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전쟁60주년] ① 전쟁터로 간 소녀 해병

2010.06.14 오후 07:30
[앵커멘트]

올해,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YTN은 한국전 참전 용사들의 참전기를 집중 취재했습니다.

오늘은 첫번째 순서로 어린 나이에 해병대에 자원 입대한 소녀들의 전쟁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장아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제주시내 중심 해병혼탑.

60년 전 여름, 제주도는 전장으로 떠나는 젊은이들을 환송하러 나온 도민들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당시 소년소녀병을 포함한 해병 3,000여 명은 이곳 제주 산지항에서 LST, 상륙함을 타고 북쪽으로 출정했습니다.

배에 타고 있던 앳된 소녀 126명이 우리나라의 첫 여자 해병입니다.

[인터뷰:윤연숙, 해병 4기]
"우리 친구가 야 우리 지원하자 하니까 아무 생각 없이 진짜 그럼 나도 지원할까 해서 지원했지 그래서 그냥 어머니는 기절하시고..."

전쟁의 공포보다 곱게 기른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는 게 더 안타까운 나이의 소녀들이었습니다.

[인터뷰:김일선, 해병 4기]
"찰랑찰랑 예쁜 머리들 했는데 생각도 안 하고 여기 위에 만큼 그 때 말로 뭡니까 그 시타가리 완전 그냥 착 하게 잘라버렸어요. 그 때 참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소녀 해병들은 남자 군복에 제 키보다 큰 일본제 99식 소총을 들고 훈련을 받았습니다.

훈련 뒤엔 진해와 부산에서 선무공작과 통신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인터뷰:양순자, 해병 4기]
"제일 고된 것이 포복훈련이고 그것이 어려웠습니다. 총기 분해 무거운 총기 다루는 게 제일 고통스러웠고..."

여군 대위로 제대한 이수덕 할머니는 전쟁 중 피난길에 경주에서 여군에 지원했습니다.

[인터뷰:이수덕, 여군 장교 출신 서예가]
"학생들도 군에 전방에 가는데 나도 뭐 할 일이 있을 거 아니냐 주먹밥 싸는 일이라도 하겠다."

1950년 9월 출범한 여자의용군에 들어간 이수덕 할머니는 전쟁 때는 정보 수집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이 할머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군복을 보여드리는 것이 소원입니다.

[인터뷰:이수덕, 여군 장교 출신 서예가]
"우리 할아버지한테 제가 군에 들어가서 이렇게 그래도 피난 가서 놀진 않고 그래도 국가를 위해서 조금 뭘 했다 하는 표를 갖다 보여드리고 싶어서..."

여군 창설 60년, 소녀는 할머니가 됐고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보이려고 보관했던 군복은 휴전선을 넘지 못한 채 바래갑니다.

YTN 장아영[jay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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