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율의출발새아침] '맥심' 표지 논란 "범죄미화보다 여성비하 더 심각"

2015.09.04 오전 09:28
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5년 9월 4일(금요일)
□ 출연자 : 이택광 문화평론가, 경희대 교수

- 일상적인 여성 비하 인식 그대로 드러내
- 나쁜남자 좋아하는 여성 비하... 조롱 지나쳐
- 맥심코리아 사과해야
- 약자를 향한 비하 조롱
- 표현의 자유인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제재 필요

◇ 김우성 PD(이하 김우성): 남성잡지인 코리아의 9월호 표지가 ‘여성 폭력 미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을 하자면, 악역으로 자주 등장하는 한 남성배우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인데요. 그 옆에 세워진 차 트렁크에 녹색테이프로 묶인 여자 다리가 보입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영국의 잡지 가 “역대 최악의 커버”라는 혹평을 해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건데요. 네티즌들은 판매 중단과 맥심 측의 공식사과를 촉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본사 역시 이번 맥심 코리아의 표지와 기사가 ‘매우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고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리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정말 문제가 없는 건지 문화평론가 경희대 이택광 교수와 짚어보겠습니다. 인터뷰에 앞서, 코리아 쪽에도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는 점 밝혀두겠습니다. 혹시라도 반론 인터뷰를 요청해 오면 저희가 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문화평론가 이택광 교수, 만나보죠. 교수님, 나와 계십니까?

◆ 이택광 문화평론가(이하 이택광):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자칫 노이즈 마케팅이 될 것 같아서 조금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나쁜 남자의 바이블’이라는 남성잡지 , 이번 논란으로 처음 접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이번 표지도 잡지사에서는 ‘나쁜 남자’ 콘셉트로 찍은 것이라는 주장인데요. 이번 표지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 이택광: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부적절하다는 의미는 범죄를 미화하는 면도 있지만, 사실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여성비하의 태도들이 드러났다는 것이죠. 그게 저는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고요. 그것에 대해서 편집을 담당했던 분들이, 또 잡지 자체가 인식이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이런 부분들이 또 상당히 논란을 일으키는 것 같고, 특히 최근에 세계적인 차원에서 페미니즘이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사실 이번 문제들이 단순히 한국 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상당한 파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우성: 네, 이게 전 세계 20개국에서 발행되는 잡지 아닙니까? 그래서 아마 더 논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자, 나쁜 남자를 콘셉트로 잡았다고 합니다. 나쁜 남자라는 것이 요즘 잘 못 쓰이고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당당한 남자’, ‘까도남’, 이렇게 사회가 불러주는 호명이 해석의 영역에서 너무 쉽게 왜곡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 표지, 나쁜 남자가 맞습니까?

◆ 이택광: 어떻게 보면 나쁜 남자라는 콘셉트를 조롱하는 표지이죠. 흔히 나쁜 남자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진짜 나쁜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 표지의 내용은 그런 겁니다. 당신들이 나쁜 남자를 좋아하니까 진짜 나쁜 남자를 보여줄게, 이런 것이거든요. 그게 어떤 면에서 본다면 여성에 대한 조롱이죠.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는 문화에 대한 조롱이고요.

◇ 김우성: 나쁜 남자를 좋아하니까 진짜 나쁜 남자를 보여주겠다? 참...

◆ 이택광: 네, 그게 농담이 지나친 게 아닌가 싶고요. 이런 부분들이 사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는 태도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김우성: 네, 그런데 문제가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에서 이 잡지를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이것도 문제가 되고 있거든요. 너무 관대한 건지, 아니면 이 부분은 다른 부분과 비교해봤을 때 차이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 이택광: 그건 표현의 자유라는 것인데요.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당연히 지켜져야 합니다. 하지만 소수, 특히 사회의 소수 약자들을 향한 조롱이라든가 비하, 또는 어떤 차별의 의도를 가진 표현들은 상당히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죠. 이번 경우도 제가 볼 때는 소수 약자, 특히 여성이라는, 사회적 지위로 본다면 남성보다 우월하지 못한 약자들을 향한 비하들 또는 조롱들을 정상적인 것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표현이죠. 이런 것을 경계해야 하고, 표현의 자유와 관련되어서 다양한 논의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일방적으로 이걸 허가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보다, 실질적으로 이것은 문제가 된다. 거기서 보여주고 있는 태도들이 여성에 대한 기본적인, 일상적인 비하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신중하게 표현의 자유 문제를 고려해야 하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우성: 네, 물론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인간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이야기가 통용된다는 것,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과거에 배우 이승연 씨가 일본군 강제 위안부 피해자를 연상시키는 화보를 찍었다가 크게 사죄하고 무릎을 꿇은 일도 있었죠. 기억나십니까?

◆ 이택광: 네, 그 경우도 여기에 해당되는 거죠.

◇ 김우성: 이렇게 문화계에서 이런 실질적인 고통을 외면한 채 표현의 소재로 쓰는 부분들, 어떤 식으로 사회적 견제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이택광: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각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말씀하셨던 것처럼 반인륜적이라든가, 사회의 소수 약자를 향한 비하나 조롱이라고 한다면 제한하지 않은 나라는 사실 없습니다. 최근에 일베 문제 같은 경우도 그런 거라고 보는데요. 일정하게 제한을 해야 하는 것이죠. 제한해야 하고, 그와 관련된 법적인 절차들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법적인 절차는 당연히 국회에서도 논의되겠지만 시민사회에서도 이와 관련되어서 이 문제를 고민하는 자리들이 마련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우성: 네, 마무리 하는 입장에서 성에 대한 문제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젠더 이데올로기, 말이 쉽지는 않은데요. 성과 관련해서 엄연한 불평등이랄까, 불편함이 사회에 존재합니다. 우리 사회가 남성, 여성의 문제를 볼 때 어떤 기본적인 시선이 전제되어야 할까요?

◆ 이택광: 그러니까 한국사회가 굉장히 가부장적인 발전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여성들에 대한 차별적인 태도들이 있었는데요. 그런데 세상을 이루는 또 하나의 부분으로서 여성에 대한 정당한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그것에 대해서 우리들도 역시 여성의 지위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고요. 사회의 가부장적인 부분들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이고 문화적인 변화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우성: 네, 제도적이고 문화적인 변화까지 포함해서 우리의 시선을 바꿔보자,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이택광: 네, 감사합니다.

◇ 김우성: 지금까지 문화평론가, 경희대 이택광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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