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축구’는 한 마디로 정의될 수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복잡한 규정과 규칙, 용어 등이 등장한다. 이도 축구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임은 확실하나, 때로는 그것들에 대한 정의 또는 설명이 부족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인터풋볼은 매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그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갖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편집자주]
겨울이적시장이 개장됐고, 이적을 원하는 선수들이 하나 둘씩 새 팀을 찾아 나섰다. 시즌 중에 열리는 이적시장이기에 여름이적시장보단 그 이동수가 적지만 지난해 이청용(27, 크리스탈 팰리스)의 이적이나, 2년 전 후안 마타(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이적처럼 우리의 뇌리에 깊이 새겨지는 이적도 발생하곤 한다.
보통 선수와 구단의 계약은 유럽 리그 일정을 기준으로 체결된다. 따라서 겨울이적시장이 열리는 1월에 계약을 체결하는 선수는 드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겨울이적시장에는 사전 계약이 다수 발생한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주고 있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의 2년 전 이적도 여기에 해당된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뛰던 레반도프스키는 2014년 1월 뮌헨 이적을 확정지었지만 곧바로 이적하지 않고 시즌 종료 후 뮌헨에 정식 입단했다.
도르트문트와의 계약기간이 남아있었지만 이적료는 발생하지 않은 자유계약 이적이었다. 그리고 이는 보스만룰(Bosman ruling)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보스만룰과 그 탄생
보스만룰은 ‘계약이 만료되는 선수는 구단의 동의와 이적료 없이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고, 팀 내 외국인 선수는 제한될 수 없다’는 규칙이다. 여기에 ‘현 소속 구단과의 계약이 6개월 이하로 남아있을 경우, 다른 구단과 사전계약을 할 수 있다’가 핵심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보스만룰. 이 규칙은 장 마르크 보스만이란 축구 선수에 의해 탄생했다. 1990년 벨기에 주필러리그 RFC리에주에서 뛰던 보스만은 소속팀과의 계약기간이 곧 만료를 앞두고 프랑스의 됭케르크로 이적을 시도했다. 그러나 됭케르크는 리에주가 원하는 이적료를 맞춰주지 못했고, 외국인 선수 제한 등의 규정까지 발목을 잡으며 보스만의 이적은 무산됐다.
보스만이 소송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리에주의 처분 때문이었다. 됭케르크 이적이 무산된 직후 리에주는 보스만에 75%가 삭감된 연봉의 재계약을 제시했다. 이에 보스만은 이를 거절했고, 벨기에 축구협회로부터 자격 정치 처분을 받자 유럽사법재판소에 소송을 걸었다. 결국 보스만은 5년에 걸친 공방 끝에 1995년 12월 15일 승소했고, 보스만룰은 그렇게 탄생했다.
# 보스만룰의 영향
보스만룰의 탄생으로 선수들의 권리는 상승하게 된다. 계약 만료를 앞둔 선수들은 자유롭게 다른 구단과 협상을 하게 됐고, 이적료에 제한받지 않고 새로운 팀으로의 이적이 가능해졌다.
레반도프스키가 2년 전, 사전계약 체결로 뮌헨으로 이적할 수 있었던 이유도 보스만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유벤투스의 영웅으로 자리 잡은 안드레아 피를로도 2011년 보스만룰에 의거해 AC밀란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했고, 팀의 세리에A 4연패를 이끌었다.
그러나 보스만룰이 축구계에 가져다 준 악영향도 분명히 존재했다. 선수들의 이적이 보다 자유로워지자, 기존 구단과의 재계약에서 일부 선수들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몇몇 선수들이 이를 악용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일부 부유한 구단이 선수들을 싹쓸이해가는, 축구계에서의 ‘빈인빈부익부’ 현상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보스만룰을 만들어낸 보스만 역시 이에 대해 염려했다. 그는 과거 이탈리아 언론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 인터뷰에서 “보스만룰이 왜곡되고 있다. 천문학적으로 돈을 버는 선수들이 생기고, 부유한 소수가 이득을 보고 있다”며 걱정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 선수의 권리를 위한 또 하나의 규정, 웹스터룰
이적과 관련해 선수 이름을 딴 규정이 또 하나있다. 보스만룰과 더불어 선수의 권리를 보장하는 규정으로 ‘웹스터룰(Webster Ruling)이 있다.
웹스터룰은 ‘만 28세 이전에 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계약 체결 후 3년이 지나면 위약금을 지불하고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28세 이후 계약을 체결한 경우 2년 만에 위약금 지불과 함께 팀을 떠날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 이적규정 17조에 해당하는 이 규정을 활용한 첫 번째 선수가 앤디 웹스터였기에 ‘웹스터룰’이라 불리고 있다.
웹스터의 이적과정은 꽤 복잡했다. 하츠에서 5년간 활약한 웹스터는 2006년 재계약을 진행하면서 구단주, 감독 등과 불화를 겪었고, 스쿼드에서 제외됐다. 이에 웹스터는 계약 기간이 1년이 남아있음에도 위건FC로의 이적을 결심했다. 그러나 웹스터의 이적을 두고 하츠와 위건이 의견 차이를 보였고, 하츠가 위건으로 이적한 웹스터를 자신의 선수 등록에서 제외시키지 않으며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하츠와 위건의 계약 분쟁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웹스터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위건으로 이적했지만 제대로 출전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고, 시즌 중반 레인저스로 임대됐다. 웹스터는 레인저스로의 완전 이적을 원했지만 하츠와 위건의 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적이 불가했고, 스포츠 중재 재판소에서 ‘위건이 하츠에 약 62만 5천 파운드의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며 분쟁은 종료됐다.
그렇게 웹스터룰은 이적시장에서 선수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또 하나의 규정으로 자리 잡았다. 선수가 원 소속팀과의 계약을 정당하게 이행했고, 이적행위에 있어 부정행위가 없다면, 기존 계약을 파기해 새로운 팀으로의 이적이 가능케 했다. 그러나 이후 이 규정을 이용한 선수는 2008년 마요르카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호나스 구티에레스 뿐이었다.
1월 한 달 동안 진행될 겨울이적시장. 이 기간동안, 보스만룰 또는 웹스터룰을 활용해 이적을 진행하는 선수가 있을지도 이적시장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 분명하다.
글= 서재원 기자
사진= 영국 '데일리 메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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