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보험료 오르나?

2015.05.04 오후 05:59
[앵커]
정치권이 합의한 공무원 연금개혁안에는 국민연금을 더 받게 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기로 합의한 것인데요.

소득대체율은 무슨 뜻일까요?

소득대체율이란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에서 연금액이 차지하는 비율, 즉 은퇴 전 평균 수입 대비 연금 수령액을 말합니다.

현재 40% 기준으로 따져보면, 월 소득 300만 원인 사람은 퇴직 후 국민연금으로 월 120만 원을 받는데요.

소득대체율이 50%로 오르면, 월 150만 원으로 연금 수령액이 늘어나게 됩니다.

쉽게 말해 돈을 더 준다는 건데요.

100세 시대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점에서는 좋은 얘기 같지만, 당장 들어가야할 보험료 부담이 너무 커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돈이 얼마가 더 필요하며 얼마를 더 부어야 하는지, 김기봉 기자가 정리해봤습니다.

[기자]
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 이른바 '소득대체율'은 지난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으로 노무현 정권 때 50%로 낮추고, 20년 동안 매년 0.5%씩 추가로 낮춰 2028년엔 40%가 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여야 합의대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릴 경우 지출되는 돈은 시간이 갈수록 천문학적으로 불어납니다.

50년 뒤인 2065년까지 현재의 제도보다 664조 원이 더 필요하게 되고, 2083년까지는 무려 1,669조 원이 더 나가게 됩니다.

[인터뷰:조남권,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
"고령화의 추세를 반영해서 추계를 하면 2065년에는 664조 원이 더 들어가고요. 2083년에는 1,669조 원으로 더 추가로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계되는 것입니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현재 소득의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6.7%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려야 합니다.

월 소득 400만 원의 직장인의 경우 현재 18만 원의 본인부담금이 33만 4천 원으로 뛰게 됩니다.

기금이 적자로 돌아서는 시기도 현재 예상보다 2년 앞당겨지고, 기금이 바닥나는 시기는 4년 앞당겨집니다.

더 큰 문제는 기금고갈 이후 올려야 하는 보험료율이 폭이 훨씬 커진다는 것입니다.

2060년엔 4%p 정도 차이가 나지만 2083년엔 6%p 가까이 차이가 나 거의 월 소득의 10분의 3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야 합니다.

[인터뷰:오정근,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 교수]
"얘기 안되는 것을 불과 20년 뒤에 우리 재정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전혀 예상하지 않은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국민을 우롱하고 인기영합적인 처사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더욱이 세계 최고 속도의 노령화 국가인 우리나라이기에 보험료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YTN 김기봉[kgb@ytn.co.kr]입니다.

[앵커]
결국 추가 비용은 국민 부담 일텐데요.

만약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고 소득대체율만 인상할 경우, 연금고갈 시기는 앞당겨지고, 현세대를 부양하기 위한 후세대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보험료율을 올릴 경우 인상폭을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과거에도 인상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가입자들의 저항이 거세 올리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벌써부터 반발 목소리가 거셉니다.

김잔디 기자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여·야가 노후에 국민연금을 더 돌려준다는데 합의했지만, 시민들은 그리 달갑지 않습니다.

당장 매달 내야 하는 보험료 인상이 무거운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이명훈, 직장인]
"이 돈 다 나중에 못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손해를 본다는 그런 느낌이죠."

[인터뷰:한상만, 직장인]
"지금 당장 생활도 힘든데 큰 비율로 올려서 더 내야 한다는 게 나중에 보장도 없는 것에 대한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치권의 개혁안대로 하려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려야 하고, 매달 내야 하는 보험료가 최대 19%, 즉 지금의 두 배가 넘습니다.

국민들의 생각을 묻는 과정이 아예 생략된, 절차상의 문제도 크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김현정, 가정주부]
"지금 당장 납득 과정이 없이 바로 월급에서 (부담해야 할 부분이) 늘어난다고 하면 당연히 생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반대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차근차근히 해야..."

공무원 연금에서 아낀 금액을 국민연금에 쓴다지만 금액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불확실합니다.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은데 준조세 격인 보험료가 오르면 결국 서민층과 미래 세대에 더 큰 부담이라는 것입니다.

[인터뷰: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보험료가 오르면 개인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서 소비가 감소하게 되고, 기업의 원가 부담이 올라가기 때문에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소득에 비례적으로 부과하기 때문에 역진적인 역할을 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도 같은 수준의 국민연금 개혁이 추진됐지만 보험료 인상에 대한 반대가 커 결국 실패했습니다.

무엇보다 개혁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가입자 2,100만 명과 어떠한 논의나 사회적 합의도 없었기 때문에 현실화하기까지는 커다란 진통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YTN 김잔디[jand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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