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 한 해 우리 정치는 갈등을 조율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본연의 역할은 뒤로한 채, 대립과 반목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그 사이 민생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YTN은 연말연시를 맞아 정치권의 잘못된 구태를 되돌아보고,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이틀에 걸쳐 마련했습니다.
연속기획, '실종된 협치…정치 복원은 언제?' 먼저 정유진 기자입니다.
[기자]
과이불개, 전국 대학교수들이 2022년을 돌아보며 꼽은 사자성어입니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인데요.
사사건건 상대 탓만 하고 정작 스스로 바뀔 생각은 하지 않는 우리 정치권의 현실을 통렬히 지적한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 교수들만 하는 걸까요?
지난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여소야대 국면을 맞은 정치권은 현안마다 '강 대 강' 대치를 이어왔습니다.
당장 총리 인준과 내각 구성부터 어려움을 겪었고,
[윤호중 /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5월) : 국회 인준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한덕수 후보자는 즉각 자진 사퇴하기 바랍니다.]
정부조직개편안과 국정과제 입법안은 정기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습니다.
[이준석 / 당시 국민의힘 대표 (지난달 24일) : 제발 윤석열 정부가 거대 야당의 무리한 발목잡기를 뚫고 원 없이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검수완박' 법안 처리 국면에선 여야의 대치 전선이 더 넓어졌습니다.
다수당의 법안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한 숙의 제도인 안건조정위원회는 이른바 '위장 탈당' 꼼수 논란에 무력화됐고,
[박형수 /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지난 5월) : 위장 탈당 등 국회법을 회피하고 사문화시킬 수 있는 모든 탈법과 편법, 꼼수를 다 보여줬다.]
합법적 의사 지연 수단인 무제한 토론에 맞서 '회기 쪼개기'가 등장했습니다.
[박찬대 /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4월) : 합의안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이렇게 나대시는 것은 이건 국민에 대한 예의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어렵게 성사된 국회의장 중재안을 대통령실 의중을 살핀 여당이 뒤늦게 번복했다는 비판도 쏟아졌습니다.
내년도 나라 살림을 들여다보는 예산안 심사도 정쟁의 수단이 되긴 마찬가지.
'윤석열 표, 이재명 표 예산'이 팽팽히 맞서면서,
[주호영 /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 16일) : 민주당이 첫해에는 정부가 소신대로 일할 수 있도록 좀 도와주십사….]
[박홍근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 16일) : 집권여당이 더 이상의 고집으로 상황과 시간을 끌어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지각 예산'이라는 오명을 기록했습니다.
속기록도 없는 비공개회의에서 639조 원에 육박하는 예산안을 다루고도 책임은 서로에게 떠넘겼습니다.
[주호영 /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 2일) : 자기들 집권 5년 동안 전혀 하지 않았던 예산들을 인제 와서 하자고….]
[박홍근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 2일) : 역사적으로 민생 예산을 인질로 삼아 예산안 처리를 해태하고 기피하는 집권당이 있었습니까?]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정치권의 모습도 실망을 안겨줬습니다.
어렵게 발을 뗀 국정조사를 유족의 아픔을 보듬고 진상을 규명하는 본래 목적이 아닌, 정쟁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막말과 가짜 뉴스가 난무하면서 정치권이 사회 갈등의 진원지가 됐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이 내용은 안윤학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0.7%p 차의 전례 없는 초박빙 대선,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여소야대' 50여 석의 격차.
여기에 정권 출범 불과 석 달 만에 야당 총수에 오른 '대선 맞수' 이재명 대표까지.
일면 힘의 균형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여야 대치는 가팔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진석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10월) : 지금 벌어지는 이 사건들은 민주당의 사건이 아닙니다. 이재명 개인의 사건이죠. 다수 의석이라는 입법권을 자신의 범죄 은폐 수단으로 삼는 것….]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0월) : 민생 파탄과 국가적 위기를 외면하고 국가 역량을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에 허비하는 것은 죄악입니다.]
상대 진영을 겨냥한 선을 넘는 발언과 공세도 이어졌습니다.
여권 인사들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향해 "자식 팔아 장사", "시민단체 횡령수단" 같은 2차 가해성 발언을 쏟아내면서 공감능력마저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상훈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지난 19일) : 국가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숙주로 삼아 기생하는 '참사 영업상'이 활개치는 비극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이들은 참사가 생업입니다.]
[이종철 /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지난 20일) : 제발, 제발, 의원님, 대표님, 다른 의원님들 주둥이 단속시켜주십시오. 그게 입입니까? 주둥이지!]
야권이라고 나을 건 없었습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 역술인 천공 의혹 등 거짓이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확대 재생산하며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키웠단 비판이 나옵니다.
[한동훈 / 법무부 장관 (지난 10월) : 민주당이 오히려 이 저질 가짜뉴스에 '올인'하듯이 모든 걸 걸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김의겸 /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지난 11월) : (술자리 의혹 제기 관련해 책임을 져야 한다, 대변인직 사퇴 주장까지 나오는데?) 제가 (유감 표명) 입장문 낸 것으로 갈음하겠습니다.]
169석 거대 의석을 갖고서도 공감되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뼈아픈 대목입니다.
여야 모두 밀리면 안 된다는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의식이 막말과 가짜뉴스로 대표되는 '혐오의 정치'를 낳고 있습니다.
1년 4개월 뒤 총선을 앞두고 양보 없는 여야 대치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2023년 정치권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YTN 안윤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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