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돈을 빌린 사람이 대출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하면 금융기관 등이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물을 경매에 내놓는 걸 '임의경매'라고 하는데요.
잇따른 금리 인상에 빚을 못 갚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매물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기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양천구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전용면적 101㎡가 최초 감정가 26억 원에 경매 매물로 나왔는데, 두 차례 유찰됐다가 18억 원에 낙찰됐습니다.
[공인중개사 (서울 목동) : 매매 (희망) 가격이 24억 원 이렇게 나왔는데 24억 원에 아무도 물어보는 사람이 없어요.]
서울의 다른 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전용면적 88㎡가 두 차례 유찰하면서 입찰 가격이 호가보다 3억 원 떨어졌지만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공인중개사 (서울 당산동) : 아파트뿐만이 아니고 다 사무실, 상가 다 침체야. 사람이 이동을 안 해요.]
소유자가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서, 금융기관이 임의경매 진행에 나선 사례입니다.
지난 10월 임의경매 신청 현황을 보면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이 2천6백여 건으로 전달 천9백여 건과 비교해 37.6% 증가했습니다.
한국은행이 연속해서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인 1월과 비교하면 65.5% 늘었습니다.
특히 금리가 낮을 때 가능한 대출을 모두 동원해 집을 산 사람들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여경희 /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 금리 인상으로 확대된 대출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거나, '역 전세' 및 '깡통 전세'로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진 집주인들이 늘면서 경매 신청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집값이 크게 올랐던 서울에선 임의경매 신청 건수가 한 달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금융기관은 차주, 돈을 빌린 사람이 원리금을 석 달 이상 갚지 못하면 상환 능력 재평가와 매물 감정 평가 등을 거쳐 경매 절차를 진행합니다.
첫 매각 기일이 잡힐 때까지 최소 아홉 달이 걸리는 만큼, 올해 초 금리 인상 시기부터 빚을 갚지 못한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겁니다.
[이주현 / 경매 정보 업체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 고금리 상황이 계속된다면 임의경매 건수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내년 상반기 이후에 이제 좀 더 대폭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이 들거든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여전한 상황이어서 유찰로 매물이 쌓이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YTN 최기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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