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퇴임사 전문] 박한철 "탄핵심판, 조속히 결론 내야"

2017.01.31 오전 11:46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오늘 6년 동안의 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습니다.

박 소장은 오늘 퇴임식에서 탄핵심판의 조속한 결론을 거듭해서 강조했습니다.


[박헌철 / 헌재소장]
현안과 국가적 이슈를 고민하며 답을 모색하고 모든 과정은 진정 보람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한편 헌법재판소장으로서 4년 가까운 시간들은 헌법과 헌법재판의 진정한 의미와 역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뇌하고 성찰하였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쉽지 않은 숙고의 과정에서 제가 이룬 것들이 있다면 이는 모두 동료 재판관님들의 희생과 헌신.

사무처장님, 차장님, 헌법재판연구원장님과 연구관들을 비롯한 헌법재판소 가족 모두의 한마음에서 우러나온 도움과 열정 덕분이었습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의 힘차고 밝은 앞길을 함께 열어왔던 헌법재판소 가족 모두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법원과 헌법학계 그리고 여러 자문위원님들의 지원과 격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늘 곁에서 보살펴주신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 그리고 친지 여러분들의 도움도 매우 컸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헌법재판소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저를 비롯한 제5기 재판부에서는 국민의 기본권의 본질적 의미를 철저히 확인하고 그 보장의 폭을 꾸준히 넓혀왔습니다.

나아가 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와 정신을 다시 확인하고 낡은 법과 제도에 대해서는 개인의 자율과 인권을 크게 높이는 방향으로 바로잡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경제 불평등, 양극화 등으로 인하여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 해소와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길을 모색하였습니다.

국제적으로는 2014년 9월 헌법재판과 사회 통합을 주제로 전 세계 109개 헌법재판기관 대표 등 305명이 참가한 세계 헌법재판의 제3차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한국 헌법재판소의 국제적 역할 제고에 큰 지평을 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시아 인권 협약의 체결과 아시아 인권재판소 설립 등 인권 보장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공론화하였으며 참가국 만장일치로 이를 지지하는 서울선언문을 이끌어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2015년 아시아 헌법재판소 연합 상설 사무국 설치를 제안하였고 2016년 8월 상설 연구사무국을 한국으로 유치하였습니다.

상설연구사무국은 우리나라가 운영하는 사업 분야 최초의 국제기구이자 아시아 국가들의 헌법재판제도의 발전을 이끌 구심체로서 역동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아시아 지역 전체의 인권 보장과 평화 구현을 위한 아시아의 비전을 실현하며 아시아 인권재판소의 설립을 주도할 기반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국내외에서의 성과들과 힘입어 국민들께서는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를 지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역량에 대하여 과분한 신뢰를 보내주고 계십니다.

헌법재판소를 믿고 아껴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는 헌법 조항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계속 가꾸고 정성들여 키워나가야 합니다.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영역에서 계층 사이의 이해관계 상충과 사회적 대립을 방치한다면 국민의 불만과 체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유럽과 미주 여러 곳에서 이러한 분노가 표출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혹여 이러한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됩니다.

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조정하고 헌법 질서에 따라 해결책을 찾는 데 있어서는 무엇보다 정치적 대의 간의 적극적인 역할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치적 기관들이 결코 갈등과 분쟁을 조장해서는 안 되며 대화와 타협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국민들께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목표를 제시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 헌법 질서의 극단적 대립을 초래하는 제도적,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지혜를 모아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합니다.

헌법 개정은 결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인간 존엄, 국민 행복과 국가 안녕을 더욱 보장하고 실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민주주의의 성공을 위해서는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더욱 실질화되고 법의 지배를 통하여 시민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헌법재판소가 수행해야 할 역할과 비중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중해졌습니다.

더 나은 민주주의와 헌법과 법률의 확고한 지배를 통하여 한 단계 더 성숙하고 예측 가능한 사회, 모두의 삶이 행복한 나라로 발전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금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위중한 사안을 맞아 공정하고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분들에게 어려운 책무를 부득이 넘기고 떠나게 되어 마음이 매우 무겁습니다.

세계의 정치와 경제 질서의 격변 속에서 대통령의 직무정지가 벌써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사항의 중대성에 비추어 조속히 이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남아 있는 동료 재판관님들을 비롯한 여러 헌법재판소 구성원들이 각고의 노력을 다하여 사건의 실체와 헌법, 법률 위배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인 최종수호자의 역할을 다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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