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오늘 아침 임시 국무회의를 긴급 소집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거부안을 상정했습니다.
국무회의 의결 뒤 윤석열 대통령이 최종 재가를 하면 바로 시행되는데, 취임 이후 세 번째 거부권 행사가 됩니다.
조금 전 있었던 한덕수 국무총리 국무회의 모두 발언 들어보겠습니다.
[한덕수 / 국무총리]
지난 1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법, 방송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그간 정부는 여러 차례 개정안의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만, 충분한 논의 없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이후, 정부는 개정안이 우리 국민과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관련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편견없이 경청하였고, 정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거듭 심사숙고하였습니다.
저희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마지막까지 신중을 거듭하였고, 오늘 임시국무회의를 개최하여 노동조합법과 방송 3법 개정안을 심의합니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재논의가 필요할지 국무위원들과 함께 심의하여, 그 결과를 대통령께 건의드리고자 합니다.
노동조합법의 목적은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여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를 유지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교섭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둠으로써 건강한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먼저 단체교섭의 당사자인 사용자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확대하여, 해석을 둘러싸고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불명확한 개념으로 인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할 소지도 있습니다.
아울러, 노동쟁의 대상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그동안 조정이나 사법적인 절차, 공식적인 중재 기구 등을 통해 해결해오던 사안까지도 모두 파업을 통해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노동조합이 어떠한 사안이건 대화와 타협보다는 실력 행사를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공동으로 연대해서 져야한다는 것이 민법상 대원칙입니다.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동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이 그간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그러나 개정안은 유독 노동조합에만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원칙에 예외를 두는 특혜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손해를 입어도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들어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방송법 등 정부로 이송된 방송 관련 3법도 숙고가 필요합니다. 정부는 방송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분리하고,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확립함으로써,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급속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공영방송의 전면적인 체질 개편이 필요한 시기이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역할 정립보다는 지배구조 변경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습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개정목적이라고 하지만, 내용을 보면 오히려 이와는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특정 이해관계나 편향적인 단체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됨으로써 공정성과 공익성이 훼손되고, 아울러 견제와 감독을 받는 이해당사자들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함으로써 이사회의 기능이 형해화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모두 감안할 때, 이번 개정안들이 과연 모든 근로자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 정부는 상생과 협력의 노사문화를 지원하고, 공영방송의 자유와 공정성을 보장하는 방향에서 개정안을 심도 있게 심의하겠습니다.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법정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전히 민생법안과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야당이 제출한 방송통신위원장과 두 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안이 오늘 강행처리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의 뜻을 대변해야 할 국회에서 국가 중대사가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 무엇보다도 민생법안과 내년도 예산안이 우선하여 처리되어야 합니다. 오로지 민생과 경제를 위해 합심해주시기를 국회에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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