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용산사업 부도 수순...이유와 전망은? [김기봉, 경제부 기자]

2013.02.21 오후 10:33
[앵커멘트]

자금 마련을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던 자산담보기업어음 발행이 무산됨으로써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사실상 부도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코레일을 비롯한 30개 출자사들 모두가 피해자이고 특히 6년째 재산권이 묶여온 서부 이촌동 주민들의 피해도 큰데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앞으로 어떻게 될지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김기봉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질문]

오늘 오후 코레일 이사회가 3천억 원 규모의 자산 담보 제공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요.

무산된 자산담보기업어음 발행 계획, 구체적으로 어떤 거였는지 먼저 설명 좀 해주시죠?

[답변]

아시는대로 자금이 바닥난 용산사업 시행자 드림허브는 ABCP, 즉 자산담보기업어음을 발행해 3천억 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자산담보, 그러니까 최악의 경우에도 돈을 갚을 수 있는 자산이 담보돼야 하는데요, 드림허브는 용산사업이 무산될 경우 코레일로부터 돌려받게 돼있는 땅 값 3,074억 원을 담보로 삼으려고 했던 겁니다.

개발부지의 상당부분은 원래 코레일의 열차 기지창 부지였는데 사업이 시작되면서 코레일이 이 땅을 드림허브에 팔았습니다.

그런데 사업이 무산되면 땅은 원래 소유주인 코레일이 다시 가져 가고, 땅 값으로 받은 돈은 당연히 돌려주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사업이 무산될 경우 땅 값을 돌려줄 것이다" 라는 반환 확약서를 써주면 이것을 담보로 은행에 그만한 규모의 돈을 빌리려고 했던 것입니다.

[질문]

사업이 무산되면 원래대로 땅은 가져가고 땅 값으로 받은 돈은 돌려주는 것이 상식적으로 당연한 것 같은데, 코레일이 왜 반대를 했죠?

[답변]

말씀하신대로 상식적으로도 그렇고 사업협약에도 그렇게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코레일에서는 이것을 그대로 이행할 수 없는 이유를 들고 나왔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코레일이 돌려줄 돈 보다 받을 돈이 더 많다는 건데요.

사업이 무산될 경우 코레일은 땅 값 잔여금 3천여억 원을 돌려줘야 하지만, 사업을 위해 미리 분양받았던 랜드마크 빌딩의 계약금으로 낸 돈 4천 3백억 원 정도를 돌려받아야 할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다른 출자사들이 증자나 CB발행 등을 통한 추가 출자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코레일만 돈을 내는 구조로 갈 수 없다는 판단도 들어있습니다.

[질문]

"줄돈 보다 받을 돈이 많다" 얼핏 듣기에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한데요, 다른 출자사들이 이런 코레일의 주장을 비난하는 이유는 뭔가요?

한마디로 코레일이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랜드마크 빌딩 계약금에 대해서는 이미 지불이 끝났다는 겁니다.

사업이 무산될 경우, 다음에 새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차기 사업권과 이행보증금 등 4,400억 원어치의 담보를 이미 가져간 상태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땅 값 반환은 협약서에 명백히 돌려주기로 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두 가지를 똑같은 조건으로 상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입니다.

[질문]

자, 양쪽 입장이 엇갈리는데요, 어쨌든 코레일이 오늘 담보를 거부하기로 함에 따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돈줄이 막혀 부도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군요.

[답변]

드림허브가 지금 갖고 있는 자금은 5억 원인데요, 당장 다음 달 12일 채권 이자 59억 원을 갚아야 합니다.

또 설사 이것을 갚는다 해도 바로 1주일 뒤인 다음 달 19일 120억 원의 다른 이자를 또 갚아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자금을 끌어들일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에 무산된 ABCP 발행과 함께 2,500억 원 규모의 CB, 전환사채 발행이 마지막 수단이었는데 이 또한 출자사들이 돈을 댈 여력이 없어서 물 건너간 상태입니다.

지난달 30일부터 공지를 했는데 아직까지 한 곳의 출자사도 참여 의지를 밝힌 곳이 없습니다.

부도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최근 뜻밖의 손해배상 재판에서 승소해 수백억 원을 배상금으로 받게 됐지 않습니까?

[답변]

지난 7일이죠.

서울중앙지법에서 용산사업 시행사 측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부지 안에 우편집중국 건물이 있는데, 개발이 시작된 이후에도 우정사업본부가 이 건물을 빨리 빼주지 않고 계속 사용한데 대한 손배소였습니다.

이번 승소로 드림허브는 약 380억 원을 배상받게 돼 이 돈이 나오면 일단 큰 불은 끄고 몇 달은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돈을 언제 받느냐는 겁니다.

59억 원을 갚아야 하는 날이 다음 달 12일인데, 이 기간 안에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소용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우정사업본부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하거나 지급을 다음달 12일 이후로 지연시키면 결국 부도가 나게 되는 것입니다.

우정사업본부가 어떤 판단을 하는지에 따라 용산사업의 존폐가 결정되는 셈인데요, 사실은 검찰의 손에 달려 있는 상황입니다.

현행법상 국가기관인 우정사업본부의 손해 배상 관련 판단은 검찰의 지휘를 받게 돼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검찰도, 우정사업본부도 느긋한 입장입니다.

혹시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어질지도 모르는데 서둘러서 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제가 확인을 해봤는데 지급과 관련해 전혀 결정된 게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질문]

용산사업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건 1대 주주인 코레일과 다른 참여 업체들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자금줄이 막혀서인데 왜 이렇게 된 건가요?

한마디로 용산사업의 사업성에 대한 시각 차이입니다.

특히 1대주주 코레일의 새 경영진, 그러니까 현 사장인 정창영 사장이 지난해 2월 부임을 했는데요.

용산사업의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추가적인 투자는 손실만 더 키운다는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롯데관광개발을 비롯한 코레일과 반대 입장의 출자사들은 사업성이 충분히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러 개의 철도가 집중되는 허브로 해외 유명 명품브랜드들이 투자를 약속하는 등 사업성이 충분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코레일이 귀를 막고 보신주의에 빠져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질문]

이미 수조 원이 투입된 상태에서 결국 부도가 난다면 후폭풍이 엄청날 텐데요, 만약 부도가 난다면 누가 피해를 보게 되나요?

1대 주주 코레일과 2대 주주 롯데관광개발을 포함해 건설사와 재무적투자자 등 모두 30개 출자사들이 지금까지 투입한 돈 수 조원이 사실상 공중에 날아가는 셈이 됩니다.

일각에서는 코레일은 사업으로 인해 자산 가치가 높아진 기지창 땅을 돌려받게 돼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코레일은 당장 땅 값으로 받은 돈 3조 원 가까이를 내놔야 하는 상황입니다.

당장 현금이 있어야 하는데 공채 발행한도가 있어 이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요, 나머지 민간 출자사들도 그동안 투입한 수 십억에서 수 백억 원씩을 사실상 날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질문]

그리고 개발만 믿고 있었던 서부 이촌동 주민들도 큰 피해를 입게 되지 않습니까?

[답변]

서부 이촌동 주민들은 오늘도 코레일 이사회가 열리는 코레일 서울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했는데요.

2,200여가구, 만 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참 난감하게 됐습니다.

이 주민들은 사업이 시작된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6년째 재산권행사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사고 팔고를 할 수 없었다는 건데요, 그렇다보니 목돈이 필요할 때 집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낼 수 밖에 없었죠.

현재 가구당 평균 3억 4천만 원의 대출을 낸 상황인데요 사업이 지연되면서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벌써 집이 경매로 넘어간 가구가 수 십 가구라고 합니다.

그런데 부도가 확정되면 지금까지 채권 독촉을 자제하고 있던 은행들이 곧바로 추심에 나설 것으로 보여 경매로 넘어가는 상황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부도가 확정되면 이촌동 주민들과 30개 출자사들, 그리고 이촌동까지 포함해 사업허가를 내준 서울시까지 얽힌 복잡한 대규모 소송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 많은 사업자와 많은 주민들이 모두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용산사업, 이 문제도 새 정부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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