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원피스'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TV에서 영화로도 방송되고 있는 '해적'을 주인공으로 한 일본 만화인데요.
국내에서의 인기를 반영하듯 이 만화를 주제로 국내 첫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었는데, 개장을 사흘 앞두고 갑자기 취소되는 주최 측과 팬들 모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한동오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의 기획전시실.
익살맞은 표정의 캐릭터 그림과 모형 장난감이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원피스'의 국내 첫 전시회 준비 모습입니다.
원피스는 지난 1997년 연재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도 출간되고 있는 일본의 인기 만화입니다.
발행 부수만 해도 3억 부가 넘어 드래곤볼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책과 영화의 곳곳엔 흰 바탕의 빨간색 깃발이 눈에 띕니다.
태평양전쟁 때 나부꼈던 '일본 제국주의 상징' 욱일승천기입니다.
'욱일기'나 비슷한 문양이 확인된 것만 10여 개!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선 이 일본 '전범기' 노출 자체를 금기시해 왔습니다.
게다가 이곳은 일제의 압박 속에서 민족을 지켜낸 이들을 추모하는 전쟁기념관입니다.
무책임한 '대관' 결정은 논란을 지폈습니다.
[인터뷰:차동길, 서울 신사동]
"솔직히 우리나라는 일본 식민지였기도 했고 일본한테 그만큼 한이 맺힌 것도 많은데 문화적으로 볼 때는 전쟁기념관은 아니라고 봐요."
파문이 커지자 전쟁기념관은 개장을 불과 사흘 앞두고 '전시회'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처음부터 꼼꼼하게 원작 만화 내용을 살펴보지 못했다며 잘못도 인정했습니다.
[인터뷰:전쟁기념관 관계자]
"저희가 최초에 의도하지 않고 예측하지 못했지만 불필요한 논쟁이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을 안고 간다는 것은 저희가 부담스럽고…."
주최사는 반발합니다.
기획부터 준비까지 수십억 원이 들었고, 이미 판 티켓도 많은데 이제 와서 어찌하느냐는 겁니다.
[인터뷰:전시회 주최 측 관계자]
"저희는 그걸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인 거고 대관 취소에 대한 걸….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는 건 진짜 이해가 안 가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쟁기념관의 신중하지 못한 '판단'이 오랜 준비를 해온 이들과 만화 팬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YTN 한동오[hdo86@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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