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합동참모본부 신청사의 방호 시설 설계도를 그려줬지만, 정부로부터 돈을 한 푼도 못 받은 한 남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뒤늦게 설계도 일부를 이 남성이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군은 회사 전체를 강제 압수 수색해 설계도는 물론, 30년 동안의 모든 연구 결과까지 가져가 버렸습니다.
황당한 이야기를, 박조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정수진 사장은 지난해, 회사 문을 닫았습니다.
잘 나가던 군사 방호 시설 전문가.
회사의 기업 가치도 420억 원에 달하며, 승승장구하던 그였는데요.
이렇게 된 게, 다 이 합참 건물, 그리고 문제의 설계도 때문입니다.
[정수진 / 군사 방호시설 전문가 : 볼 때마다 굉장히 속도 상하고 아주 억울하고요. 저희 가족도 다 억울해 해요. 솔직히 잠 못 자는 때가 많죠. 보고 가면 더 기분이 안 좋습니다.]
[2014년 당시 보도 : 극도의 보안이 필요한 우리 군의 최고 지휘부인 합참 신청사의 설계도가 외부로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정수진 사장이 당시 가지고 있던 것은, 합참 신청사에 대한 EMP탄 공격을 막을 '방호 시설 설계도' 였습니다.
국방부 요청으로 이걸 직접 설계한 당사자가, 바로 정 사장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군 당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모든 것이 꼬였습니다.
정 사장은 돈은 나중에 받기로 하고, 설계도부터 만들어 군에 제출했는데, 국방부가 돌연 다른 대기업과 계약을 맺은 뒤, 정 사장의 설계도만 사용하고 돈을 주지 않은 겁니다.
[정수진 / 군사 방호시설 전문가 : 저희 자료를 결국은 대기업 통해서 하게 만들고 저를 이제 팽 시킨 거죠. 한마디로 말해서. 그러다 보니까 제 사업을 강제로 가와 대기업에 뺏기에 된 것이죠.]
정상 절차라면, 국방부가 합당한 돈을 지불하고, 설계도 원본까지 회수해 가야 하지만, 돈을 한 푼도 주지 않았으니, 이후 원본을 돌려받을 명분이 없어졌던 겁니다.
황당한 것은, 정 사장이 설계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직후입니다.
보도 일주일 뒤인 2014년 5월 20일.
[정수진 / 군사 방호시설 전문가 : 군 검찰 수사관 하고 거기 검찰 과장. 검찰 과장이 법무관이죠. 그러면서 뭐 송도 저희 사무실에 근처에 왔는데, 사무실 구경 좀 하겠습니다. 그러더라고요. 근데 제 느낌은 좀 그랬어요. 왜 계속 기다린다 그럴까?]
군 검찰이 정 사장 회사를 찾은 목적은 압수수색이었습니다.
하지만, 군이 가져간 건 설계도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 11대의 하드 디스크.
그러니까, 지난 30년 동안의 회사 연구 결과와 자료를 몽땅 실어간 겁니다.
[정수진 / 군사 방호시설 전문가 : 결국은 압수수색을 뺏어간 것이죠. 돈은 당연히 안 주고 전체 도면만 빼 갈 수가 없으니까 전체 하드디스크부터 전체 자료를 통째로 가져간 거죠. 관련되지 않은 자료서부터 해서 관련된 자료까지 몽땅 다 뺏어간 거죠. 압수해간 거죠.]
수사도 마무리됐지만, 2년 넘도록 군 당국은 어떤 자료도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언제쯤 자료를 찾고, 회사 문을 열게 될지 기약이 없는, 다 빼앗긴 사장님입니다.
YTN 박조은[joeu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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