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근혜 사면은 정치적? 그 이유는...

2022.01.03 오후 03:07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1월 1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박근혜 사면은 정치적? 그 이유는...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 연결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소장님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김양원> 지난 31일이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년 특별 사면으로 석방됐습니다. 오늘은 관련 보도 내용 짚어주신다고요?

◆ 김언경> 네 잘 아시겠지만, 박근혜씨는 국정농단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13개 혐의 2017년 3월 31일 구속되어 22년형을 확정받고 4년 9개월 간 수감생활을 해왔습니다. 사실 박근혜 씨는 11월 22일부터 건강 문제로 서울삼성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었는데요. 박근혜 씨에 대한 예우는 행정부 소관 전직 대통령 예우 관한 법률상 연금 기념사업 비서관 및 운전 기사 질병 치료 교통 통신 및 사무실 제공 경호경비 등 전직 대통령 예우 전부 회복은 아니고요. 경호 및 경비만 회복된다고 합니다. 이는 법상 재직 중 탄핵, 금고 이상 형, 형사처분 회피 해외 도피, 국적 상실 등의 경우 제공 예우 박탈하고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만 제공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김양원> 박근혜 전 대통령 이외에도 이번 특사에는 한명숙 전 총리와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포함됐죠. 그래서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기도 했는데요?

◆ 김언경> 네 박근혜 전 대통령뿐 아니라 한명숙 전 총리 등 3,094명이 대상자였습니다. 한 전 총리는 9억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로 2015년 8월에 구속되어서 징역 2년 추징금 8억 8천 확정을 받은 뒤 2017년 8월 만기 출소한 바 있는데, 이번에 복권된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의 가석방입니다. 이는 12월 20일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에서 별도로 결정된 사항으로 이 전 의원은 12월 24일 오전에 가석방되었습니다. 이석기 의원은 혁명조직 실행 행위 모의 등으로 2013년 9월 구속기소되어서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이 확정되었고, 8년 3개월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한 것이었죠.
한편 이번 특사에는 중소기업인 소상공인, 살인강도 성폭력 뇌물 등을 제외한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선거사범 등도 포함되어있습니다. 특히 노동계 2015년 민중총궐기 주도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2011 희망 버스 주도 송경동 시인,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사드 배치 반대, 밀양송전탑 건설 반대, 세월호 관련된 분들도 있습니다.

◇ 김양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반응들은 온도차가 있었습니다. 특히, 시민사회를 중심으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컸고요. 언론의 입장은 어땠나요?

◆ 김언경> 발표 다음날인 12월 25일 1면의 신문 보도를 비교해보면 재미있습니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촛불정부, 박근혜를 사면하다], 사설 [끝내 사과도 없이 이뤄진 박근혜 사면 유감스럽다]에서 “스스로 견지해온 원칙 허물어” “부패범죄 정치인 5대 중대범죄 사면 원칙적 배제 약속, 박근혜 사과한 적 없어, 재판 절차도 의도적 거부, 복역 중 보수야당 총선 승리 응원하는 정치적 행위까지”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겨레도 1면 보도 [문 “국민통합 절실” 시민사회 “촛불 배신”] 사설 [원칙 허문 문 대통령의 박근혜 사면 개탄스럽다]에서 “결코 동의할 수 없어” “국민 통합 도움될지도 의문. 전두환 노태우 사면 더 큰 분열로 작용, 선거에 영향 의도도 문제”라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보수언론들은 박근혜 사면은 ‘통합과 미래’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석기 가석방과 한명숙 복권을 더 비판하는가하면, 심지어 이재용 이명박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국민일보는 사설 [특별사면, 통합 기대 속 우려되는 원칙 훼손]에서 이석기 형기 85% 채워 가석방 요건 충족한 이석기 가석방에 대해서 “박과의 형평성, 가석방 요건 미달로 양측 모두 반발”한다고 비판했고요. 한명숙 전 총리 복권에 대해서도 “대법관 전원 유죄에도 잘못 부인했던 한명숙 복권 사법 체계 신뢰 근본적으로 무너뜨려”라고 비판했습니다. 동아일보는 1면 [문 박근혜 사면 지시, 표결 끝에 관철] [사설/박근혜 사면, 국민통합과 미래로 가는 계기 돼야]에서 “박근혜, 탄핵 대통령 낙인 자체로 이미 역사적 책임 감당, 이재용 사면 안 한 게 유감, 아쉽다, 삼성 글로벌 경영에 장애”이라고 유감을 표했습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내편 구하기에 박근혜 끼워넣었다] [사설/대선 임박해 한명숙·이석기에 끼워넣은 박근혜 사면]에서 “사면 배경 의구심”이 있다면서 “이명박 제외 야박”하다고 했습니다.

◇ 김양원> 지금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재용, 이명박 사면 요구 등을 보도한 언론도 꽤 많았던 것 같은데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데이터 서비스에서 12월 24일부터 28일까지 ‘박근혜 사면’을 언급한 보도는 총 1630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와 함께 ‘대선’을 동시에 언급하는 보도가 901건으로 55%를 차지합니다. 대선과 연관짓는 것은 사실 상식적 판단일 수 있겠죠.
하지만 ‘박근혜 사면’과 ‘이재용 사면’을 동시에 언급한 기사가 94건으로 6%가 되었고요. 무엇보다 황당한 것은 박근혜 사면발표가 나기 직전까지만 해도 ‘건강 악화’로 동정론 뿌리며 ‘사면 여론’ 애드벌룬을 띄우던 언론 보도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정작 사면이 되자 ‘박근혜 대선 역할론’, ‘윤석열과의 관계 설정으로 대선 좌우’ 등 정치적 권위를 부여하는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12월 24일 연합뉴스 [5년 만에 돌아오는 朴, 대선 정국서 입 열까]를 보면요. “박 전 대통령이 '악연 아닌 악연'으로 얽힌 윤 후보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거나, 야권 내 강경 보수 세력이 윤 후보에 대한 비토 입장을 설파할 경우 대선 국면에서 보수진영 내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내용을 전하거든요.

◇ 김양원> 사면 관련 대부분의 보도들은 각계의 반응 등을 포함해서 이번 사면의 결과가 대선에서 어떤 효과를 낳을 것인가에 대한 진단을 담은 보도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 김언경> 맞습니다. 그런데 기자들 스스로가 이번 상황에 대한 평가를 하고 선거에 대한 진단을 한다기보다는 후보자 등의 발언을 단순 받아 쓰기 하는 보도들이 더 많았습니다. 일례로 12월 28일 윤석열 후보의 방송기자클럽 발언은 발언 이후 하루 만에 41건 보도가 되었는데요. 이것은 28일 당일 하루 총 보도인 149건 중 28%를 차지합니다. 이처럼 한 사람이 말을 하면 그걸 그대로 받았는 보도들이 많았습니다.

◇ 김양원> 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 좀 다른 내용을 비판한 보도도 있었죠?

◆ 김언경>‘시위사범’은 풀어주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의 선거 우군 챙기기 사면이라는 비판의 보도가 있었는데요. 빅카인즈 기준으로 12월 24일에서 28일까지 ‘문재인 대선 위한 끼워넣기 사면’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보도가 12건이나 되었습니다. 조선일보는 24일 보도인 [文의 우군 챙기기? 이번에도 시위사범 65명 사면]에서 송경동 시인이 들어가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하지만, 집시법 위반 처벌에 대한 사면복권에 대해서 문재인의 정략으로 치부하는 것은 과도한 프레임입니다.
한편, 빅카인즈에서 ‘이명박 사면 제외한 건 정치 복수’_‘문재인 복수’를 동시에 언급한 보도도 11건이나 되거든요. 28일 조선일보 사설 [李 전 대통령만 사면 제외, 정치 보복일 뿐]에서는 “이 전 대통령 법무부 사면심사위 심사 대상에도 포함 안 돼, 애초부터 사면 생각 없었던 것, 이 정부는 출범 후 이 전 대통령에 전방위 수사, 먼지 떨기식 수사” “문은 노통 유서 지니고 다니며 아름다운 복수 다짐, 이명박 제외는 그 복수 일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김양원> 소장님이 보시기에 관련한 보도 중 좋은 보도는 없었나요?

◆ 김언경> 저는 지난 12월 27일 한겨레 [“박근혜 사면이 ‘국민 통합’이라면, 차별금지법은 왜 아직도?”]보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주빈 기자의 이 보도에서는 “도대체 누구와 무엇을 위한 국민 대통합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는 성소수자 김민수 씨의 발언을 전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뒤 ‘국민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고 밝히면서 성별·나이·장애성·성정체성·성지향성 등으로 차별받아온 이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들은 “진짜 국민통합은 차별금지법 제정”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법상황을 전하면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통합이라고 했을 땐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집단들, 소수자 집단들을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라는 목소리도 담았습니다. 빅카인즈에서 12월 24일부터 28일까지 ’진정한 통합은 소수자 차별 금지‘라는 목소리를 담은 보도는 4건뿐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번 박근혜 사면 보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근거와 실체가 없는 각종 정치공학적 셈법만 난무할 뿐, 법치와 공정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나 ‘국민 통합’이라는 말이 이렇게 사용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 김양원> 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사면을 단행하면서 밝힌 걸 보면,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언론보도들은 통합과 화합보다는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 면은 없지 않았나 싶네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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