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레미콘트럭을 운전하는 기사가 엔진오일을 가지러 올라가다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 중 사고로 볼 수 있을까요.
법원은 기사가 엔진오일이 있는 창고를 문이 아닌 사다리를 타고 넘어가다 떨어져 숨져 본인의 과실이 있다고 해도 산업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조용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4년 11월, 레미콘 기사 서 모 씨는 엔진오일을 갈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 창고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엔진오일이 있는 창고가 잠겨있자 서 씨는 바로 옆 창고 천장을 통해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천장 위를 걷는 순간, 함석으로 만들어진 천장은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고, 서 씨는 4.6m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이에 유족은 산업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찾았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열쇠를 찾지 않고 무모하게 창고에 들어가려고 하다가 사고가 났기 때문에 통상적인 업무수행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서 씨가 자물쇠가 잠겨 있어 부득이하게 이런 방법을 택한 점을 인정했고, 서 씨에게 과실이 있더라도 이 때문에 근로자의 생활 보장적 성격을 지닌 산업 재해 보상 보험이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레미콘트럭을 운전하는 것뿐 아니라 항상 운행 가능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에 따라 엔진오일을 교체하는 것도 업무 중 일부로 판단했습니다.
[김규동 / 서울행정법원 공보관 : 근로자의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의 자해행위나 범죄행위의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이번 판결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배상 제도와는 달리 근로자의 과실로 사고가 났더라도 업무 중이었다면 산업재해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YTN 조용성[choys@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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