건강한 사람은 애니타임(언제나) 상관없다.]
최 씨의 일상을 따라가 봤습니다.
읍내 마트까지 운전하면 15분으로 충분하지만 차가 없으면 40분 넘는 고행길이 됩니다.
버스 앱으로 도착 시간을 확인하는 것조차 고령층에겐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최정자 / 77세, 강화군 마을 주민 : 버스가 몇 시에 오는지를 몰라. 그러면 마냥 기다려야 해요.]
강화군은 운전대를 놓은 70세 이상 어르신들의 이동권을 돕기 위해, 버스와 택시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3개월에 최대 6만 원씩 지급되는 방식인데, 매일 같이 마을 회관을 오가고 읍내를 방문하는 어르신들에겐 충분치 않습니다.
읍내 한 번 나가는 데만 편도 만 원 안팎의 택시비가 들다 보니 분기별로 주어지는 지원금은 며칠 만에 바닥나기 일쑤입니다.
[최정자 / 77세, 강화군 마을 주민 : 나 같은 경우는 매일 나가잖아요. 회관에도 나가야 하고 볼일도 보러 나가야 하면 (택시비가) 모자라요.]
면허 반납을 권고하는 정책은 늘고 있지만, 정작 운전대를 놓은 이후의 삶까지 설계한 정책은 드뭅니다.
이동 수단을 잃는 순간, 병원 방문·장보기·사회 활동이 동시에 멈추는 현실.
[최정자 / 77세, 강화군 마을 주민 : 시장에 장사하러 나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많으면 짐을 싣고 나가야 하니까 일단 농산물을 차에다….]
마트를 찾은 다른 어르신들의 반응도 비슷합니다.
지금의 면허 반납 정책이 ‘안전’만 강조한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겁니다.
[서완종 / 80세, 강화군 마을 주민 : (우리 집은 시골인데) 버스는 드물고. 자가로 운전해야지.]
어르신들 역시 사고에 대한 우려와 예방의 필요성을 모르는 게 아니지만 나이를 이유로 운전대를 뺏기 전에 최소한의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는 목소리가 절실합니다.
[민문호 / 71세, 강화군 마을 주민 : 나이 먹으면 아무래도 분별력이 떨어지잖아요. 그런 면에서 (면허 반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무래도 버스 같은 교통 체계가 많이 확보되면 좋겠죠.]
【스튜디오】
▶엄지민
운전하고 싶지 않아도 장도 봐야 하고 또 병원에도 가야 하니까 이동권 때문에 계속 운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윤성훈
네, 이런 현실을 고려해서 정부도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을 강제하기보다는 관리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65세 이상은 5년마다 면허를 갱신하고, 70세부터는 신체검사가 포함된 적성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엄지민
운전을 해도 괜찮은 건지 신체 능력을 직접 확인하는 거네요.
▶윤성훈
맞습니다. 고령자의 운전 능력을 점검하기 위한 제도, 현장에서의 검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직접 다녀왔습니다.
【 VCR - 3 】
서울의 한 운전면허 시험장.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이 시험대 앞에 앉아 모니터를 응시합니다.
75세 이상 운전자라면 3년에 한 번 받아야 하는 적성검사와 안전교육 현장입니다.
[설명, 연습, 본 검사 세 가지 단계로 구성이 되어 있고….]
이들에겐 단순히 면허를 갱신하는 절차를 넘어 독립적인 일상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지 확인받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예전 같지 않은 신체 변화를 마주하는 건 곤혹스럽지만, 어르신들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려 합니다.
면허를 놓으라는 사회의 따가운 목소리, 어르신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고령 운전자 면허 갱신 대상자 / 77세 : 저 같은 경우 (차 없이 다닐 때) 눈물을 흘리면서 과일 같은 거 들고 다닐 때 너무너무 힘들었거든요.]
[고령 운전자 명허 갱신 대상자 : 75세 : (면허증이) 없으면 필요할 때 못 쓰니까 답답할 것 같아.]
정부에 좀 더 유연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전재군 / 85세, 고령 운전자 면허 갱신 대상자 : 궂은 날, 비가 많이 온다든가 눈이 온다든가. (운전은) 하지 못하게 개인 면허증 뒤에다 기록을 (해주는 방식으로)]
전문가들 역시 나이라는 획일적인 잣대로 운전을 제한하기보단 개개인의 실질적인 운전 역량을 면밀하게 평가하는 시스템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령 운수업 종사자들의 경우,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역설적으로 검사의 문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재 고령 운수 종사자가 받는 자격유지검사 합격률은 98%.
전문가들은 검사가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운영될 경우 능력 있는 운전자들까지 불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결국, 안전하게 계속 운전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정확히 구분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이경우 / 한국도로교통공단 안전교육부 교수 : 같은 연령대라도 어떤 분은 인지 기능이 상당히 괜찮으신 분이 계시고, 젊으신데도 인지 기능이 그렇게 좋지 못하신 분도 있다 보니까 일률적인 연령만으로 운전을 제한하기보다는 운전을 얼마나 안전하게 하실 수 있을까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현장을 보니까 사고 예방 관점에서 고령층의 면허증을 반납하도록 강제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 하는 고민이 드네요.
▶윤성훈
네, 면허 반납을 단순히 교통 안전 대책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연구도 많습니다.
고령화가 먼저 진행된 일본에선 운전을 중단한 노인들의 건강이 저하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또 국내 연구에서도 이동권 제한이 건강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습니다.
▶엄지민
네, 운전대를 놓으면서 좁아지는 활동 반경이 어르신들의 건강 그리고 사회적 관계 위축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거죠.
▶윤성훈
세계보건기구, WHO 역시 '이동성의 제한'이 고령자의 건강과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고령층이 스스로 움직일 수 없게 되면 우울증이나 치매 위험이 높아지고, 이는 국가의 의료비 부담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을 키운다는 겁니다.
▶엄지민
최근에는 지자체들이 면허 반납에 대한 지원책도 펴고 있잖아요?
▶윤성훈
네, 일부 지자체에서는 면허를 반납하면 지역 화폐나 대중 교통비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의 전국 평균 반납률은 2%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농어촌의 열악한 교통 인프라와 관련 지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필수 /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운전면허 반납 제도는 지금 (반납률이) 약 2.2%니까 유명무실하죠. 그런데 이 부분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맞춤‧전문 운전면허 반납 제도가 필요해요.]
▶엄지민
그렇다면 어르신들의 이동권을 잘 보장하면서도 자발적인 면허 반납을 이끈 모범 사례가 있을까요?
▶윤성훈
네, 핵심은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 운전대를 놓아도 괜찮게끔 만드는 겁니다. 제작진은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은 지자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 VCR - 4 】
전북 익산의 한 마을.
이곳 어르신들에겐 3시간에 한 대씩 오는 버스 배차표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전화를 하면 원하는 위치로 달려와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300원 콜버스' 덕분입니다.
300원에 이용 가능한 수요응답형 버스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마을 주요 거점을 순환합니다.
제작진이 직접 호출해 탑승해 봤습니다.
[수요응답형 버스 운전운전사 : 어떤 때는 하루에 30~40명도 타요. 40명도 넘게 탈 때도 있어요.]
시각장애가 있는 어르신부터 80대 고령자까지 손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최지섭 / 84세, 수요응답형 버스 이용객 : 나는 매일 타잖아. 다른 사람은 안 타도 나는 하루 한 번씩 매일 타. 지금은 굉장히 편해진 거야.]
[박정례 / 82세, 수요응답형 버스 이용객 : 콜버스 없을 때는 못 다녔어요. 근데 이것이 생기니까 너무 좋아요. 너무너무 감사하지. 진짜로 감사하고….]
실제로 운전 빈도가 뚜렷이 줄었다는 이용자도 있습니다.
[수요응답형 버스 이용객 / 73세 : 큰 병원에 갈 때, 서울 갈 때라든지 급할 때는 (자차를) 이용해도. 그냥 버스 시간에 맞춰서 다니면 별 (문제)가 안 됩니다.]
[박종완 / 익산시 교통행정과장 : 고령자분들께서 면허를 반납한 이후에는 스스로 이동을 못 하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하셔야 하거든요. 이 수요응답형 버스가 생기면서 실질적으로 이동하는 데 제한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콜버스는 면허 반납 이후 이동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전국 확산에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습니다.
관건은 예산.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서는 도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결국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예산 우선순위’.
고령자 교통안전 예산의 상당 부분이 단속과 계도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됩니다.
[박종완 / 익산시 교통행정과장 : 처음에 시스템 구축하는 비용이라든지 운행 차량에 대한 지원 그리고 차가 운행하다 보면 노후화됩니다. 그런데 그에 대한 대‧폐차 비용이 지원이 안 되고 있거든요.]
300원 콜버스처럼 어르신들의 '발'이 되어줄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김필수 /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지금까지 주로 쓰는 (반납제도 대안은) 10~20만 원짜리 교통카드를 일회성으로 주는 걸로 끝나거든요. 지속성이 있게 편리한 이동 수단을 쓸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제도도 필요하고요.]
【스튜디오】
▶엄지민
예산 문제가 있지만 고령층의 손발이 되어주는 제도가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외에도 운전할 수밖에 없는 어르신들을 위한 안전장치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고요?
▶윤성훈
네, 지난해 교통안전공단이 조사한 급발진 의심 사고 149건 가운데 60대 이상 비중은 75%를 차지했습니다.
고령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으로 의심되는 돌진 사고가 많다는 건데요.
이를 막을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것도 고령층 운전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됩니다.
【 VCR - 5 】
SUV 차량이 서서히 주행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엔 특이할 점이 없습니다.
그러나 차량 내부에선 자칫 아찔한 사고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운전자가 여러 차례나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급가속이 발생하지 않은 건 왜일까?
차량에 설치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덕분입니다.
저속 주행 중 가속 페달을 급하게 밟으면 차량 속도와 엔진 회전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차량 출력을 제어하는 방식입니다.
[김성제 /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생산 업체 부장 : 저속일 경우 15km/h 미만에서 가속 페달이 80% 이상 밟았을 때 차단하고 있고요. 주행 중에서도 4,500rpm 이상 또는 최고속도 140km/h 이상 시 제한을 뒀고요.]
이미 관련 장치를 도입한 일본은 사고 감소 측면에서 실효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가속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장착하면 63%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전면적인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필수 /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일본에서 가장 효과가 컸던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입니다. 사람이 앞뒤에 있을 때 모르고 가속 페달을 밟게 되면 차가 나가지 않고 경고등도 나오면서 사고를 예방해 주는 건데….]
하지만 대당 40만 원이 넘게 드는 비용이 걸림돌입니다.
정부는 올해 고령 운전자가 모는 택시·화물차 3천여 대에 장치를 보급하고, 2029년부터 신차 의무화를 예고한 상황.
그러나 이미 도로를 달리고 있는 대부분의 기존 차량들은 개인이 설치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한상진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 : 애프터마켓을 통해서 기존의 고령 운전자가 운전하는 차에도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데 지금보다는 빠르게 확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
또, 일본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야간 운전 금지, 고속도로 진입 제한, 주거지 반경 제한 같은 ‘조건부 면허’ 제도를 이미 운영 중입니다.
실제 캐나다에서 66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주간 주행이나 속도 제한 같은 조건부 면허를 받은 이들의 사고 위험이 일반 운전자보다 87%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률적인 나이 잣대로 면허 반납을 강요하기보다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 사고 예방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한상진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 : 조건부 면허로 ‘낮에 집 근처 20km 반경 안에서는 운전해도 좋다’ 이런 조건을 부여한다면 고령 운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거고 그 부분은 정부가 확인해서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스튜디오 】
▶엄지민
현장과 수치를 통해서 고령 운전의 실태를 함께 확인해 봤는데요.
단순히 '나이'로 선을 그어서 어르신들을 도로 밖으로 밀어내기에는 열악한 이동권과 미흡한 제도가 장벽이 되는 것 같습니다.
▶윤성훈
고령 운전 문제는 운전을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운전대를 놓은 뒤에도 존엄한 일상이 가능한 사회인가의 문제입니다.
면허를 반납하라는 말에 앞서 운전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준비했는지 그 질문을 던져야 할 때입니다.
▶엄지민
윤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 팩트추적은 여기까지입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도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시청자 여러분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본방송: 매주 수요일 밤 1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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