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의 한 사립대 검도부 신입생이 환영회에서 선배로부터 폭행당해 운동을 그만둬야 할 안타까운 처지에 몰렸습니다.
그런데도 가해자와 대학 관계자는 피해자가 단순히 넘어진 것 아니냐며 사건을 은폐하려 한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YTN이 당시 폭행 영상을 확보했습니다.
박광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늦은 저녁 서울 홍대 거리, 술집 앞에 건장한 대학생 십여 명이 떼 지어 몰려 있습니다.
잠시 뒤 한 학생이 만취한 학생을 부축하는 듯 목을 잡더니 갑자기 바닥으로 내동댕이칩니다.
피해자가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지만, 함께 있던 누구도 구급차를 부르지 않습니다.
다음날 피해자는 인근 모텔에서 뒤늦게 정신을 차렸지만, 턱뼈가 심하게 부서져 전치 6주 중상을 입었습니다.
[신입생 환영회 폭행 피해자 : 다행히 턱이었죠, 그게…. 턱이 아니고 머리로 부딪쳤으면 뇌출혈로 죽을 뻔했거든요. 형들 깔깔깔 웃고….]
가해자는 A 대학 2학년, 피해자는 같은 대학 신입생입니다.
서울 지역 3개 대학 검도부가 해마다 함께 진행하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벌어진 일.
환영회에서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강요에 억지로 많은 술을 마셔야 했습니다.
[신입생 환영회 폭행 피해자 : 맥주 2천cc나 3천cc 통에 소주를 들이붓고, 장기자랑 시키면서 한 명씩 마시게 하고…못 먹을 분위기도 아니었어요. 운동부고 무서우니까.]
검도 특기생인 피해자는 1년 넘게 운동을 못 하게 돼 사실상 선수 생명이 매우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직 누구에게서도 사과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가해자는 구급차를 부르는 대신 신입생이 길거리에 쓰러진 사진을 찍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중에는 다른 선배, 대학 검도부 감독과 병원에 들러 피해자가 혼자 넘어졌다며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신입생 환영회 폭행 피해자 : 그냥 캐묻는 것밖에 없었어요. 어디까지 기억나느냐고. 사과는 없었고…다들 단체로 아니라고 잡아떼니까.]
피해 학생의 대학교 측 역시 혼자 넘어졌다는 진술을 그대로 믿고 진상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치료비 지원이나 가해자 징계 등의 조치도 전혀 취해지지 않았습니다.
[A 대학 관계자 : 다친 학생 쪽 이야기는 들어봤는지는 모르겠는데 잘잘못은 학교에서 판단할 건 아니고 수사기관이 학교에 알려주면….]
하지만 정작 대학 검도부 감독은 경찰에서 사건 당시 폭행 장면을 확인하고도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히려 피해자 측에게 무마를 시도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A 대학 검도부 감독 : 학교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어야 하잖아요. 언론에 알려지게 되면 상황이 좀….]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당시 함께 있었던 선배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경찰서 관계자 : 일단 넘어트린 사람이 고의로 넘어트린 건 맞다 보고 있고, 같이 참석했던 18명 학생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하는 상황이고요.]
경찰이 조만간 가해자를 피의자 자격으로 소환할 예정인 가운데, A 대학 측도 은폐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YTN 박광렬[parkkr0824@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