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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N팩트] 공동기자회견 취소하고 '안보 청구서' 쏟아낸 미국...정부 대응은?

취재N팩트 2020.10.16 오후 12:49
[앵커]
서욱 국방부 장관이 미국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 SCM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미국 측은 예정했던 한미 국방부 장관 공동기자회견도 급작스레 취소하고, 전작권 전환·방위비 등 여러 안보 현안에서 자국 요구를 거침없이 쏟아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임성호 기자!

일단 가벼운 얘기부터 해보죠.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번 SCM이 취임 이후 첫 미국 방문이었죠?

[기자]
네, 서 장관이 취임 한 달 만에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겁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과도 상견례를 하는 자리였는데요.

코로나19가 크게 번진 상황이라 화상회의 방식도 검토됐는데요.

하지만 양국 안보 현안을 직접 논의하고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데에는 두 장관이 직접 만나는 게 좋다는 데 한미가 공감해서 대면 회담으로 열렸습니다.

[앵커]
취지는 좋았군요.

그런데 어제 새벽 예정됐던 공동기자회견이 갑자기 취소됐어요.

당시 어떤 상황이었던 겁니까?

[기자]
SCM에서 한미 국방부 장관이 공동기자회견을 취소하기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미국 측은 SCM 개최 직전인 지난 13일 저녁, 내부 사정을 이유로 공동기자회견을 취소하자고 우리 측에 요청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마크 에스퍼 장관이 지난 8월 이후로는 외국 장관들과 만나도 기자회견은 안 하고 있다는 이유였는데요.

국방부는 미국 측이 어떤 사정이 있는지 상세히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고, 우리 측도 내부 검토를 거친 뒤 수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한미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에스퍼 장관이 8월부터 다른 나라 장관들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은 생략했는데도 이를 미리 파악 또는 조율하지 못했다면 문제입니다.

또 미국 측도 그간 관례였던 일정을 급작스레 취소하자고 한 건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사실 이번 SCM 개최가 예고됐을 때부터, 회담이 제대로 진행되겠느냐는 걱정도 기자들 사이에서 나왔다면서요?

[기자]
네, 국방부는 이번 SCM을 앞두고 예비역 육군 준장이 단장인 SCM 추진단을 급하게 꾸렸습니다.

회담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국방부 정책실장이 현재 공석이기 때문입니다.

실무자인 국제정책관도 외교부에서 자리를 옮겨온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주요 안보 현안에 관해서 제대로 된 논의가 되겠냐는 우려가 기자들 사이에서 나왔는데요.

이런 가운데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SCM 모두 발언에서 공개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한 것을 시작으로, 한미 간 이견이 여러 건 표출됐습니다.

[앵커]
이번 공동성명 주요 내용도 하나씩 짚어보죠.

일단 우리 정부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인데, 이번 공동성명에서 미국과의 견해차가 노출됐죠?

[기자]
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번 SCM에서 전작권 조기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마크 에스퍼 장관은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습니다.

두 장관 발언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서 욱 / 국방부 장관 : 전작권 전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하여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데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마크 에스퍼 / 미국 국방부 장관 : 한국군 사령관에게 작전통제권을 전환하기 위한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려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이후 SCM 공동성명에서도 이 같은 미국 측 입장이 강하게 반영됐습니다.

상호 합의된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충분히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못 박은 겁니다.

코로나19로 하지 못한 올해 하반기 전작권 완전운용능력 검증을 언제 진행할지, 구체적인 시기도 성명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미국 측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 공약인 임기 내 전환, 그러니까 2022년 5월 내 전작권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입니다.

미국 측은 대신 전작권 전후 한반도 방위를 위한 보완 전력을 제공하기 앞서서 한국의 무기 획득계획을 먼저 고려하겠다는 문구를 공동성명에서 넣으면서, 향후 한국이 미국 무기 구매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문구가 빠진 것도 논란이 됐어요.

[기자]
네, 지난 2008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병력 규모를 28,500명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한 뒤, 양국은 매년 SCM 성명에 주한미군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12년 만에 이 문구가 빠졌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관철하기 위해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본격적으로 연계하는 것 아니냔 해석이 나왔습니다.

국방부는 표현이 바뀐 것일 뿐 주한미군 감축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실제로 주한미군 병력 규모를 감축하려면 미 의회 승인을 받도록 하는 국방수권법이 지난해 미 의회에서 통과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는 데 성공한다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관철하기 위해 실제로 주한미군 감축에 나설 거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공동성명에는 한국군의 중국 견제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내용도 담겼다고요.

[기자]
네, 이번 SCM 공동성명에는 '에스퍼 장관이 2016 위기관리 합의각서를 최신화해야 할 필요성에 주목했다'는 문구가 포함됐습니다.

2016 위기관리 합의각서는 한미 연합위기관리 대응지침을 규정한 문서인데, 위기관리 범위가 '한반도 유사시'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미국 측이 이를 '미국의 유사시'로 확대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작전을 벌일 때 한국군에 동참을 요구할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내달 예정된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재선이 불투명한 상황인데도, 미국 측이 우리 측에 '안보 청구서'를 한꺼번에 쏟아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방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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