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고 있어 비교적 잘 알려진 루게릭병은 국내 환자가 3천 명 가량인 희귀질환입니다.
아직은 원인도, 치료법도 딱히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국내 연구진이 치료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박소정 기자입니다.
[기자]
온 몸의 근육이 굳어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휠체어에 앉은 채 손가락만 겨우 움직여 기계로 대신 의사를 전달합니다.
[인터뷰:스티븐 호킹, 지난해 런던 패럴림픽 개막식]
"인류 문명이 시작되면서부터 사람들은 세상의 중요한 법칙을 알기를 갈망해왔습니다."
국내에서는 농구선구 박승일 씨가 앓아 더욱 알려진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면서 나타납니다.
호흡할 수 있는 근육까지 마비되면 결국 죽음에 이릅니다.
현재 미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치료제는 단 한 가지.
그마저도 수명을 몇 달 연장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여성 호르몬의 일종인 프로게스테론이 루게릭병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처음 밝혀 냈습니다.
루게릭병에 걸린 쥐의 운동 능력이 5% 밖에 남아 있지 않을 때, 프로게스테론을 주사한 쥐는 같은 시점에 절반 가량 남아 있었습니다.
최대 10배까지 운동 능력이 높은 겁니다.
생존 기간도 프로게스테론을 주사한 쥐는 15% 가까이 길었습니다.
운동신경세포를 죽게 만드는 돌연변이 단백질을 제거해주는 '자식 작용'이 활성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인터뷰:고재영,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프로게스테론은 여성 호르몬입니다. 인체에서 자연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을 것이고, 또 현재 많이 사용되는 약물이기 때문에 값이 아주 쌉니다."
아직 동물 실험 단계이기 때문에 임상 시험까지 가려면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를 통해 루게릭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에도 이번 연구 결과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YTN 박소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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