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팩트와이] 백신 바꿔치기?...대통령 접종 영상 팩트체크

2021.03.24 오후 05:58
오는 6월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혈전 부작용 논란이 일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었습니다. 그런데, 극우 성향 유튜버를 중심으로 ‘백신 바꿔치기’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안전성 우려가 있는 AZ 대신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는 겁니다. 일부 누리꾼들이 내용을 퍼 날랐고 언론까지 나서 의혹을 확대 재생산했습니다.



2번 열린 바늘 뚜껑…바꿔 치기 증거?

공개된 영상을 보면, 먼저 간호사가 약병에 바늘을 꽂아 백신을 빼냅니다. 그런데 주사 놓을 때 보면, 방금 열었던 바늘 뚜껑이 다시 닫혀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칸막이 뒤에서 알코올 솜을 가져오는 척하면서 백신 주사기를 바꿔치기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화면을 자세히 보면 약병에서 약물을 뺀 뒤 주삿바늘을 뚜껑에 다시 끼워 넣는 손동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호사는 약병과 주삿바늘 뚜껑을 한 손에 잡고 있습니다. 백신을 뽑아낸 뒤에는 손목을 약간 젖혀서 주삿바늘을 다시 뚜껑에 끼웁니다. 취재진은 서울 종로구 보건소 측에 직접 확인했습니다. 보건소 측은 “오염을 막는 등 안전을 위해서 일반인을 접종할 때도 리캡핑(뚜껑 다시 씌위기)을 한다”며 “대통령께도 똑같이 한 건데 오해를 산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간호사들도 "의료 현장에서 흔히 있는 일이고, 숙련된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접종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뚜껑 닫기 금지’ 질병관리청 매뉴얼?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바늘에 찔리거나 주삿바늘에 이물질이 뭍을 수 있어서 뚜껑을 열었다 다시 닫는 걸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보건당국 매뉴얼에 ‘주사침 재뚜껑 닫기 금지’라고 명시돼 있다는 근거까지 제시했습니다. ‘백신 바꿔치기’ 의혹과는 다소 동떨어진 내용이지만, 일부 유튜버와 누리꾼들은 청와대가 규정을 어긴 이유가 뭐냐며 음모론을 거두지 않습니다.



▲ 일간베스트에 올라온 사진

누리꾼들이 봤다는 매뉴얼을 찾아봤습니다. 극우 성향의 일간베스트에 올라온 PPT 사진 1장이었습니다. 사진 우측 하단에는 질병관리청의 전신인 질병관리본부라고 적혀 있습니다. PPT 내용의 출처는 NIOSH입니다. NIOSH는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국립 직업안전위생연구소(The 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입니다. 의료진이 주사 놓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적어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주사침 재뚜껑 닫기 금지’라는 문구인데, 번역 과정에서 ‘needle recapping’이 ‘주사침 재뚜껑’으로 어색하게 표현된 것으로 보입니다.



▲ 코로나바이러스-19 예방접종사업 지침

그러나 주삿바늘 뚜껑을 열었다 닫는 것이 의료현장에서 절대 피해야 할 행동은 아닙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추출 후 접종 전까지 오염을 방지하고, 알코올 솜으로 접종자를 소독하는 과정에서 접종자나 의료진이 찔릴 우려가 있어서 뚜껑을 닫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지난 3월 2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서 작성한 을 보면 그 어디에도 주삿바늘 뚜껑을 다시 닫지 말라는 수칙은 없습니다. 오히려 약물 추출 후 주사기 뚜껑을 다시 씌우는 것을 전제로 한 점검표가 첨부돼 있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음모론’ 끝은 있을까?

그동안 문 대통령이 백신 1호 접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야권 등의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AZ 백신의 위험성을 숨기고 있다는 음모론의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공개 접종에 나선 배경 가운데 하나입니다. 주사기를 바꿔치기 하려면 보건소 관계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가담해 방송사까지 속이는 마치 마술쇼 같은 사기극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미 국민 수십만 명이 AZ 백신을 맞았고, 그 효과와 부작용은 전세계적으로 검증 되고 있는데, 들통나면 정치 생명이 끝나는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왜 백신을 바꿔치기 해야 하는 지도 의문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종로구 보건소 직원은 “없는 사실을 가지고 해명 아닌 해명을 해야 하니 난감하다"며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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