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당 쇄신과 보수통합 압박에 처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돌연 단식을 선언했습니다.
지소미아 파기 철회와 패스트트랙 법안 무효화를 내걸고 단식 투쟁에 들어갔지만, 당 안팎의 비판에 나름 국면 타개를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승배 기자입니다.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습니다.
지난 9월 16일 조국 전 장관 사퇴를 주장하며 삭발을 감행했던 그 자리에서, 두 달 만에 단식 카드를 꺼내 든 겁니다.
[황교안 / 자유한국당 대표 : 국민 여러분, 저는 단식을 시작하며 저를 내려놓습니다. 모든 것을 비우겠습니다.]
황 대표가 밝힌 단식 이유는 모두 3가지.
지소미아 파기를 막고 본회의 부의가 2주밖에 남지 않은 선거법과 공수처법 통과를 온몸으로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한 줌 정치 세력의 운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놓고 결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시끄러운 당 안팎을 쇄신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습니다.
[황교안 / 자유한국당 대표 : 당을 쇄신하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저에게 부여된 칼을 들겠습니다. 국민의 눈높이 이상으로 처절하게 혁신하겠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초보의 조바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민생을 내팽개쳤다고 몰아붙였습니다.
[이재정 /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 황 대표의 단식은 명분이 없음을 넘어 민폐입니다.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면, 20대 국회의 남은 성과를 위해 협조하십시오.]
바른미래당도 지난해 국민의 비판을 받았던 릴레이 단식과 뭐가 다르냐며 명분도 당위성도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대안신당 소속 박지원 의원은 이미 삭발을 감행한 황 대표가 단식까지 시작한다면 이제 남은 것은 대표직 사퇴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당 내에서도 이 시점에 단식을 선택한 것이 옳은 판단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홍준표 전 대표는 단식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며 문 대통령이 코웃음 칠 거라며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황 대표가 단식이라는 초강경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한국당은 주말 대규모 장외 집회까지 예고하고 있습니다.
최근 리더십의 위기를 맞은 황 대표가 이번 단식을 계기로 또 한 번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YTN 이승배[sb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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