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생생경제] 한국경제 4대 마약을 끊어라!

2018.05.08 오후 04:58
[생생인터뷰] 한국경제 4대 마약을 끊어라!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PD
■ 대담 :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김혜민PD(이하 김혜민)> 우리 경제를 생생하게 상생하는 경제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분들을 모시는 생생초대석. 오늘은 경제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정말 뵙고 싶은 분들을 모셨습니다. 우리 사회의 경제적 약자를 위해, 시대에 맞는 경제성장의 동력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학자입니다. KDI국제정책재학원 교수이자,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이자, 주빌리은행 은행장이신 유종일 교수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이하 유종일)>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제가 은행장님을 뵙긴 처음입니다.

◆ 유종일> 은행법상 은행이 아니라 사칭한다고, 저희는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는 시민단체입니다.

◇ 김혜민> 보도 통해서 많이 보셨을 텐데요. 주빌리은행,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 유종일> 장기 소액 연체, 채무 때문에 너무 많은 고통을 겪으신 분들이 많아서. 그분들 채권이 사실 헐값이 팔리고 있는데, 워낙 어려운 분들이니 받아내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그 채권을 확보한 사람들은 이윤을 뽑아야 하니까 가서 엄청난 돈을 갚으라고 압박을 가하고. 이게 많은 비극을 낳고 심지어 우리나라 자살률이 높은데 하나의 배경도 되어서. 돈을 모아서 이 채권들을 없애자. 그런 운동을 몇 년간 해오고 있고요. 다행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정부에서도 이러한 취지에 공감해서 전향적인 정책을 내놓았고요. 그렇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관심 가지고 도와주시면 좋은 일 많이 하겠습니다. 사람 목숨을 살리는 일이거든요.

◇ 김혜민> 사람 목숨을 살리는 일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왜 경제가 사람 목숨을 살리는 일인지 오늘 인터뷰를 들으시면 아실 거예요. 교수님 타사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이기도 하셨어요. 제가 긴장됩니다. 선배 경제프로그램 진행자이시잖아요. 오늘 YTN라디오 ‘생생경제’ 오셨으니 청취자분들에게 인사 한 말씀 부탁 드릴게요.

◆ 유종일> 제가 YTN 라디오 여러 번 나오긴 했는데, 개국 10주년이라고 해서 축하 말씀 드리고요. 청취자분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뜻하시는 일들 다 이루시길 바랍니다.

◇ 김혜민> 교수님, YTN라디오 생생경제 진행자인 제가 ‘경알못’이라고. ‘경알못’ 뜻 아시겠어요?

◆ 유종일>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 김혜민> ‘경제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런 사람이 진행하는 경제 프로그램입니다. 한 달 정도 진행했어요. 느끼는 게, 경제라는 게 학문으로만 느껴졌고, 주식 투자, 부동산 투기. 이렇게만 알았거든요. 그런데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죽고 사는 문제가 경제라는 걸 알았습니다.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유종일> 경제가 사실상 가장 중요한 거죠. 개인들 입장에서 보면 먹고 사는 문제,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 경제라는 게 한자로 보면 경세제민을 줄인 건데요. 세상을 잘 다스려서 백성들을 구제한다는 거거든요. 백성들 편안하게 먹고 살게 해주는 게 나라가 해주는 일이다. 그런 얘기예요. 경제를 잘 알지 못하신다고 하셨는데, 제대로 파악하신 것 같아요. 특히 제가 좋았던 것은, 처음 오프닝 멘트에서 생생하게 상생하는 경제로 만들기, 거기에 감동받았습니다. 바로 그게 경제입니다. 생생하게 상생하는.

◇ 김혜민> 그래서 교수님께서 경제학자로서 상생하는 경제를 위해 많은 연구를 하셨고 저서도 내셨어요. 최근의 저서 ‘한국 경제 4대 마약을 끊어라’ 제가 이 책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 내용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하면 될 것 같은데요. 4대 마약 이야기를 하기 전에, 다음달 지방선거에서도 보면 알지만, 후보들의 주요 공약이 다 경제와 관련된 것들입니다. 대통령을 뽑을 때 유권자들은, 과연 이 대통령이 경제를 얼마나 살려줄까. 이 기준으로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뽑았거든요. 이런 생각들이 대한민국 현재 경제 패러다임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 유종일> 정치인들이 여러 가지 얘기를 합니다만, 경제 공약이 가장 앞서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나라가 하는 일 중 제일 중요한 일이 백성들 편안하게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건데요. 그것을 잘 해보자고 하는 게 정치 아니겠습니까? 그런 얘기들을 하는데요. 문제는 그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는데 과연 어떻게 해야지 경제가 활성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상생할 수 있느냐. 그것이 핵심일 텐데요. 그게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변하면 좋은 방법이라는 것도 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과거에 이렇게 하니까 경제가 잘 나가더라, 이런 과거 경험에, 사람들은 자기 경험의 노예가 되기 쉽거든요. 우리 경제가 과거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했죠. 고도성장을 이루면서 경험했던 그런 것들 때문에 그때 형성된 고정관념들이 있어요. 이런 것들을 하면 경제가 잘 된다. 지방선거도 하면 각종 개발 공약이 난무하는데요. 제가 봤을 때는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해서는 되지 않는, 버려야 할 고정관념을 아직도 많이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마약이라고 한 거예요.

◇ 김혜민> 버려야 할 고정관념 네 개를 한국 경제 4대 마약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하나하나 여쭤볼게요. 첫 번째로 꼽아주신 게 투자 마약이에요. 투자 마약, 어떤 뜻입니까?

◆ 유종일> 사실 투자라는 건 좋은 거죠. 투자 하지 말자는 게 아니고 투자가 나쁘다는 게 아닌데, 왜 마약이라고 했느냐면. 이제 우선순위가 있지 않겠습니까. 개인이 어떤 일을 할 때도 그렇고 가정을 꾸릴 때도 그렇고 우선순위가 있을 텐데, 우선순위가 지금은 투자를 늘리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니고 사람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순위이다. 그쪽에 했을 때 투자도 따라온다. 그런데 거꾸로 우선순위를 잘못해서 우선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이런 쪽으로 자꾸 가다보니까 오히려 그것도 잘 안 된다는 얘기예요. 조금 설명이 필요한데요. 이 마약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됐느냐면, 과거 박정희 시대 고도성장을 할 때는 우리가 굉장한 인구 과잉 국가였거든요. 자본은 조금밖에 없고 사람은 굉장히 많았어요. 그렇기에 이때는 그냥 허리띠를 졸라 매고 저축해서 투자만 늘리면, 투자 늘리라고 기업에게 특혜도 주고 그렇게만 하면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서 일을 하니까 큰 경제성장 효과를 나타냈죠. 기술도 외국에서 들여오면 되고요. 그렇게 계속 하다보니까 자본은 그동안 투자를 많이 해서 자본 축적은 많이 한 나라가 됐어요. 지금도 스튜디오 밖에 보니까 상암동 DMC 고층 건물들이 즐비한데, 어렸을 때 이런 것 한 개도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자본은 많이 생겼는데 거꾸로 이제 인구절벽이라고 하잖아요. 사람이 없어요. 애 나아서 편안하게 안정되게 살면서 좋은 직장 가지고 애 키우기 힘들다고 해서 젊은 사람들이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는다는 거잖아요. 인구 절벽이 생겼어요. 그래서 지금은 인구과잉 시대가 아니라 자본과잉 시대가 됐거든요. 이럴 때 경제가 잘 크려면 부족한 것을 키워져야 생산성이 가장 올라가는 거거든요. 그것은 이제는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는 거예요. 자꾸 과거식 사고방식에 집착해서 기업들을 위해서 세금도 깎아주고 잘해주고, 이렇게 규제 풀어주면 투자를 더 해서 경제가 크지 않겠는가. 자꾸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너무 근시안적이고 큰 그림을 못 보는 거라는 뜻입니다.

◇ 김혜민> 결국 성장을 양적 성장이 더 이상 불가능하잖아요, 포화 상태이니까요.

◆ 유종일> 투자 양만 늘려서는 성장 효과가 미미하죠.

◇ 김혜민> 그래서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로 바뀌어야 한다는 건데요. 말에 동의하고 너무 좋은데요. 사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나 최대 효율을 중요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현실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같이 따라줘야 할 것 같아요.

◆ 유종일> 좋은 질문이신데요.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이 인재를 중요시해요. 우리나라 기업들도 인재의 중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이 부족한 게, 자기들이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얼마나 자기들이 스스로 노력할 것인가. 교육기관 지원도 하고 스스로 직원들을 뽑아서 좋은 교육과 훈련을 시키고, 이런 건 부족하고요. 외부에서 다 생산된, 좋은 인재가 있으면 뽑아오려고만 해요. 그런데 거기에는 한계가 있죠. 그래서 기업들이 스스로 인재 양성하는데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고요.

◇ 김혜민> 그게 기업을 위한 거잖아요.

◆ 유종일> 그렇습니다. 그리고 학교 교육이라는 것은 기업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게 당연한 거고 올바른 건데요. 기업이 스스로 해야 할 몫이 있는 거고요. 다른 하나는 결국 우리가 훌륭한 교육 시스템을 통해서 현장에 가서도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인재들을 키워내야 하는데 그것은 정부가 하는 일이죠. 사회가 하는 일이죠. 어떻게 합니까? 기업이 다른 소리를 하지 말고 번 것 만큼 응분의 세금을 내서 좋은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전 세계적으로 잘 사는 나라를 보세요. 다 교육을 잘 하는 나라들이에요.

◇ 김혜민> 결국 기업이 직원을 하나의 부속품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기업과 함께 상생하고 동행할 수 있는 동반성장할 사람으로 보는 것이 첫 번째 출발인 것 같아요.

◆ 유종일> 경알못이라고 하셨는데 너무 잘 아시는 것 아니에요?

◇ 김혜민> 저는 이게 경제인줄 몰랐다니까요. 사람에 대한 관심이 경제였더라고요.

◆ 유종일> 그렇습니다.

◇ 김혜민> 오늘 유종일 교수님과 한국 경제 4대 마약을 끊어라, 이 말씀을 나누고 있는데요. 두 번째로 꼽아주신 게 환율 마약이에요. 그런데 사실 대한민국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수출이고, 그러다 보니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고요. 환율이 마약이라고 하셨으니 이제 수출 주도 성장은 안 된다, 이런 말씀인가요?

◆ 유종일> 네. 수출이, 제가 수출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해야죠. 그러나 계속해서 지금처럼 우리가 지금 60년대 초반에는 우리나라 국민 총생산의 1%, 2% 수출했거든요. 지금은 40, 50%까지 갔습니다. 이것이 그 자체로 나쁜 건 아니지만 너무 수출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고 내수 시장은 위축되어 있어서 세계경제 풍파에 너무 많이 휘둘리고 내수 자영업하시는 분들,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어려워지는, 불균형적 성장은 더 이상 하면 안 된다, 균형을 가져야 한다는 거고요. 수출을 하는데 있어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장사하시는 분도 마찬가지이고요. 남보다 물건을 싸게 파는 거예요. 떨이라고 하면서 팔면 팔리겠죠. 그 대신 남는 게 없어요. 그러면 물건을 팔면서도 많이 남기려면 더 좋은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서 더 내더라도 이것을 사야겠다, 여기 가야겠다, 이렇게 가야 하지 않겠어요? 그것이고 혁신이고 생산성 향상인데 그쪽으로 자꾸 가야 하는데 우선 쉽게 환율을 자꾸 올려서 우리 물건 값을 싸게 만들어 주는 거죠. 국민들 호주머니 털어서 수출하는 대기업들 도와주는, 이런 정책 과거에 너무 많이 했거든요. 경기 부양을 위해서. 더 이상 그런 식으로 가선 안 되고 내수와 수출의 균형을 갖고 국제 경쟁력도 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 이쪽으로 가야 한다는 뜻에서 환율 마약을 끊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 김혜민> 말씀하신 것처럼 내수 경제 성장이 중요한데요. 수출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요.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혹시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내수 경제 성장을 위한 하나의 대안인가요? 정답이라 할 수 있을까요?

◆ 유종일> 관련 있는데요.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것이 소득이 한쪽으로 너무 치우쳤기에 골고루 노동계층 또 영세 자영업자 포함해서 골고루 소득이 돌아가게 하자. 상생하자. 그런 거잖아요. 그것이 당장 내수를 활성화시키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진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국제 통화기구나 세계적 연구를 보면, 장기적으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경제를 성장하는 데는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요즘 경기가 일부 업종 빼고는 안 좋지 않습니까. 고용 사정도 안 좋고요. 이런 것을 활성화시키는 데는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것으로 금방 되는 건 아니고요. 그렇다고 이자율을 낮출 수도 없는 거고, 금리는 오르는 상황 아닙니까.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기 때문에. 이런 단기적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재정을 확대하는 겁니다.

◇ 김혜민> 재정을 확대한다. 재정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유종일> 재정 확대한다는 것은 정부가 돈을 더 많이 쓴다는 거예요. 세금도 더 거둬야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국채를 발행해서 할 수도 있는 거고요. 지금 약간의 추경을 하겠다고 해서 국회에서 논란이 많은데요. 제가 봤을 때 규모가 너무 작고 그것 해서 큰 성과는 없고. 좀 더 과감한 재정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김혜민> 과감한 재정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세 번째 마약, 빨리빨리 마약입니다. 이것 마약이 아니라 한국사람 천성이 빨리빨리인 것 아닌가요?

◆ 유종일> 그렇지 않습니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어떻게 걸어 다녔죠? 빨리빨리 걸어가면 뭐라고 합니까. 야단맞죠.

◇ 김혜민> 조선시대 양반까지 생각해야 할지 몰랐네요.

◆ 유종일> 외국에서 온 선교사들이 19세기 후반에 많이 와서 조선 사람은 이렇다고 하는 평을 많이 썼어요. 그때 보면 대개 게으르다, 어영부영한다, 이런 얘기들이 많죠. 게으른 것도 천성이 아니고 빨리빨리도 천성이 아니고, 그 사회가 어떤 유인을 제공하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따라서 사람들 행동은 변한다는 거죠. 그래서 이것이 고도성장기에 우리가 스스로 기초를 다져가며 차근차근 무엇을 할 필요가 없었어요. 워낙 낙후된 상태에서 그야말로 빨리빨리 자본축적도 하고 선진국 기술도 대충대충 베끼며 빨리빨리 따라잡기 할 때였거든요. 누구나 빨리빨리 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나갔던 거거든요. 그렇게 하다보니 기초가 부족해요. 기초, 깊이가 부족합니다. 이제 남의 것 적당히 베껴서 할 수 있는 시기는 다 지났고 그 이상의 수준에 왔으니까 우리가 스스로 창조하고 혁신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단단한 기초와 깊이 있는 이해, 몰입, 여유 이런 것들이 있어야 창의와 혁신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너무 그동안 빨리빨리 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래서 빨리빨리 해라고 압박하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마구 할 수 있겠지만 정말 창의와 혁신, 고도의 능력이 필요한 것은 오히려 더 안 되는 거죠.

◇ 김혜민> 성장의 양을 더 이상 늘릴 수는 없고 질을 높여야 하는 것 같아요. 지금 교수님 말씀하신 세 개의 마약을 끊고 다지지 못했던 기초 체력도 다지는 일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선택과 집중의 폐해를 꼽으셨는데요. 선택과 집중 역시 좋은 개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 유종일> 선택과 집중이 나쁜 건 아니죠. 한 개인에게 있어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도 필요하고 어떤 시점에 가서는 딱 이것이라고 하면 집중적으로 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그런데 무조건 선택과 집중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특히 한 시스템 차원에서 봤을 때 한 곳에 ‘몰빵’을 하면, 그게 안 되면 망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원래 경제학에서는 달걀을 한 군데 놓지 말고 여러 군데 분산시켜라. 투자도 분산하라고 하잖아요. 시스템 차원에서는 분산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과거 선진국을 모방하면서 따라잡기 성장을 할 때는 큰 위험이 없어요. 선진국들을 한 것을 보고 베끼는 거니까. 하나씩 찍어서 잘 하는 놈 밀어주기 식으로 하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재벌 경제가 된 거잖아요.

◇ 김혜민> 집안에서 장남만 투자해서 밀어주는 것처럼.

◆ 유종일> 그런 식으로 된 거죠.

◇ 김혜민> 그 차남, 차녀는 얼마나 불평불만이 많고 불행해졌겠어요. 재벌만 육성했고.

◆ 유종일> 잘 하는 놈 밀어주기 정책에서 모두에게 기회를. 그리고 그것이 결국 백화제방 · 백가쟁명 해야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일뿐더러 그렇게 해야지 혁신이 된다는 거예요. 자본 축적하고 억지로 일 많이 해서 성장하는 게 아니고. 말씀하신 대로 질적 성장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우리가 열심히 건물 짓고 물건 만들어도 돈은 누가 벌어요? 설계하는 사람들이 진짜 돈을 버는 거거든요.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그쪽 능력을 키우고 고급 성장을 하려면 지금부터 과거 고정관념, 투자 마약 환율 마약, 빨리빨리, 선택과 집중, 이런 것들이 과거에는 무조건 옳은 줄 알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 그렇지만 그게 익숙하고 당장 작은 성과는 낼 수 있다 보니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잖아요. 바로 그게 마약인 거죠.

◇ 김혜민> 교수님께서 벗어나야 할 4대 마약, 투자 만능주의, 수출 우선주의, 단기 성과주의, 선택과 집중에 대한 편협한 논리를 꼽아주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았습니다. 말씀하신 것들을 끊고 새로운 도약을 하려면 문재인 정부가 풀어야 할 경제적 과제, 딱 하나만 꼽는다면 무엇을 꼽겠습니까?

◆ 유종일> 어려운 얘기인데요. 일주년인가요. 평가들이 나오는데, 누구나 체감하고 있듯이 작년에만 해도 이러다가 전쟁 나는 것 아니냐고 불안했는데요. 지금도 위험 요인들은 남아 있지만 대화하고 있으니까. 그 점은 잘 한 것 같다. 경제는 잘 했는지 모르겠다. 경제는 좀 잘 못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는 것 같은데 안타깝습니다. 경제라는 게 대통령 바뀐다고 한꺼번에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잘 한다,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건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내수 경기가 좋지 않으니까, 그 부분은 아까 말씀드렸고요. 과감한 재정확대가 필요하고요. 다른 하나는 무언가 와 닿는 액션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건 재벌 개혁이라고 봅니다. 촛불을 통해서 잘못된 정치 권력을 바꿨는데, 경제 권력도 바꿔야 한다. 지금 대한항공 문제도 이슈가 되었고 직원들이 가면 쓰고 나와서 광화문 광장에서 다시 촛불시위를 하는 상황이 됐지 않았습니까. 정말 전근대적인 봉건 왕처럼 하는 그런 시스템은 이제 완전히 바뀌어야 하겠고요. 삼성 관련해서도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사건, 삼성증권 허위 주식, 삼성생명 전자 지분, 이런 모든 것들 사실 총수가 자기가 실제 가지고 있는 재산보다 엄청나게 큰 덩어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그 지배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부터 나온 문제들이거든요. 이런 것들이 현안 사안으로 불거졌으니까 원칙을 가지고 확실한 개혁을 통해서 정말 재벌 개혁에 성공한 정부가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 김혜민> 우리 경제를 생생하게 상생하게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스텝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루기를 저도 교수님과 함께 바라보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재미있고 쉬운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 유종일> 책은 더 재미있습니다.

◇ 김혜민> 책 ‘한국경제 4대 마약을 끊어라’입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유종일> 네, 감사합니다.

◇ 김혜민> 지금까지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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