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YTN 8585] '무늬만' 고속철 시험기 52억 예산 낭비

2008.01.03 오전 06:33
[앵커멘트]

YTN 8585.

오늘은 국가 예산 52억 원을 들여 만든 고속열차 안전시험 장비가 제구실을 못하는 문제점을 고발합니다.

한 대기업이 만든 이 장비는 성능이 기준에 크게 못미쳐 고속 열차는 커녕 곧 사라질 무궁화호 열차 시험도 불투명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김승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고속 열차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지 검사하는 시험 장비입니다.

300㎞ 이상 고속 질주하는 고속철의 안전성 확보에 꼭 필요한 장비입니다.

[인터뷰:이희성, 서울산업대 철도안전연구센터장]"사전에 대차 동특성 시험기를 이용
해 점검할 때만이 전체 편성 차량의 주행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또다른 시작점이 되겠습니다."

이 시험기는 철도기술연구원으로부터 국가 예산 52억여 원을 받아 주식회사 효성이 7년에 걸쳐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시험기 위에 올라 있는 것은 고속 열차가 아닙니다.

포장은 KTX라고 돼 있지만 사실은 무궁화호 열차입니다.

어찌 된 일일까?

이 시험기는 시속 420㎞ 속도에서 고속 열차를 시험하도록 설계됐습니다.

효성에서 KTX로 시험한 결과 시속 240㎞까지 나타났다는 것이 연구원 측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연구원 측의 입회 실험에서는 심한 진동 때문에 중도에 시험을 멈춰야 했습니다.

[녹취:철도기술연구원]
"시속 140~180 이렇게 나왔는데 흔들림이 과도하니까 우리가 구경하다가 야 이거 안되겠다 스톱해라…"

고속철 테스트가 이처럼 차질을 빚게 되자 선택된 것이 무궁화호 열차.

하지만 이 역시 연구원 시험 결과 시속 141㎞에서 열차가 수평과 수직 방향으로 심한 떨림 현상을 나타냈습니다.

주행시험기는 당초 지난 2005년 말 완성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성능을 내지 못해 계속 연기되다 2년 만인 지난 해 11월 설치를 마쳤습니다.

당시 철도기술연구원은 KTX의 각종 성능을 테스트하는 '철도안전성능 연구시설' 준공식을 성대하게 치렀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문제의 시험장비 위에는 KTX로 포장된 무궁화호 열차가 놓여 있어 사실상 이 행사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을 속인 셈이 됐습니다.

연구원의 한 박사는 무궁화호 열차로 준공식을 치른 사실이 알려질까봐 연구원 측이 전전긍긍했다며 현재로선 무궁화호 열차 시험도 불투명하다고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철도기술연구원은 열차 없이 실시한 무부하 시험에서는 시속 420㎞를 나타냈고 짧은 시간에 장비를 만들다 보니 보완 사항이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효성 측 관계자도 시험 장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거액을 들인 시험 장비의 부실로 당장 각종 연구개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철도기술연구원은 개발 중인 열차를 시험할 수 없어 중국에까지 열차를 가져 가서 시험을 하는 등 지난 2006년부터 5년간 계획된 각종 시험 20여 건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최근 세계에서 네번 째로 고속 열차를 개발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안전장비 개발이 예산만 낭비한 채 차질을 빚으면서 모처럼의 성과도 퇴색되고 있습니다.

YTN 김승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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