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20년 1월 12일 (일) 20:20~21:00
□ 진행 : 김양원PD
□ 출연 : 송영훈 뉴스톱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팩트체크] 한국 운세시장 규모 4조원, 영화시장 2배라는데?"
1) 한 주간 있었던 뉴스들 가운데 사실 확인이 필요한 뉴스를 팩트체크 해봅니다.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의 송영훈 팩트체커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
2) 오늘은 새해를 맞아 흥미로운 소식을 갖고 오셨네요? 송 기자님도 신년 운세 보셨나요? 송 기자님은 무슨 띠세요?
(답변) 신년초이다 보니 주위에서 올해의 운세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포털사이트나 언론보도에도 운세나 점술 관련 기사가 자주 나오는 시기이기도 한데요.
불황 등으로 인해 사회적인 불확실성이 커질 때면 관련 기사나 콘텐츠가 늘어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2008년 미국의 리먼사태로 인한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운세 관련 콘텐츠 매출이 늘어났던 통계가 있습니다.
3) 해가 바뀌었으니, 최근 신년 운세 관련 기사나 보도가 좀 나올 시기인데요. 어떤 내용을 팩트체크 하셨나요?
“한국의 점술시장 규모가 4조원”이라는 것이라는 기사를 팩트체크하려고 합니다.
4) 일단 4조원이라는 액수로도 적어보이지는 않는데요. 비슷한 규모의 시장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시장 규모를 측정하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기준이 전체 매출액인데요.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이 미국의 골든글러브상을 수상하며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국 영화시장의 1.7배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한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한국영화시장의 전체규모는 2조3764억 원이었습니다.
이 밖에 로또로 대표되는 복권시장이 2015년 기준 3조 5천 6백억 원이었고,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반려동물시장이 2017년 기준 2조3000억 원이었습니다.
5) 그럼 우리나라 운세시장이 천만 영화가 수두룩한 한국영화 시장나 로또로 대변되는 복권시장이나, 반려동물 시장보가 규모가 크다는 건가요?
최근 시장규모 4조원이라고 보도한 언론들은 모두 영국의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의 보도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2018년 2월 24일 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점술시장 규모가 4조원에 이른다고 보도했습니다.
6) 영국 이코노미스트, 경제 전문지로 유서깊은 곳 아닙니까?
네. 보통 국내 언론들의 외신, 특히 유력외신에 대한 믿음은 ‘맹목적’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의 경우 기사본문을 제대로 읽어봤으면 좋았을 뻔 했습니다.
7) 좋았을 뻔 했다, 본문에 제목과 다른 내용이 있나요?
이코노미스트가 ‘한국 점술시장 규모 4조원’이라고 보도한 근거가 한국 언론 보도였습니다. 저도 팩트체킹을 하면서 근거가 궁금했는데, 본문을 읽어보고 조금 허탈했습니다. “한국 운세시장 규모가 4조원이라고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했다는 것이었고. 한국에는 30만 명의 역술인과 15만 명의 무속인이 있다”는 백운산 한국역술인협회장의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8) 외신이라면 그것도 유력 외신의 보도라면 무조건 믿고 보는 우리 언론의 관행이 문제군요. 자, 그러면 한국경제의 ‘한국 운세산업 규모 4조원’의 근거는 무엇인가요?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2018년 2월 기사였는데, 한국경제 기사는 훨씬 더 이전 기사였습니다. 한국경제는 2007년 12월 7일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습니다.
“한국역술인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점술인(역술인+무속인) 수는 적게 잡아서 45만 명,많게는 55만 명에 달한다. 줄잡아 19세 이상 성인인구 70∼80명당 1명꼴이다. 관련 매출은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인터넷 등 온라인 점술산업을 포함할 경우 2조5000억 원에서 4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 한국경제신문의 자매지인 한경비즈니스는 2006년 1월 16일자 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실제로 역술, 무속에 종사하는 사람은 전국적으로 45만 명에 이른다는 게 한국역술인협회의 추정이다. 철학관 등을 운영하는 역술인이 30만 명, 신을 모시는 무속인이 15만 명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단기 학원이나 문화센터 과정을 마치고 활동하는 초보 역술인들까지 감안하면 그 수가 50만 명은 족히 넘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를 기반으로 추정하는 운세산업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일부에서는 부적, 굿 등 고액의 서비스 거래와 신종 창업아이템인 사주카페의 증가를 감안하면 이보다 2배 많은 4조원에 육박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합니다.
9) 원래 기사에서는 “4조원에 육박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였는데, 이게 다시 재탕되면서 “4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로 바뀌었네요.
네. 또 한가지 관련 기사를 소개하면요, 2010년 중앙일보의 일요판 신문인 중앙선데이는 이 수치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한국역술인협회장의 말을 인용했는데요. “철학관 등을 운영하는 역술인 30만 명에 무속인이 15만 명에 달하며 초보 역술인들까지 감안하면 50만 명을 넘을 것이다. 이들이 평균 연 400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면 운세 산업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부적·굿 등이나 사주카페·온라인사이트 등을 감안하면 4조원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0) 시장 규모를 역술인 수와 그들의 연평균 수입으로 추산했군요.
네. 이들 매체 외에 국민일보와 조선일보 등도 역술인 수와 시장규모 등을 비슷하게 보도했는데요. 이들 보도를 종합하면, 한국의 운세산업 규모는 2005년부터 2조원~4조원이었고, 2019년 보도에서는 4조원~7조원까지 추산됩니다.
추산 근거는 관련종사자 수였는데, 역술인이 30만 명, 무속인은 15만 명이고 초보역술인이나 비회원, 사주카페 등까지 포함하면 50만~100만 명에 달합니다.
11) 흠... 조금씩 의심이 커지는데요. 역술인이나 무당 등 관련종사자 수는 맞는 건가요?
종사자 수도 협회나 협회관계자의 발언이 출처입니다. 구체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역시 추산이었습니다. 앞서 보도에서 무속인은 15만 명에 달한다고 했는데, 무속인단체인 대한경신연합회는 홈페이지에서 30만 무속인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역술인협회 회원 30만 명과 관련해서는 제가 협회에 직접 전화를 해봤습니다. 협회에서 발급하는 역학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역학상담사 자격은 협회에서 개설한 5개월 과정의 강의를 들으면 90~95%정도 합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12) 추산되는 시장 규모도 그렇고, 시장 규모를 추정한 근거인 종사자 수도 구체적이지 않네요. 관련한 공식 통계는 없나요?
통계청 자료가 있습니다. 통계청이 제공하는 시도 · 산업 · 사업체구분별 사업체수, 종사자수 통계에 따르면, 가장 최근 통계인 2016년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 사업체수는 1만2백3십9개, 종사자 수는 1만1천5백8십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13) 통계청 자료로는 점술 등 유사업 종사자가 만명이 조금 넘네요. 좀 전에 말씀하신 30만명과 꽤나 차이가 큽니다?
네, 점술업 매출액도 보도된 기사들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점술업 관련 매출은 2006년 2503억 원에서 2008년에 2789억 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보이며, 2016년에는 2043억6천7백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14) 2천억원도 적은 규모는 아닌데, 보도된 4조원과는 너무나도 큰 차이네요.
이럴 때 간접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이 추세인데요. 통계상으로 운세산업은 2008년 종사자 수와 매출액 모두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8년 후인 2016년 기준으로 30%가까이 인원과 매출이 줄었습니다. 적어도 시장규모가 아직까지 2조에서 4조원은 아니라는 것이죠.
15) 그렇군요. “한국 운세산업 시장 4조원 규모”는 대체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뉴스톱 송영훈 팩트체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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