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민주당 잊을만하면 '청년 이슈'에 발목 왜?…대변 말고 영입하라

2023.11.23 오전 08:00
민주당 현수막 시안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의 '청년 오영환' 영입, 그런데…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의 최대 고민은 2030 청년층 잡기였다. 역대 선거에서 이른바 '집토끼'처럼 여겼던 청년층은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을 등지기 시작했다. 내로남불 프레임에 갇혀 좀처럼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았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꺼낸 카드는 청년 정치인 영입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청년 오영환' 영입이었다. 민주당 영입 인재 5호. 당시 나이는 31살. 말 그대로 청년이었다.

그는 전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항공대원이자 '청년 소방관'으로 소개됐다. 2017년 JTBC '말하는 대로'에 출연해 헌신적인 소방관에 대한 소신을 전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청년과 소방관의 결합.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했던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이슈와 맞물려 있었다. '청년 오영환'은 그렇게 영입됐다.

그런데 입당 기자회견 때부터 논란이었다. "청년으로서 조국 정국을 어떻게 보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물론 (조국 전 장관에게) 허물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작은 허물을 침소봉대로 부풀려서 국민에게 불신과 의혹을 심어주는 모습이 너무 두렵다"고 답변했다. 그는 "학부모들이 당시 관행적으로 해온 행위가 너무 지나치게 부풀려져 보도됐다"며 민주당 주류 입장을 그대로 대변했다.

바로 다음 날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지금 기준으로 당시 기준을 판단하는 것은 문제"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야당의 정치 공세는 물론 시민단체로부터도 큰 비판을 받아야 했다. 조국 전 장관이 과도한 검찰권의 희생양이냐 아니냐와 '조국 사태'로 불거진 불공정 이슈는 사실 별개인데 그는 한쪽에만 힘주어 말했다. 청년 정치인이 청년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

어쨌든 그는 경기 의정부시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리고 내년 총선을 1년이나 앞둔 지난 4월, 총선 불출마를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 바쁜 국민 외면하는 정치 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정치인 한 명으로서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며 다시 소방관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야심 차게 영입했던 '청년 오영환'의 정치 인생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하다.


민주당 최고위 회의 ⓒ연합뉴스

4년 뒤 '청년 비하' 논란 마주한 민주당

민주당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 상식'에서 공개한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현수막 시안 내용을 보자.

11.23 나에게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어투는 몰라도 내용은 전혀 청년답지 않다. 민주당 의도가 뭔지는 어림잡아 알 것 같다. 정치, 경제 이런 복잡한 것 잘 모르지만 돈 많이 벌고 잘 살고 싶다는 게 요즘 청년들의 생각 아니겠냐는 게 민주당의 생각인 듯하다. 본격적인 캠페인에 앞서 맛보기용 '티저'(호기심 유발) 현수막 내용이다. 시안이라지만 이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실제 걸리기도 했다.

현수막의 '청년 비하' 논란이 처음 일었을 때 민주당은 '어 그게 아닌데…' 하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당 안에서조차 "청년 비하가 아니라 청년 능멸 수준"(김두관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결국 조정식 사무총장은 "국민과 당원이 보기 불편했다면 명백한 잘못"이라며 "당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민주당 안에선 내심 억울한 목소리도 존재한다. 친명계인 김영진 의원은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사실은 제가 보기에는 큰 방향에서는 맞았는데 거기에 들어갔던 '경제는', '정치는' 이런 것 때문에 문제 제기가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며 "새로운 시도였다…표현의 방식에 있어서 약간 서툴렀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청년들의 현실 정치 외면을 지적하고 싶다면 '도대체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당초 존재하지도 않는 '상저하고' 희망과 달리 주거비와 생필품값, 교통비는 왜 치솟는지?, 그래서 어떤 청년 정책을 내놓겠다는 것인지가 중요하다. 모두 정치이고 경제다. 시쳇말로 '어그로 끌기' 위한 문구였고 그다음 본격적으로 정책을 내놓겠다는 심상이었다면 그건 민주당의 오판이다. 이번 논란으로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는 잠정 연기됐다.


ⓒ연합뉴스

청년 의원 비율 '꼴찌'…대변하려 하지 말고 영입하라

어느 당이든 청년을 대변하려고만 하면 꼭 문제가 생긴다. '꼰대적 사고' 때문이다. 기성세대의 청년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알아, 많이 힘들지?" "너의 편이 되어 줄게"라는 식의 말은 지친 청년들을 더욱 지치게 한다. '청년 팔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청년은 청년이 대변해야 한다. 청년 의원 숫자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21년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40세 미만 청년 의원 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1대 총선에서 40세 미만 청년 유권자는 33.8%로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그런데도 선거 결과 당선된 40세 미만 의원은 단 4.3%(13명)에 불과했다.

노르웨이(34.3%)와 스웨덴(31.4%), 덴마크(30.7%) 등 북유럽 국가들은 청년 의원 비율이 무려 30% 이상에 달했다. 정치 선진국답다. 이어 프랑스(23.2%)와 영국(21.7%), 독일(11.6%), 미국(11.5%) 등도 우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심지어 일본(8.4%) 청년의원 비율도 우리나라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청년들의 의회 진입 걸림돌은 바로 기성 정치인들이다. 전체 의원 수가 늘지 않는 이상 청년 의원 숫자를 늘리려면 기존 의원들의 포기와 양보가 필수다. 거대 양당이 이건 또 못한다.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도 똑같다. 최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비례대표 당선권에 45세 미만 청년 50% 할당 내용이 담긴 3호 안건을 지도부에 건의했지만, 의결 없이 공관위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인요한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 중에 유일하게 김기현 지도부가 받아들인 건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징계 취소 사안이다. 청년들은 이를 또 어떻게 바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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