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왜 안중근 의사만 '사형 선고일'을 기념할까?

2017.02.14 오후 05:10
2월 14일이 무슨 날이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연인들과 친구들이 초콜릿을 주고받는 밸런타인데이라는 대답도 많겠지만, 최근에는 "안중근 의사의 사형 선고일"이라는 대답도 나온다.

그러나 '안중근 의사의 사형 선고' 기념일은 일반적인 독립운동가들의 기념일과는 다른 양상을 띠는 조금은 낯선 기념일이다.



다른 독립운동가들은 의거일 또는 태어난 날 정도를 기념하기 때문이다. 매년 2월 14일이 되면 '안중근 사형선고기념일'에 관련된 내용은 기사로도, 각종 정부 공식 계정이나 정치인의 계정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정작 안중근 의사가 사형당한 날짜(3월 26일)에는 안중근 의사를 기념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일본 사법부의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을 기념하는 일은 마치 일본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거나 기념하는 느낌이 든다"는 반응도 나온다.

안중근 의사는 뤼순 감옥에서 2월 14일 사형 선고를 받고 3월 26일 사형집행이 되기까지 약 한 달간의 시간 동안 《동양 평화론》을 써냈고, 민족의 앞날을 걱정했다. 대한민국에 기념할 날짜가 있다면 오히려 일본 사법부의 '판단'을 기념하는 2월 14일이 아니라 의거일, 또는 사형선고를 받고도 독립을 염원하며 집필하기 시작한 날을 기념하는 편이 낫다.




윤봉길 의사의 경우는 의거일에 맞추어 제향 행사(매헌문화제)를 열고, 유관순 열사는 3월 1일에 빠짐없이 언급된다. 이봉창 열사 역시 일왕에게 폭탄을 던진 날짜와 사형일을 기념한다.

그 외 다른 독립운동가들도 감옥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안타깝게 사망했지만 유독 안중근 의사만 사형 선고일은 강조하게 된 이유는 뭘까?

이유는 단순하다. 이날이 하필이면 밸런타인 날과 겹치기 때문이다. 밸런타인데이가 상업적인 '수작'에 불과하다는 비판은 꾸준히 있었지만 내가 내 돈 내고 이벤트를 즐기겠다는 '취향/소비'의 문제이기 때문에 통하지 않았다면,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은 외래에서 온 문화에 대한 반감과 민족주의적인 논리를 쉽게 부여할 수 있었다.

결국,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은 초콜릿 기념일을 챙기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논리가 되었고, 이제는 안중근 의사의 사형일은 모르지만 사형 선고일은 잘 알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 장학재단 트위터 계정은 "초콜릿보다 중요한 건 역사를 잊지 않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지만,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이 초콜릿 기념일에만 가능한 건 아닐 것이다.

YTN PLUS 최가영 모바일PD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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