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출발 사랑방’
□ 방송일시 : 2017년 1월 26일(목요일)
□ 출연자 : 김홍국 경기대 겸임교수,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 신율 앵커(이하 신율): 한 주간 정치권을 정리해보는 시간이죠. “출발 사랑방”. 원래는, 금요일마다 코너가 마련되는데, 내일은 설 연휴로, 저희 방송이 없기 때문에, 하루 당겨서 두 분 모셨습니다. 경기대 김홍국 겸임교수, 미래전략개발연구소 김우석 부소장,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홍국 경기대 겸임교수(이하 김홍국): 안녕하세요.
◆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이하 김우석): 네, 안녕하세요.
◇ 신율: “사자성어”, 오늘도 역시 골라오셨죠? 오늘은 김우석 부소장님부터, 말씀해 주시죠.
◆ 김우석: 저는 포정해우(庖丁解牛). 에 나오는 말인데, 포정이라는 신묘한 백정의 솜씨에 대해 얘기하는 겁니다. 왕이 포정이란 백정의 기술을 신묘하다고 감탄하니까, 포정이 얘기하길 ‘그 기술의 미묘함은 아직 한 번도 칼질을 실수하여 살이나 뼈를 다친 적이 없습니다. 솜씨 좋은 소잡이가 1년 만에 칼을 바꾸는 것은 살을 가르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보통 소잡이는 달마다 칼을 바꾸는데, 이는 무리하게 뼈를 가르기 때문입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요새 정치권에는 너무 서툰 백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솜씨 좋단 정치인, 평론가가 넘쳐나는데 왜 우리 정치는 이 수준일까, 아쉬운 마음에서 적어봤습니다.
◆ 김홍국: 저는 이번 주에 적반하장(賊反荷杖). 어제 아침에 온 국민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으셨을 겁니다. 특검에 출두하는 최순실 씨가 그간 국정을 마비시키고 국가 기밀을 파괴했지 않습니까. 자유민주주의 경제 체제까지 망가뜨렸는데, ‘민주특검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하는 말을 보고 청소 아주머니도 한마디 하셨죠. 사이다 아주머니라는 별명도 얻으셨어요.
◇ 신율: 소환 통보에 계속 불응하던 최순실 씨가 어제 특검팀에 소환됐습니다.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됐는데.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억울하다” 소리소리 지르는 모습, 다들 보셨을 텐데. 두 분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 김우석: 사실 이게 전략적인 대응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전략은 비주류의 전략인데요, 편 가르기를 통해 일정 정도 지지세를 결집시키겠단 전략이 있는 것 같아요. 청와대나 최순실 씨는 객관적 상황에서 비주류로 가고 있단 걸 반증해주고 있단 생각이 듭니다. 전략은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목표는 결국 이 국면을 잘 넘기고 다음을 잘 도모해보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면에선 탄핵 심판을 방해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탄핵, 특검도 시간이 한정돼 있으니, 친박단체, 태극기 집회의 고조된 분위기를 이용해 이 국면을 넘기자, 지지층을 결집하자, 이런 메시지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 신율: 일각에선 최순실 씨가 이런 얘기를 한 것과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정규재TV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게 연관이 있는 게 아니란 분석도 있더라고요.
◆ 김홍국: 그렇습니다. 저희가 큰 그림을 하루 이틀 사이에 보고 있거든요. 귀국 직후, 1차 특검 출석, 그리고 어제, 그동안 계속 거부하다가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죠. 최순실 씨가 그간 고개를 숙이면서 죄송하다 했던 모습에서 고성을 지르는 모습으로 변하는 것에서 큰 그림이 있었다고 봅니다. 박 대통령이 인터넷TV, 우리나라에서 청와대에 출입하는 수많은 언론을 제쳐두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단독 인터뷰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위 언론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그런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인터넷TV, 그것도 극우 성향의 정규재 주필과 인터뷰하는 모습,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든 의혹과 검찰 조사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거기에 일련의 맥이 있습니다. 최순실 씨가 고함을 친 것, 변호인단이 오전 기자회견에서 강압수사에 항의를 하는 것, 그리고 대리인단이 또 헌재에 입장 표명을 계속하면서 중대결심을 할 수 있단 얘기도 내놓고 있고요. 대통령이 성묘를 간다든가 여러 동정과 관련된 메시지를 내놓으며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어요. 헌재 결정이 빨라질 수 있다는 말도 나왔지 않습니까? 큰 그림이 있다고 봅니다.
◆ 김우석: 정황과 느낌이라는 애매모호한 상황이 계속 재생산되고 있지 않습니까? 특검이나 언론에선 정황에 대해 계속 문제 제기를 하고, 청와대에선 느낌이라고, 기획이 있었다고, 불확실성의 극을 달리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 종국적 책임은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네요. 그럼 대통령이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중대 결단을 하시는 게 국민들에게 설 선물을 주실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신율: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그럴 확률이 적을 것이다(란 의견이 있죠). 어제 정규재 주필과의 얘기에서 ‘오래전부터 기획된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라고 했고요. 정규재 주필께서는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우발적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라고. 결국 자신이 피해자란 얘기죠.
◆ 김홍국: 1월 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억지로 엮고 있다고 했고요. 어제도 특검에서 나를 엮고 있다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대통령은 지금 상황에 대해서, 사심 없이 국가를 위해 일했는데 이런 큰 그림이 계속해서 나를 엮고 있다, 출처에서 배후에 대해 물어봤는데 거기에 대해선 어렵다고 했고요. 어제 나온 얘기 대부분이, 지금 나오고 있는 특검의 조사내용들, 대통령의 국가기밀 유출과 최순실 씨와 비밀번호를 공유하면서 나온 연설문, 국가회의 자료, 국가 모든 사안이 어떻게 함께 다뤄졌는지 정호성 비서관이 ‘선생’에게 물어봤다고 했다, 최순실 씨에게 컨펌을 받는 상황이 나옵니다. 이런 문제는 해명하지 않고 시중의 루머에 대해서만 얘기하면서 대통령 스스로 억울하고 엮이고 있단 인식을 갖고 있는 거죠. 그렇다면 이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인정하기보단 끝까지 대결상황으로 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 김우석: 대통령이 이런 국면에서 해야 할 건 헌재를 압박하거나 특검을 불신을 표하는 것보단 그런 게 국민에게 영향력을 주지 않도록 본인 스스로가 탄핵 심판 결과에 상관없이 불확실성이 있는 대선 일정 등을 확실한 가이드라인, 스케줄을 제시해줬음 좋겠어요. 헌재에 대해 불공정하단 얘기를 계속 하는데, 그걸 의미 없게 만들어주는 결단이나 얘기를 함으로써 설 민심이 좀 동정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결론이 바뀌지는 않을 상황 같은데 대통령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시면 좋겠습니다.
◇ 신율: 그러면 김 소장님은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를 빨리 표명하는 게 여론 반전에 좋을 거란 말씀이신가요?
◆ 김우석: 여론 반전은 결과적으로 좋은 거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달란 얘기입니다. 2말3초란 얘기를 하지 않습니까? 거기에 준해 기각이 되더라도, 나는 이렇게 하겠다란 얘기를 미리 해주면 불공정하단 얘기가 들어가지 않습니까?
◇ 신율: 불공정성을 이의를 제기하니까, 박한철 헌재소장께서 이건 모욕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했고요.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나와서 중대결심을 운운한 모양이에요. 이게 결국 변호인단의 사퇴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증인 신청보다도 시간을 더 끄는 것 아니에요?
◆ 김홍국: 대통령의 안타까운 상황을 국민과 함께 하는 방향을 풀어나가면 좋을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의 대통령 모습은 부인하고 대결하는 자세로 나가고 있거든요. 그럼 타협하는 결론을 만들어내긴 어렵다고 보고요. 어제 헌법재판소의 얘기를 통해서 나온 부분에 대리인단이 강력하게 반발 중인데요. 그렇다면 카드가 몇 가지 있겠죠. 대통령이 마지막에 헌재 출석을 하겠다면서 시간을 끄는 방법이 있고요. 변호인단이 전원사퇴하면서 다시 변호인단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끌 수 있고, 황교안 대행이 박한철 소장의 후임을 임명하는 방법. 사실 후임을 임명해도 소용없는 게 국회에서 인준을 받아야 하거든요. 이런 카드를 통해 헌재의 결정을 최대한 미루고 특검 조사도 사실 거부할 측면이 높단 점에서, 헌재가 공정성과 신속성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방향성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 신율: 이렇게 시간을 끈다고 해서 헌재가 거기에 같이 맞춰 돌아가진 않을 것 같은데요?
◆ 김우석: 헌법재판소장의 어제 말을 보면, 주관이 확실한 것 같아요. 헌법재판관 사이에 공감이 있는 것 같아요. 어제 얘기했듯, 박한철 소장 얘기가 헌재의 부재상황을 그냥 놔두면 안 된다면서 헌법을 개정할 이유로 하나 더 제시한 거죠. 스키에서도 넘어지는 걸 먼저 배우지 않습니까. 우리 헌법에서는 대통령이 되는 법, 임무를 수행하는 법은 있는데 탄핵하는 과정은 아직 미비하다, 이런 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헌법재판관도 이런 부분에 문제 제기를 하는 거고요. 헌재소장이 다시 헌법 개정을 얘기했단 건 정치권에서 새겨들을 만합니다.
◇ 신율: 사자성어 보내주신 것 몇 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0587님, ‘정치권엔 이전투구(泥田鬪狗), 최순실에겐 후안무치(厚顔無恥), 박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장폐천(以掌蔽天).’ 이장폐천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0151님, ‘후안무치(厚顔無恥)를 넘어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9124님도 ‘후안무치(厚顔無恥)’, 5522님, 3999님 ‘염병하네’ 꼽아주셨습니다. 이제는 대선 이야기 한 번 해볼까요? 이번에 대선 주자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왜 그렇다고 보세요?
◆ 김홍국: 일단 대선주자가 야권에 많습니다. 보수정권 10년이 이어지며 경제적 실패, 민생 고통이 심해졌기 때문에 야권에 기대하는 목소리, 보수정권의 남북관계 완전단절에서 국민의 마음이 모이는 측면이 있고요. 반기문 전 총장이 등장한 건 국내정치 기득권에 대한 불신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죠.
◆ 김우석: ‘힘의 공백’이 있는 거죠. 지금 청와대가 비어 있고 정치권은 혼란 상황, 시스템은 바꿔야 한단 요구가 많으니 거기에 따라 백가쟁명의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후보가 많다는 건 시대 교체, 세대교체의 요구가 많단 거죠. 이걸 어떻게 담아서 다음 세대로 넘어갈 것인가, 이건 개헌으로 수렴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신율: 방금 연합뉴스에서 단독으로 들어온 소식이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오늘 공식입장을 발표하는데,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할 것이란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왜라고 보세요? 경선 룰과는 상관없다고 보세요?
◆ 김홍국: 그간 열심히 노력했지만 지지율 문제가 있고요. 여론조사 대상에서 제외될 정도의 어려움. 그리고 경선 룰에 대해서도 소수인 김부겸, 박원순, 이재명 등이 이의를 제기했는데도 당에서 국민경선제를 강행했거든요.
◇ 신율: 인터넷 투표와 모바일 투표의 문제 아닐까요?
◆ 김홍국: 그 분도 포함돼 있고요. 크게 보면 당에서 경선 룰을 정했는데 이걸 주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한 걸로 보입니다.
◆ 김우석: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거죠. 더불어민주당은 누가 봐도 결말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구성, 룰이 편파적이라 생각되는 부분이 있는 거죠. 지금 문재인 대표의 독주라고 하는 부분도 안희정 지사는 페이스메이커고 친노 그룹의 식구라 생각하는 것 같고요. 박원순 시장이나 김부겸 의원 같은 경우엔 이걸 도저히 극복할 수 없다, 들러리, 불쏘시개가 되는 건 배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불행한 일이죠.
◇ 신율: 대선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는데요. 저희는 계속 여러분과 고민해보겠습니다. 오늘 두 분 말씀 여기까지 듣죠.
◆ 김홍국, 김우석: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김홍국 경기대 겸임교수,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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