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⑤법원으로 간 주식 이해충돌 문제...보완책은?

2019.07.08 오전 01:49

기사 : 함형건 기자 [hkhahm@ytn.co.kr]

변호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지난 2016년 20대 국회에 처음 등원한 뒤, 같은 해 7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배속됐습니다.

예결위는 거의 모든 주식과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간주하는 상임위원회.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금 의원의 배우자가 보유한 주식들이 의원의 직무와 관련이 있다고 결정했습니다. 해당 주식을 직접 팔거나 백지신탁하라는 통보입니다.

하지만 금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다시 구했습니다.

주식백지신탁심사위의 결정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행정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함께 냈던 것입니다.

법원은 소장이 접수된 바로 다음 날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고 애초의 '직무 관련성 있음' 판정은 효력이 정지됐습니다.

이 때문에 금 의원 측은 1년여 동안 본안 소송이 진행 되는 동안 주식을 팔거나 백지신탁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듬해 예결위 임기가 끝난 뒤에는 소송을 취하했고 재판은 결론 없이 마무리됐습니다.

금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배우자가 운영하는 작은 여행사의 비상장주식으로 거래도 안 되는 종목이다. 주식을 처분하면, 여행사를 접어야 하는 형편이었다. 그건 부당하다고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송을 제기하거나 주식을 백지신탁하는 대신 본인이 예결위에서 사보임으로 바로 나오면 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금 의원은 "배우자가 작은 규모의 개인 사업을 한다고 국회의원은 다 예결위를 못 한다는 것인가, 그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금 의원의 사례에서 보듯이 주식 백지신탁은 때로 당사자와 국가기관 사이의 입장이 맞서면서 논쟁적인 사안으로 비화하기도 합니다.



개인의 재산권 보장이 중요한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가 우선인가,

주식 백지신탁 심사위의 판정이 행정 소송을 넘어 위헌법률심판까지 간 사례도 있습니다.

배영식 전 새누리당 의원은 2010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활동했습니다.

당시 주식 백지신탁 심사위는 배 전 의원 본인과 배우자, 자녀의 주식에 대해 '직무 관련성 있음' 즉 주식을 직접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해 처분하라고 통지했습니다.

배 전 의원측은 이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뒤, 서울고등법원에 항소까지 했습니다. 그러자 2심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에 주식백지신탁 관련 법조항의 합헌 여부를 묻는 위헌 제청을 하기에 이릅니다.

고위공직자와 가족의 주식이 직무와 관련이 있다면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한 공직자윤리법 제14조의 조항이 1)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을 침해했는지 2) 연좌제를 금지한 헌법에 위배되는지 3) 평등 원칙에 위배되는지에 대한 위헌 심판이었습니다.

'헌재 결정문 바로 가기'
(포털 기사에서 '바로 가기' 링크가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http://bit.ly/헌재결정문 을 인터넷 주소창에 입력하시면 됩니다. )

2012년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이 위헌 제청에 대해 합헌 4명 위헌 4명의 의견으로 해당 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사건 법률조항은 재산권 및 사적자치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의원 본인과 친족 사이의 실질적·경제적 관련성에 근거한 것이므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배우자의 경우 국회의원 본인과 일상을 공유하면서 사실상 하나의 경제단위를 이루게 되고 따라서 부부 사이에 누구의 명의로 재산을 보유하는지는 특별한 의미가 없게 되며, 이 점은 피부양자인 직계존비속의 경우에도 사실상 마찬가지이다"

다만 4명의 헌법재판관이 반대 의견이었다는 점은 기억할 만합니다.

하지만 헌재의 합헌 결정에 따라 고위공직자의 재산권을 일부 제한하더라도 이해충돌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법의 정신이 정당함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었습니다.

심사위의 백지신탁 결정에 불복하고 법원으로 가는 선택에 대해 세간에는 우려와 경계의 시선도 존재합니다.

소송이 자칫 시간 끌기 수단으로 오용된다면, 주식 백지신탁제도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 입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의 취재 결과 주식 백지신탁 제도가 시행된 이후 지난 14년 동안 주식 직무 관련성 결정에 불복해 소송으로 간 경우는 모두 1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아직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은 부천시의회 곽내경 의원의 행정 소송을 제외한 9건의 목록을 표로 정리했습니다.

국회의원으로는 배영식(2008), 김정(2010), 성완종(2012), 금태섭(2018) 의원 등 모두 4명의 의원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인천 중구의회의 최무웅 전 의원, 안동시의회 권남희 의원, 청주시 김병국 의원 등 지방의회 의원도 있었고, 화성시 채인석 전 시장도 주식 직무 관련성 문제를 법원으로 가져 갔습니다. 이 밖에 금융위원회의 4급 공무원 1명도 소송을 냈습니다.

소송을 낸 사람은 줄줄이 있었지만, 재판부가 공직자 당사자의 손을 들어줘 직무 관련성 판정이 부당하다고 결론을 내린 사례는 없었습니다.

원고가 패소했든지, 아니면 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에 의원이 속한 상임위원회 임기가 만료되어 소송 자체가 취하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전체 소송 9건 중 6건은 주식 직무 관련성 판정에 대한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일종의 가처분)을 함께 신청했습니다. 이 중 5건에서 받아들여져 주식 백지신탁 의무가 집행정지된 상태에서 소송이 진행됐습니다.

3건은 집행정지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경우에 재판에 패소하거나, 의원의 상임위 임기가 끝나면서 소송을 접었습니다.





각 사건의 사연은 조금씩 다르지만 소송은 짧게는 8개월, 길게는 4년이 소요됐습니다.

설사 1심에서 패소한다하더라도 2심 소송을 하면, 소요 시간은 다시 2배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특히 행정소송 과정에서 위헌 여부까지 따져보고 판단하겠다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청까지 하면 소송 기간은 3년 이상으로 길어졌습니다.

그래프에서 막대가 가장 길게 표시된 배영식 전 의원과 금융위원회 모 서기관의 소송이 그런 경우입니다.

개인의 권리가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통로는 당연히 열어둬야 하지만, 누군가는 소송을 시간 벌기의 수단으로 이용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경우가 경남기업 성완종 전 회장입니다.

지난 2012년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성완종 전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배속되자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경남기업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성 전 회장은 해당 주식이 정무위와 무관하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은 2년을 끌었고, 의원직을 상실할 때까지 내내 주식을 보유한 채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의정활동을 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당국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소위 '끗발 있는' 상임위.

성 전 회장은 정무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금융당국을 압박해 경남기업에 특혜성 대출을 주도록 했고, 경남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후로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수출입은행장 등을 만났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회에서 경남기업의 자본잠식 시점에 건설업계에 대한 대출을 늘려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수년 뒤 뒤늦게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 각계에서는 주식 백지신탁 제도의 무력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지금이라도 제2의 성완종 리스크가 불거진다면?

7년이 지난 지금도 뚜렷한 보완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소송 기간 중이라도 주식 백지신탁 심사위의 결정이 집행정지 상태이면, 해당 공직자의 활동을 제한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법무법인 강남의 안서연 변호사는 "공직자들은 본안 소송을 제기하며 동시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집행정지신청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인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법원이 집행정지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안 변호사는 "공직자가 주식을 보유한 채로 직무관련성이 있는 업무를 하는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과 현재까지의 많은 사례 중 본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가 한 차례도 없을 정도로 본안 청구의 승소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집행정지 신청을 쉽게 받아주어서는 안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 연대 공동대표는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 본인 뿐 아니라 소속 정당의 지도부에도 주식 심사 결과를 통보해 이해충돌 상황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상임위원회의 배정과 사보임을 통해 성완종 전 회장같은 이해충돌 상황을 예방하는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재산권 보장과 공직자의 국민에 대한 충실 의무, 헌법이 추구하는 두 가치에 대한 균형점을 찾아가면서도, 이해충돌 방지 제도의 무력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주식백지신탁제도 시행 14년째, 여전히 우리 앞에 던져진 풀리지 않은 질문입니다.


취재 : 함형건
리서치 : 신수민 최혜윤
디자인 : 김진호





※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앞선 보도에서 주식 이해충돌 방지 법규을 위반한 국회의원 22명의 실명과 세부적인 위반 내역을 스프레드시트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위반 내역 바로 가기'

'위반 내역 바로가기'를 클릭하든가, 인터넷창에 bitly.com/위반사항 을 입력하시면, 해당 데이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은 또 지난 14년치 정부 부처별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 직무관련성 심사 현황 데이터(엑셀 파일)도 공개합니다. 기간은 2006년부터 2019년 5월까지입니다. 인사혁신처에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를 토대로 YTN데이터저널리즘팀이 다시 정리한 자료입니다.

'공직자 직무관련성심사결과 집계 바로가기'

위의 '바로가기'를 클릭하든가, 인터넷창에 bitly.com/직무관련성심사결과집계 를 입력하시면, 해당 데이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YTN 데이터저널리즘팀 관련 디지털 기사

① 국회의원 주식 이해충돌 해부… 심사 대상 절반이 규정 위반
https://www.ytn.co.kr/_ln/0101_201906250800069766

②위반자 22명 실명 공개...의원님은 14년 동안 처벌 '0건'
https://www.ytn.co.kr/_ln/0101_201906281216239460


③주식백지신탁심사의 이면 : 심사는 허술, 처리도 늑장
https://www.ytn.co.kr/_ln/0101_201907041010071275

④판사님 주식은 무조건 OK…14년 동안 100% '관련 없음'
https://www.ytn.co.kr/_ln/0101_201907041200062127


⑤법원으로 간 주식 이해충돌 문제...보완책은?
https://www.ytn.co.kr/_ln/0101_201907041200062127

⑥주식 이해충돌 문제 '총체적 부실'...투명성 강화가 해법
https://www.ytn.co.kr/_ln/0101_201907041200062127




○ YTN 데이터저널리즘팀 관련 방송 리포트

[단독] 국회의원 주식 심사대상 절반이 규정 위반



[단독] 위반자 48%가 '초선' 의원...5선도 지각신고



국회의원 주식 이해충돌 징계 '0명'



주식 백지신탁 심사 허술...심사건 무더기 늑장 처리



[단독] 심사 청구했는지도 '비밀'...깜깜이 행정



국회공직자윤리위, 14년 만에 주식 이해충돌 징계 기준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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