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박상인 서울대 교수
[생생경제] “박영선, 정치적 커넥션 있으나 전문적 역량 있는지 의문...”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토론 아니고 수다. 미세먼지가 걷히고, 진짜 봄이 시작된 오늘. 봄의 전령사 두 분이 오셨습니다. 이 분들이 하는 경제 전망에도 봄이 왔으면 좋겠는데요. 오늘 어떤 이야기하실지 기대됩니다. 토론 아니고 수다,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님, 서울대 박상인 교수님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이하 신세돈)> 네, 안녕하세요.
◆ 박상인 서울대 교수(이하 박상인)>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혜민> 오늘 여성의 날이에요. 여대 교수님으로 평생을 지내셨는데, 어떠세요? 여성 인력들이 사회에 더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 신세돈> 그런데 신문의 어떤 보도가 있었잖아요? 왜 아주 좋은 성적으로 들어오는 여성들이 사회에서 별로 빛을 보지 못 하는가? 그 기사가 있었어요. 나쁘게 이야기하면 아직도 남자들만의 어떤 세계가 구축되어 있다는 부분이 하나 있고, 또 하나는 여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아니어야 한다는 거죠. 앞으로 여대생에 ‘여’ 자를 떼자.
◇ 김혜민> 그런 이야기가 많았죠.
◆ 신세돈> 그 문제는 여성이 사회에서 크게 두각을 못 나타내는 이유가 양면적이다. 남성 중심의 구조도 있고, 또 여성 스스로도 너무나 여성적이다. 따라서 중성화되어야 한다.
◇ 김혜민> 그런데 그 말에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못 하는 게 여성으로서의 장점과 남성으로서의 장점이 산업 현장에서 시너지를 낼 때 더욱 활발한 산업 활동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거든요. 여성성이 인정받아야 하는 거죠.
◆ 박상인> 저도 말씀에 동의하는 편이고요.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남성 우위 사회이고,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는 신 교수님의 지적도 동의합니다. 다른 부분에 대해서 서로 존중하고, 그리고 다른 부분이 아니고 능력과 그 사람의 열정에 의해서 평가받는 공정한 평가의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아직 부족한 게 아닌가. OECD 비교해보면, 여성과 남성 간의 임금 격차가 우리나라가 거의 가장 심한 나라에요.
◇ 김혜민> 맞아요. 저희도 한 번 다뤘습니다.
◆ 박상인> 노동 시장 참여율도 굉장히 낮고요. 저출산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사실은 여성의 사회 활동이 더 장려되고, 참여하면 할수록 저출산에서 일어나는 많은 노동력 부족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선제적으로 이러한 성별 차별 문제를 해소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신세돈> 어제, 이것은 미국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미국에 상당히 여성 평등이 발달된 사회로 알고 있지만, 이번에 존 메케인, 애리조나 상원의원의 뒤를 이어서 여성분이 됐는데요. 이분이 공군 출신이세요. 미국에서는 최초로 전투기를 몬 여성이 상원의원이 되셨는데, 이분이 어제 ‘미투’를 했어요. 자기가 군대에 있을 때 굉장히 많은 성폭행을 당했다.
◇ 김혜민> 그 자리에 오른 여성도 그렇군요.
◆ 신세돈> 그래서 미국 사회가, 특히 공군이 난리가 났거든요. 깜짝 놀랐어요. 미국과 같이 성에 대해서 굉장히 엄격한 성 평등주의 나라에서도 상원의원 되신 분들이 성폭행을 당했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적인 문제라서 첫째, 굉장히 해결하기 쉽지 않다. 둘째,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 셋째, 한 100년은 걸릴지도 모른다. 그런 이야기죠.
◇ 김혜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100년 후에는 해결되겠죠. 아까 말씀하셨는데, 저는 피우진 국가보훈처 처장 생각이 났어요. 그분도 전 육군이었잖아요. 그 속에서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교수님, 그런데 밖을 보세요. 우리 한 분 빼고 다 여성분들이에요. 지금 여성분들의 진출은 굉장히 많은데, 아까 오프닝에 소개한 것처럼 위로 올라갈수록 여성들이 없어지는 거예요. 저처럼 30대 여성들은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많이 떨어져나가는 거죠. 끈질기게 하겠습니다.
◆ 신세돈> 좋습니다.
◆ 박상인> 그래서 일-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그런 사회적인 지원 체계, 이런 것들이 확립되지 않으면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여성이 일정 정도의 커리어를 쌓다가 단절되고, 그래서 또 남녀 간 격차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것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고요. 미국 말씀하셨습니다만, 미국은 그런 역사를 거치면서 많이 좋아졌고요. 우리는 아직까지 정말 그 당시 미국이 겪었던 수준이 아닌가. 지금 빨리 노력을 하면, 우리가 경제 발전도 빨리한 것처럼 이 문제도 100년까지는 안 걸리고, 더 빨리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혜민> 맞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로 들어가서 오늘 개각이 있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박영선 의원이 됐단 말이에요. 경제하고도 밀접한 부서의 장관이니까 평을 조금 듣고 싶습니다. 물론 우리가 한 장관의 자리를 정할 때 여성이다, 남성이다, 저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적합성이 가장 중요한데, 먼저 신 교수님. 어떻게 평가하세요?
◆ 신세돈> 잘 몰라요. 물론 박영선 의원을 보기는 제가 한 35년 봤어요. MBC 앵커할 때부터 요란하고, 과격하고, 저돌적이고 한데, 이분이 중소벤처기업부의 장으로서의 적합성을 가지고 있는가? 어떤 정치적인 커넥션, 또는 당과의 커넥션에 있어서는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분이 얼마만큼 우리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살리는 부분. 특히 재벌 문제를 개선하면서 중소기업을 혁신하고, 살리는 데 있어서 이분이 얼마만큼의 전문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한 마디로 잘 모르고요. 오늘 오기 전에 신문을 보니까 굉장히 이번 인사는 통합적이다. 무슨 뜻인가 했더니 ‘비문’이라는 거예요. ‘문’이 아닌 사람을 들였으니 통합이라고 이야기하는 언론을 보고, 제가 냉소를 금할 수가 없었어요. 통합이라고 하면, ‘반문’을 쓰셔야죠.
◇ 김혜민> 그런데 진영 의원 같은 경우는 사실 진로가 달랐잖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통합 아닙니까?
◆ 신세돈> 적어도 경제 부분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정책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장관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차원에서면, 반문이라도 중소기업을 위해서 꼭 필요한 분이라고 하면 쓴 소리를 많이 하는 분이라도 모셔오는 것이 신선했을 텐데, 너무 오랫동안 봐왔던 분이 그 중요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장으로 왔다는 것에 대해서 한 마디로 잘 모르겠다. 두고 보겠다.
◆ 박상인> 박영선 의원 같은 경우는 국회에서 기재위라든지, 또는 공정거래위원회, 아니면 법사위, 이런 쪽에 주로 계셨어요. 어떻게 보면 산업이나 중소기업하고 직접적인 활동은 별로 안 하셨다는 평가를 받을 수는 있는데, 기재위에 오래 계셨기 때문에 경제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가 높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또 하나는 아마 정치력이 있는, 조금 정치적인 중량감이 있는 장관이 오른 것을 중소기업인들이 상당히 원한 측면이 있다. 원래 초대 장관 인선 때도 하마평에 올랐고요. 그때도 중소기업인들은 중소기업 정책을 당이나 정부에 영향력 발휘할 수 있는 비중 있는 인사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중소기업부가 힘을 더 받고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 김혜민> 저희가 어제 벤처기업협회 부소장하고 인터뷰를 했거든요. 문재인 대통령이 제2의 벤처붐을 만들겠다고 했잖아요. 그 벤처붐이 두 분이 늘 주장하시는 혁신 성장의 시작이 될 거다, 이렇게 문 대통령이 말씀하셨는데요. 그분들에게는 박영선 장관이 반가운 존재라는 박상인 교수의 설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신세돈> 몰아요, 그것도. 그것도 잘 모르겠고요. 장관이 어느 정도 정책을 입안하고, 또 본인이 입안하지 않겠죠. 밑에서 입안할 텐데 지금은 홍 장관에서 박 장관으로 바뀌는 거란 말이에요. 그 주변부에 있는 분들은 그 나물에 그 국이라는 거죠. 그렇게 해서 박영선 장관이 아니다. 이 방법은 전에 하던 것과 똑같이 맹탕이니 이것을 이렇게 바꾸라고 하는 영향이 있는지 조금 더 두고 봐야겠고, 그렇게 설사 중소기업이 박수치고, 이런 것들을 가지고 왔을 때 그게 얼마만큼 실질적으로 청와대에서 정책을 교통정리 하는 데 있어서 그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홍종학 의원도 상당히 비중이 있는 사람이었고요. 이분 경제학 박사였어요. 그런 면에서 보면, 박영선 장관이나 홍종학 전 장관이나 그건 별로 차이가 없다. 그래서 일단은 청와대에서 어떻게 행하는가를 두고 봐야 할 텐데, 저는 가장 좋은 인선이었다고 하면, 중소기업협동조합이나 중소기업공단이나 중소기업에 오래 몸을 담았던 분 중에서 경력 있고, 영향이 있는 분들이 이번에 들어왔으면 저는 100% 박수쳤을 것 같아요.
◆ 박상인> 저는 조금 신 교수님하고 의견이 다른데요. 우리 중소기업이라든지, 혁신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 쪽에 오래 몸담았던 분들, 어떻게 보면 기득권이라고 볼 수 있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런 분들이 가서 바뀔 게 없다는 생각이 있고, 홍종학 장관 같은 경우도 전문성은 있다고 하더라도 비례대표 초선이었다는 측면에서 정치적 역량에서 문제가 조금 있었던 것 같고요.
◇ 김혜민> 청와대하고 정서적 거리는 박영선 의원이 훨씬 가깝죠. 빚진 게 조금 있죠. 왜냐하면, 선거에 있어서도 많이 도움을 줬잖아요?
◆ 박상인> 그것은 그렇게 볼 수 없는 측면도 있죠. 홍종학 의원도 캠프에서 열심히 하셨던 분이고, 박영선 의원은 반대점에 서 있다가 선대위원장으로 갔지만, 정서적인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조금 의문스럽고요. 저는 단 하나는 박영선 의원께서 장관이 되신다면, 본인이 평소 이야기했던 여러 가지 소신들을 정확하게 정책 과정에서 밝힐 필요가 있다. 우려가 되는 게 며칠 전에 나온 제2 벤처붐이라고 나온 혁신 정책은 기존의 산업 정책과 다를 게 없는, 정부가 발굴·육성해서 금융 지원을 하는 큰 틀에서 바뀐 게 없었다는 거죠. 그 틀을 바꾸는 역할을 해주십사 하는 생각이 하나 있고요. 두 번째는 제2 벤처붐이라고 하면서 느닷없이 차등의결권 도입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평소에 경제민주화 쪽에 소신이 강했던 신입 장관께서 벤처하고 전혀 상관없는 차등의결권 도입하는 데 앞장서서 반대해주시기를 저는 요청 드립니다.
◇ 김혜민> 벌써부터 숙제를 내주셨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박영선 의원이 장관이 된다면, 아직 후보자니까요. 된다면, 바른 말, 명확한 말씀들을 해주셔서 중소기업부 장관 자리를 잘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두 분이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토론 아니고 수다,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 그리고 서울대 박상인 교수와 함께하는데요. 국민소득 3만 불 돌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경제를 전공한 교수님, 특히 우리 신세돈 교수님은 한국 경제의 모든 것을 몸소 느낀 세대였으니까 굉장히 남다르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 신세돈> 네, 제가 처음에 학교 졸업하고 왔을 때 1인당 소득이 2,500불, 3,000불이 안 됐을 때도 3만 불이라고 하면 10배 뛰었는데요. 2만 불보다는 낫죠. 2만 불보다는 나은데, 던지고 싶은 질문이 일본이 3만 불을 돌파했을 때가 1993년인가, 1994년인가 그래요. 독일이 95년. 미국이 97년이에요. 그러면 일본만 해도 우리보다도 거의 25년 앞서서 이것을 돌파했는데, 중요한 것은 25년 전의 3만 불이라고 하면, 지금으로는 얼마 정도 될까. 최소한 6만 불은 넘어간다는 거죠. 일본은 지금 돈으로 6만 불, 그때 돈으로 3만 불을 30년 전에 돌파했어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3만 불 돌파했다는 것이 자랑이 아니다. 이것은 수치에 가까운 것이다, 그것을 지적하고 싶고요. 그다음에 그 3만 불 안에는 뭐가 들어가 있냐면, 실컷 만들었는데, 안 팔린 재고가 들어가 있어요.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50%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들이 벌어가는 돈이 다 그 안에 들어가 있어요. 따라서 GDP에서 인건비를 따지면 50%가 되니까 그것으로 따지면 3만 불 중에서 우리 국민들이 가져가는 것은 절반밖에 안 된다.
◆ 박상인> 저는 3만 불 돌파한 것이 세계사적으로 봐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 독립국가 중에서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이룩한 나라가 거의 없고요. 인구 5,000만 이상 되는 나라에서는 7번째라고 이야기를 하죠. 그런 것을 보더라도 이것은 저희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고, 이런 성과를 올리기까지 우리 선배님들께서 수고하신 것들, 또 저희 후배들 입장에서 치하도 드리고, 감사도 드려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만 불 우리가 돌파했다는 것과 앞으로 우리 경제가 잘 나갈 것인가는 다른 문제라는 것이죠. 한국 경제의 구조를 늘 바꿔야 하고, 우리가 이렇게 가면 위험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과거를 부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니고요. 과거의 이 성공이 정말 미래의 실패로 이어져서는 안 되겠다. 성공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공 공식이 통하지 않을 때 이것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다시 한 번 용기도 필요하고, 다짐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 김혜민> 그러니까 3만 달러 진작 달성해야 하는데, 지금 달성한 거 잘못됐다. 거기다가 달성된 요소들이 재고와 외국인 노동자였다?
◆ 박상인> 신 교수님이 말씀하신 부분은 제가 보기에 우리의 특수한 사정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 비율을 따지면 우리가 높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외국인 노동자를 따지면, 미국이 훨씬 많습니다. 재고 부분도 항상 GDP에 재고가 포함되니까요. 우리만 잡는 것도 아니고요. 일반적으로 다 있는 부분이라는 면에서 조금은 제가 동의할 수 없는 말씀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의하는 것은 우리가 GDP, 또 GNI라고 하죠. 국민 소득으로 보면, 가계 부분의 비중이 너무 낮다는 거죠. 57%인데, 미국 같은 경우는 제가 알기로 우리보다 20% 정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일본만 해도 우리보다 8% 정도 높습니다. 기업 비중이 우리는 굉장히 높다. 기업은 잘사는데, 가계는 그다지 좋지 않다. 그리고 또 최근에 나오는 양극화, 자영업의 어려움, 중소기업의 어려움, 이런 것들이 더해지고 하니까 사실은 3만 불 돌파에서 즐거워야 하는데, 즐거워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또 하나 제가 덧붙이고 싶은 것은 그동안 우리가 1인당 소득에 대해서 너무 집착했다는 거죠. 삶의 질이라는 것을 우리가 볼 때가 됐다. 미세먼지가 최근에 얼마나 기승을 부렸습니까? 어떻게 보면 3만 불을 달성하기 위해서 제조업 생산을 늘리려고 환경 문제를 우리가 얼마나 등한시했던가, 과거에. 이제는 그럴 때가 아니다. 삶의 질이라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우리가 정책도 그런 종합적인 관점에서 다뤄야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 김혜민> 그러면 과제를 주시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3만 달러에 많은 의미가 있는 건데, 우리가 좋아할 것만이 아니라 앞으로 이것을 계기로 어떤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게 있다면요?
◆ 신세돈> 3만 불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으로 비유하면, 옷이라는 거죠. 옷이 조금 비싼 옷이다. 그것을 입고 다닌다는 건데요. 실제로 옷을 벗고 그 사람의 몸을 보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매우 부실하고, 허황되다는 것이죠. 3만 불이 됐든, 2만 불이 됐든, 그 사람의 실질적인 자산 구조가 첫째, 빚이 없고, 그다음에 금융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고, 그래서 설사 내가 직장에서 해고가 되더라도 최소한 3, 4년은 내 돈으로 거뜬히 버틸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한데요. 우리는 오로지 그냥 여기서 빌리고, 저기서 빌리고, 여기서 꿔다가 저기서 꿔다가 거기다가 환율까지 억지로 낮춰서 호화스러운 3만 불짜리 밍크코트를 만들었는데, 이 밍크코트라고 자랑했지만, 사실은 일본은 30년 가까이 전에 우리보다 2배 좋은 밍크코트를 이미 입었다. 지금 우리가 입고 있는 밍크코트라는 게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아까 박 교수가 이야기한 대로 그런 수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또 다른 가치. 양극화 문제라든지, 지역적인 균형 발전이라든지, 또는 사회의 복지 체제가 가난한 사람을 얼마든지 뒷받침하는, 이런 고상한 차원에서 우리나라가 얼마만큼 잘 되어 있는가를 스스로 반성하면서 나오면 될 텐데요. 오로지 3만 불만 하면 대통령이 엄청나게 경제를 잘한 것 같이 떠든단 말이에요. 저는 그게 못마땅하다는 거고, 한 가지 더 집으면, 처음 만 불을 돌파했을 때가 95년이에요. 그때 김영삼 정부가 엄청나게 자랑하고, 2년도 안 돼서 IMF가 왔고요. 2006년 노무현 대통령 때 2만 불 돌파했어요. 엄청 자랑했어요. 그러고 서브프라임 위기 들어갔어요. 그래서 제가 박근혜 정부 때 4만 불, 4만 불 떠들 때 불안하다. 3만 불, 4만 불, 5만 불, 전혀 중요하지 않고, 내실 있는 경제를 만드는 데 국가 경제 정책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신경을 써 달라. 그런 관점에서 3만 불 자꾸 떠들면 떠들수록 저는 불편한 거예요.
◇ 김혜민> 지금 만 불, 2만 불 얘기하셨는데, 제가 안 그래도 여쭤보려고 했어요. 지금 경제학자 두 분이 3만 불 시대에 반성의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까?
◆ 박상인>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까지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삶의 질 문제, 그때는 아직까지 3만 불 가야한다, 이런 목표 의식이 굉장히 강했는데요. 지금은 경제 구조라든지, 사회 전반의 질적인 변화들이 있었고요. 그런 가치들, 삶의 질이라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치들에 대해서 사회적인 합의 같은 것이 되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과거처럼 정치하시는 분들이나 관료들이 단순하게 GDP 수치를 가지고서 우리 경제와 사회를 평가하는 일차원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거 하나하고요. 그리고 신 교수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과거부터 축적되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과 지금부터 우리가 가야 할 길을 혼돈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지금부터 우리가 가야 할 현실은 현실대로 냉정하게 돌아보고 준비해야 한다. 그런 준비를 게을리 한다면, 과거의 성공에서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거죠. 일본 말씀하셨지만, 3만 불 돌파하고 얼마 안 돼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어요. 우리는 그보다 더 혹독한 시련이 기다릴 줄 모릅니다. 이번에 미세먼지 보고 제가 느낀 게 미세먼지 이야기를 3, 4년 전부터 심각하게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정부는 아무런 근본 대책을 안 세웠다는 거죠. 근본적인 원인 진단도 못 하고 있었다는 게 이번에 드러났어요. 한국 경제 제가 위기 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위기도 미세먼지처럼 올 수 있다는 생각해요. 다른 것은 미세먼지처럼 사라지는 게 아니고, 위기가 오면 정말 심각하게 남는다는 것이죠.
◇ 김혜민> 오늘 토론 아니고 수다, 3만 불 시대. 우리가 축하해야 할 일은 축하할 일이지만, 가야 할 길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달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오늘 이 이야기는 꼭 해야 할 것 같아요. 탄력근로제 관련해서 경사노위.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저희가 경사노위에서 어렵게 탄력근로제 합의 냈던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그 당시 문성현 위원장하고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의 소회를 듣기도 했는데, 결국, 최종 의결에 실패했습니다. 어떻게 보셨어요?
◆ 신세돈> 일단은 2월 20일에 합의를 봤다고 대서특필되고, 정말 노사 관계의 획기적인 합의라는 것이 소위원회의 합의였어요.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 위원회에서였어요. 그러니까 그게 첫 걸음을 뗀 거란 말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부결이 된 게, 아예 회의가 개최되지 못 한 것이 노동자 대표 쪽에서 보이콧하는 바람이 안 되지 않았습니까? 너무 성급하게 샴페인 터뜨렸다는 거죠. 그것을 잘 알고 계신 경사노위가 너무 상황을 쉽게 봤다는 것. 그래서 경솔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 조금 진중했어야 한다. 그거 하나하고, 또 하나는 합의에 대해서 불만 세력이 많구나. 불만 세력이 물론 민주노총과 또 민주노총의 영향을 받는 부분이겠지만, 이 부분이 충분히 합의나 협의를 통해서 녹아들지 못했구나, 하는 부분이 있어서 지금 바로 무슨 이야기가 나오냐면, 법을 개정하자?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이런 감정적인 대응을 하는 것을 보고, 샴페인 터트리는 것과 똑같은 형태의 감정적인 접근이라고 봐서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흥분하지 말고, 협의를 충분히 해서 조금 늦어지더라도 모두가 박수치는 그런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요. 경사노위가 신경을 더 써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 김혜민> 경사노위가 합의를 해도 운영위원회와 본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너무 빨리, 문성현 위원장이라든지, 한국노총 위원장들이 의미 부여를 했다. 당연히 이렇게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지적 하나와 또 하나는 전부 합의가 된 사항이 아니었는데, 의결이 부족했다고 하셨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상인> 신 교수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고요. 사실 사회적 합의기구라고 만든 것이지 않습니까? 사회적 합의 기구라고 하면, 의미 그대로 사회의 여러 가지 이해 당사자들이 충분히 논의하고, 서로 양보해가면서 합의를 이끄는 과정을 중시하겠다는 의미로 만든 거잖습니까? 그런데 실제 진행된 것을 보면 목표를 정해놓고, 어떻게 보면 당사자들을 모아서 목표를 달성하게끔 협박하는 식으로 회의가 진행된 것이 아니냐. 특히 이번에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들이 회의를 불참하면서 회의 자체가 무산됐죠. 노사정 각각 과반이 출석해야 하는데, 다섯 자리 중에서 네 자리, 한국노총까지 해서 세 사람이 불참하니까 과반이 안 돼서 회의 자체가 무산 된 것이죠. 이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하는 분들의 말씀은 소위의 논의 과정에서 자기들이 참여하기를 바랐는데, 자기들은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그런 불만을 토로하고 계세요. 그런 불만을 토로해도 무시했다. 그러고 나서 전체 회의에 와서 투표하는 데 오라고 하니까 우리는 갈 수가 없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죠. 정말 노사정에서 한 걸음 더 가서 청년, 여성, 비정규직까지 고려하겠다고 이름을 바꿔서 경사노위라고 붙인 거예요. 그런데 이름을 바꾼 정신과 전혀 맞지 않는 과정을 거쳐서 이런 사단이 난 거죠. 이것은 경사노위를 운영하는 분들이 반성해야 하는 문제지,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요. 또 하나는 여기 합의에 대해서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세 그룹분들, 특히 비정규직 같은 경우는 노동 시간을 늘리는 것이나, 탄력근로제 부분하고 가장 밀접한 관련이, 대기업보다도 많습니다. 그런데 거기 노조가 거의 없어요. 우리는 노조 조직이 거의 대기업 중심으로 되어 있고, 노조가 없으면 노사 대표를 통해서 다 합의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현장의 이야기를 어용 대표들을 세워서 실질적으로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이라든지, 임금 보전 부분을 지킬 수 없는 실행이 될 것이다. 그것에 굉장히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논의가 없는 합의를 했다. 이런 비판을 하는 것이죠. 이것이 정말 노사정에서 경사노위를 확대해서 소외되고,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분들의 목소리까지 우리가 들어서 더 큰 틀의, 더 큰 의미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정신과 맞지 않았다는 것이고요. 그러니까 당장 노사정으로 가겠다는 반 협박을 하시는 것은 정말 기본적으로 운영하시는 분들이 운영의 편의만을 생각하고, 정말 사회적 대화기구로서의 기본 정신과 취지를 노력을 했는가 하는 심각한 의문이 듭니다.
◇ 김혜민> 교수님 말씀이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사실은 노동 현안이라는 게 굉장히 복잡하고, 이것을 사회적 대화 기구로 타협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왜냐하면, 제가 문 위원장과 두어 번 인터뷰하고 보니까 그분이 모르실 리가 없단 말이에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부딪히는 벽이 너무 많은 거예요. 결국, 민노총 없이 한국노총만으로 결론내서 가기도 하셨고요. 이게 그 말씀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아까 비정규직, 여성, 이런 분들이 다 모여서 하나의 결론을 내는 게 가능할까요?
◆ 신세돈> 그러니까 하지 않기 때문에요, 지금 본질적인 문제는요. 아까 노조의 대표성 문제를 지적하셨지만, 저는 사용자도 대표성의 문제가 있다고 봐요. 결국, 국민의 입장에서는 경사노위가 됐든, 그 전의 기구가 됐든 노조 위원회가 노조를 대표해? 80%가 노조가 없는데요. 사용자 대표가 사용자를 대표해? 대기업이나 그런 사람들이야, 남의 이야기야. 남의 이야기인 사람들이 모여서 그 중요한 문제를 하는 것은 5,000만 명의 국민들을 자루 속에 집어넣고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따라서 그 업종이나 업체에 따라서, 지역에 따라서 현안 문제를 놓고 사용자와 그 지역의 근로자들이 해당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소집단적인 자율 체제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이것을 큰 그릇에 넣어서 합의할 문제가 아니라는 한계성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고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저는 이것을 정치적인 성과, 문재인 정부 때 어마어마한 것을 해냈다고 하는 성과에 성급하다 보니까 결국은 되지도 않을 이야기를 서둘러하게 된 것이죠. 경사노위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으므로 이 문제를 저는 국회로 가져가서 국회 내에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국회 산하 기구를 두고, 거기에서 결정되는 것을 입법화하는 체제로 이것을 바꿔주어야 한다는 거죠. 저는 대통령 직속보다는 국회 직속으로, 미국의 USTR이 행정부에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국회 산하 조직이잖아요? 마찬가지로 입법 차원에서 놓고 보면, 경사노위의 소속이 법제와 관련되는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에 국회 안의 조직으로 가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느낀 점이에요.
◇ 김혜민> 정말 이 문제 당사자들로 구성된 사람들과 함께 국회 산하의 기관에서 실질적으로 목소리를 내라, 이것을 정치적인 성과를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 박상인>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사실 위원장님이나 소위원장께서 굉장히 고충이 많았을 거라고 저도 이해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정말 그렇다면, 아예 정말 국회에서 여야가 정치적 책임을 가지고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서 하겠다고 하면, 기본적인 과정, 기본적인 정신에 충실하게 했어야 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협의가 안 되면 안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을 마치 사회적 합의를 하는 것 같은 포장을 하기 위해서 하는 면이 크지 않느냐는 생각이고요. 또 하나는 민노총이 안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여성이라든지, 청년, 비정규직 대표들이 일부, 혹은 전부 과정에 참여했더라면 이런 사단은 저는 안 났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위원인데도 배제됐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는 반발을 아니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경사노위라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서 우리의 갈등을 해소하자는 아이디어 자체를 정말 믿는다면, 믿음에 충실한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 민노총도 이게 합의가 안 되니까 민노총이 사주를 해서 그렇게 했다는 식의 언론도 대표 세 분에 대한 인격적인 모독이죠.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할수록 사회적인 합의가 아니고, 노-노 갈등, 노-사 갈등을 부추기는 것밖에 안 된다. 속도 상하고, 마음도 상하겠지만, 다시 한 번 차분히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 신세돈> 그런데 아까 청년, 여성, 비정규직 위원을 선정할 때 대형 노조가 승인하거나 추천하거나 하는 절차가 있었대요. 그러니까 청년, 여성, 비정규직분들이 민노총이든, 한노총하고 전혀 무관하지는 않은, 여러 가지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언론에서 민노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그 자체가 저는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봐요. 민노총과 한노총 합쳐서 전체 근로자의 20%도 대표를 못 한단 말이에요. 그 사람들과 상관이 없는 80%의 근로자를 대표할 수 있는 분들의 의견이 들어올 수 있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
◇ 김혜민> 80%의 근로자를 대표할 수 있는 무언가의 기구가 있어야 하는데, 그들은 노조가 없잖아요. 그렇다면, 예를 들어 청년 연대라든지, 여성 연대라든지, 그런 곳은 보통 민노총 아래 있거나 그렇게 되다 보니 민노총의 영향을 받지 않는 기구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있을까요?
◆ 신세돈>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는 거예요. 지금 근로자들이 안고 있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죠. 마치 지금 정당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을 대표하나요? 못 하잖아요? 그들이 대표하는 것은 극소수의 지역과 계층이잖아요? 80%의 국민들은 정치에 치를 떨잖아요. 똑같아요. 지금 노조라는 게 근로자들에게는 똑같은 상황이라는 거예요.
◇ 김혜민> 저도 아까 전에 박 교수님도 얘기하셨지만, 이 문제가 한국노총하고 민주노총의 갈등 요소가 돼버렸어요. 그 당시에 한국노총 위원장 인터뷰를 하는데, 민주노총에 엄청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시고, 문 위원장님조차도 굉장히 직설적으로 비판하셨거든요. 저도 걱정이었는데, 결국 이렇게 돼버렸어요.
◆ 박상인> 이게 사회적 합의기구가 노-노 갈등을 조장하는 기구가 되었다는 거죠, 결국은. 바람직하지 않고, 의도도 아니다. 조금 신뢰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로에 대해 신뢰가 없는 것은 단순하게 일어난 일이 아니고, 역사가 있죠. 신뢰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신뢰를 찾기 위한 노력부터 해야 하는데, 그것이 아니고, 실적과 속도전에 집착하다 보면, 신뢰를 다시 쌓을 수 있는 기회마저 없어지는 것 아니냐.
◆ 신세돈> 저는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어요. 지금 진짜 경사노위는 신뢰의 문제거든요. 저는 이게 정부 주도, 대통령 직속이 되는 것부터 문제의 첫 단추가 잘못 끼운 부분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경사노위가 정치적이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잖아요. 따라서 저는 이 신뢰 문제를 깨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구성원을 전부 다 종교인으로 하자는 거죠. 우스갯소리로.
◇ 김혜민>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죠.
◆ 신세돈> 그만큼 신뢰가 없다는 얘깁니다.
◇ 김혜민> 어떻게 합니까? 문성현 위원장은 지금 정족수를 바꿔서라도, 법을 바꿔서라도 통과시키겠다, 강한 의지를 보이셨는데요. 어떻게 해야 해요? 국회 소속으로 만든다는 것은 나중 얘기고, 일단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잖아요?
◆ 신세돈> 못 할 것 같아요.
◆ 박상인> 결국, 이것은 국회로 가게 되는 거죠. 이렇게 되면. 국회에서 조금 더 의견 수렴을 해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간다는 생각입니다.
◇ 김혜민> 그런데 지금 바로 문자가 왔어요. “국회 가면 더 싸워요. 오래 걸리고.” 우리는 신뢰가 어디에도 없어요. 어떡해요?
◆ 박상인> 제가 이 문제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쉽게 합의할 문제라고 봐요. 지금 안 자체가 여야 대표들이 사실상 합의를 하고, 이것을 경사노위에 보내서 너희들이 동의하라는 식이었어요. 순서가 사실 거꾸로 됨으로써 경사노위라는 게 통과의례? 그냥 여야가 합의한 것을 노사정이 우리도 동의한다는 것을 받기 위해서 한 게 됐다는 거죠. 정말 진정성 있게 접근했다면, 이 방식이 아니었다. 그래서 국회에서 하면, 사실은 신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국민의 80% 의견과 달리 합의는 쉽게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정말 국민들, 또는 사회 각 계층의 이해를 대표하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계속 있을 것이다. 총선에서 거기에 대한 판단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 신세돈> 일단 6개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늘리는 문제잖아요. 그 문제에 있어서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2015년부터 국회에서 합의된 문제예요. 그런데 그것을 멋있게 하려고, 케이크에 크림을 얹으려고 경사노위 만들어서 초콜릿을 뿌리려고 했는데, 거기서 사단이 난 것이기 때문에 프로세스 자체가 정치적으로 너무 냄새가 났고요. 그다음에 그 결과로 결국은 프로세스 자체가 거꾸로 뒤집어지는 바람이 이런 문제가 생겼는데요. 저는 이런 문제는 국회가 주도권을 가지고 국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죠.
◇ 김혜민> 그런데 저는 국회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한다고 할지라도 아까 케이크에 초콜릿을 뿌리는 것이라고 했는데, 저는 그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어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형식적이더라도 저는 그런 하나의 시도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박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 구성원 자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구성원이 들어갔다는 거죠.
◆ 신세돈> 케이크를 뿌리는 것은 국회에서 최종 절차로서 경사노위에 해당되는 분들을 국회에 불러서 당신들의 의견을 어떤지 다 듣고, 어떻게 보완해줬으면 좋겠는지, 그 이야기를 다 듣고, 그러고 나서 국회가 거기에 맞는 입법을 했으면, 저는 이 문제가 깔끔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을 다 국회에서 해놓고, 경사노위에서 초콜릿 뿌려달라고 하니 문제가 뒤집어지면서 케이크가 깨지는 지경까지 간 거죠.
◆ 박상인>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의견 수렴은 입법 과정에서 하게 되어 있죠, 항상. 신 교수님이 말씀하신 형태로 조금 더 장원 기구적인 형태로 했다면, 아마 민주노총, 이런 곳의 반발을 샀을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형식을 맞춰서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는 노력이 참 많은 거 같아요. 그게 오히려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이죠.
◇ 김혜민> 네, 오늘 진짜 수다 떤 기분이에요. 서울대 박상인 교수, 그리고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상인> 감사합니다.
◆ 신세돈>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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