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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TV] 지상파·종편, 세월호 과열보도가 낳은 백태

2014.04.21 오후 04:03

[TV리포트=김보라 기자]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들의 앞다툰 속보 경쟁으로 각종 부적절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침몰사고와 관련한 정부의 발표가 잇따라 혼선을 빚은 게 혼란을 가중시켰다. 물론 국민들에게 사고와 관한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현장에서 애쓰는 취재진의 노고를 치하해야 하겠지만 희생자와 가족,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보도는 언론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전 국민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소식은 여느 때보다 기자 윤리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관성에 젖어 자칫 기자 윤리를 잊어버리는 일을 경계하자는 뜻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방송사마다 크고 작은 실수들이 벌어졌다. 이에 예기치 않은 논란들을 짚어봤다.



◇KBS, 확인 없는 보도·욕설 방송





지난 18일 오후 4시 30분 방송된 KBS1 뉴스 특보에서 ‘선내 엉켜있는 시신 다수 확인’이라는 소식을 내보냈다. 그러나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던 고명석 해경 국장은 "시체들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이날 3시 26분에 두 명이 재입수해 선내 안쪽에 진입했으나 선체 안의 장애물로 인해 더 이상 진입하지 못했으며 실종자는 발견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앵커는 “정리하면 구조대가 15시26분에 진입해 확인중이며 시신은 보지 못했다는 내용"이라고 말한 뒤 넘어갔다. 수색구조활동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는 보도 때문에 혼선이 가중된 것이다. 특히 '선내 엉켜있는 시신 다수 확인'이라는 적나라한 표현의 자막을 사용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17일 오전 7시 생방송된 KBS2 ‘굿모닝 대한민국’에서는 진도 팽목항 구조상황을 중계하는 도중 한 남성의 욕설이 그대로 전파를 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임효주 프로듀서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한 긴박한 사투가 계속 되고 있다”며 “군과 해경은 조명탄과 서치 라이트를 밝히고 야간 수색 작업을 벌였다”고 구조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임 PD의 주변에서 이 말을 들은 한 남성은 “야 XXX아, 거짓말 하지마. 야, 거짓말하지 말라고. XXX아”라고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화면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임PD는 잠시 당황한 듯하다 이내 침착함을 유지하며 멘트를 마무리 했다.



◇MBC, 때이른 보상금 언급




MBC는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이브닝 뉴스’에서 구조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명 및 선박 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다뤘다. 이날 김대호 아나운서는 “인명피해가 났을 경우 한 사람당 최고 3억 5천만원, 총 1억 달러 한도로 배상할 수 있도록 한국해운조합의 해운공제회에 가입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선체에 대해서는 담보 금액 77억원의 선박보험에 가입돼 있는데 이 가운데 60%는 재보험사에서 책임을 지게 된다. 수학여행 길에 올랐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도 단체여행자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돼 여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상해사망 1억원, 상해치료비 5백만원, 통원치료비 15만원, 휴대폰 분실 20만원 등을 보상한다”고 전했다. 현재 이 뉴스는 홈페이지에서 찾아 볼 수 없다.



◇SBS, 분위기 잊은 기자의 웃음




20일 오전 방송된 SBS ‘뉴스특보-세월호 침몰’에서는 해군특수잠수부대(SSU) 전우회 김도현 회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김 회장은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구조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스튜디오와 현장이 동시에 화면에 잡혔다. 작은 화면에는 김 회장의 인터뷰가, 큰 화면에는 사고 현장에서 대기 중인 SBS기자 두 명의 모습이 담겼다.



대기 중인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눈 듯 보였고 한 기자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뒤늦게 화면에 잡혔다는 사실을 알고 정색했지만 이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웃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여객선이 침몰한 시국에 사건을 보도해야 할 기자가 웃고 떠드는 모습은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다. SBS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곧바로 사과했다.



◇jTBC, 아픔 후벼파는 인터뷰어




종편 jTBC는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생존자 학생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박진규 앵커는 초반에는 편안하게 답변을 이끌어내다가 같은 학교 2학년 정모군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친구가 사망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충격을 받은 여학생은 떨리는 목소리로 “못 들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결국 이 학생의 눈물 때문에 인터뷰는 마무리되지 못했다. 해당 방송이 온라인과 SNS 등에 오르면서 박 앵커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손석희 앵커가 이날 오후 방송된 JTBC '뉴스 9' 오프닝에서 사과를 하면서 논란을 가라앉혔다.



◇MBN, 허위 잠수부와의 현장 연결





허위 인터뷰이로 인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구조활동에 나서며 자신을 민간 잠수부라고 밝힌 홍가혜 씨는 지난 18일 오전 MBN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의 보도되는 부분과 실제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해양 경찰청장이 지원해준다고 했던 장비와 인력 등이 전혀 지원되지 않고 있다. 민간 잠수부 지원자들이 대기하며 투입되려고 하는데 정부 쪽에서 민간 작업을 막고 있다. 생존자를 다 확인했다고 들었다. 갑판 사이를 놓고 대화를 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홍 씨는 해양경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고, 현장에서 들은 뜬 소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인터뷰에서 발언을 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홍 씨는 민간 잠수사 자격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지방경찰청은 홍 씨에 대해 보강수사를 한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MBN 이동원 보도국장은 “실종자의 생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 여러분과 목숨을 걸고 구조 작업에 임하고 있는 정부 당국과 해경 그리고 민간 구조대원 여러분들께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채널A, 확인 없이 국회의원 비난




또 다른 종편 채널A는 지난 18일 “국회가 실종자 구조를 위한 성금으로 의원 1인당 12만원씩 걷기로 했다”며 “천만원이 넘는 한달 세비의 2%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나마도 1%냐 2%냐를 놓고 여야가 옥신각신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국회 대변인실은 “여야가 (세월호 희생자)성금규모를 두고 옥신각신했다는 표현은 국민 모두에게 상처를 주고 공분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므로 이에 대한 정중한 사과와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채널 에이의 보도는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현재 구조활동과 피해자 가족 지원활동으로 여념이 없는 상황으로 양당 원내지도부는 이에 대해 어떠한 논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채널 에이는 마치 국회의원들이 세비의 1%조차 내기 싫어하는 비도덕적 집단으로 전락시켰다. 허위보도에 대해 진심으로 유가족에게 사과하라”며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채널A 측은 19일 정정보도를 했으며 현재 해당 홈페이지에서 뉴스를 삭제해 검색할 수 없다.



김보라 기자 / 사진=KBS·MBC·SBS·JTBC·MBN·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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