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 띄우는 편지] 핀란드 동포 한희영

2017.04.23 오전 12:48
언제나 고마운 나의 올케 김은영에게,

올케에게 편지를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

13년 전 찬바람이 매섭게 불기 시작하던 초겨울 어느 날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엄마와 나 그리고 내 동생, 우리 세 식구에게 남겨진 것이라곤 월세방 한 칸이 전부였지.

스물여덟의 국제결혼을 앞두고 있던, 철없던 나에겐 받아들이고 이겨내기 힘겨운 시간이었는데,

그때 내 동생 앞에 너무나도 밝고 쾌활해서 씩씩해 보이기까지 했던 올케가 나타나 준거야.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활기가 넘치고 듬직해 보여 오히려 내가 의지가 될 정도였어.

고향에 홀로 남겨질 엄마와 변변한 직장 없이 방황하던 동생을 두고 이 머나먼 곳까지 떠나와야만 했던 그때, 올케 덕분에 내 마음이 한결 든든했지.

레오를 가져 만삭의 몸으로 장시간 비행을 할 수가 없어 올케와 하나뿐인 동생의 결혼식에도 참석 못 한 누나가 된 건 두고두고 안타까움과 미안함으로 남아있어.

그렇게 올케와 결혼한 후 동생도 마음을 잡고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너무나도 예쁜 조카 준서가 태어난 거야!

정말 기쁘고 감사했어.

올케 그리고 준서와 레오는 저 세상으로 먼저 가신 아버지께서 남겨진 엄마와 동생 그리고 나, 이렇게 우리 셋에게, 앞으로 남은 생 힘내서 행복하게 살라고 보내주신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곤 해.

우리 가족이 고국을 방문할 때마다 매번 신경주역까지 마중 나와 친절히 반겨주고

이것저것 빈틈없이 챙겨주는 올케에게 너무나도 고마워하면서도 제대로 마음을 전하지도 못했는데 마침 이렇게 손편지를 쓸 기회가 찾아와 얼마나 감사한지.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기쁘고 반가운 마음으로 또 만나자.

헬싱키 방문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헬싱키에서 형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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