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중점] '법정 보호 동물' 지정만 하면 끝?

2013.04.24 오후 12:04
[앵커멘트]

불과 수백 마리만 남아 법으로 보호하도록 정해진 천연기념물 산양이 지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서식 환경은 자꾸 나빠지는데 보호나 관리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예산 타령뿐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산양이 가장 많이 사는 경북과 강원 접경지대를 황보연 기자가 직접 찾았습니다.

[리포트]

동그란 눈, 짧은 앞 다리가 특징인 산양입니다.

호기심 많은 이 녀석은 카메라가 신기한 듯 렌즈로 다가섭니다.

눈이 발목까지 빠지는 한겨울, 배고픈 가족 모두가 먹이를 찾기 위해 나섰습니다.

경계를 마주하고 있는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의 산악 지대에서 잡힌 모습입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1급 야생 동물인 산양 100여 마리가 살고 있는 집단 서식지입니다.

바위 언덕에 배설물과 발자국 등 산양의 흔적이 여기저기 눈에 뜨입니다.

산양이 살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춘 곳입니다.

[인터뷰:서재철, 녹색연합 국장]
"사방이 숲으로 가려진 데 보다는 바위 지대에서 주변 경관이 시원스럽게 보일 수 있고 그런 곳을 가장 선호합니다."

하지만 최근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기 때문입니다.

바위산의 절경과 원시의 모습을 간직한 부근 계곡이 입소문을 탄 탓입니다.

산양은 인간의 흔적을 피해 점점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삶의 공간이 그만큼 좁아진 것입니다.

산양의 주요 활동공간을 관통하는 이런 도로도 산양이 서식하는 데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적인 서식지가 단절되는 것은 물론 항상 사고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한 일이라곤 보호종으로 지정한 것뿐입니다.

체계적인 관리와 모니터링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눈이 많았던 지난 2010년 겨울에 산양 25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한만형, 녹색연합 야생동물 담당]
"과거 많은 수의 산양을 구조했고 하지만 그런 산양들을 설악산에 있는 종복원센터로 이송 중에 많이 죽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그런 산양을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있었다면 많은 수의 산양을 구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환경부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당장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예산이 없다는 것입니다.

문화재청 역시 야생 동물 종합지원센터를 지을 생각은 있지만 계획뿐입니다.

[인터뷰:환경부 관계자]
"야생동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곳에서는 별도의 제2(구조)센터가 필요하거든요.예산을 반영하다 보니까 일 년에 한두 개 이상은 (구조센터 지원에) 반영이 안 돼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산양은 수백 마리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YTN 황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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