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총 맞은 것처럼?'…공중 화장실의 수난

2017.02.22 오후 02:30

"이제는 휴지로 막는 것도 지친다." YTN PLUS 앞으로 여러 장의 사진 제보가 들어왔다. 모두 화장실 벽, 문, 천장에 나 있는 구멍 사진이었다. 여러 군데가 움푹 팬 화장실의 상하좌우는 휴지로 막힌 하얀 점이 도드라졌다. 모두 여자 화장실이나 공중화장실 여성전용칸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 YTN PLUS로 들어온 제보 사진. 다수의 여자화장실 문이나 벽, 심지어 지하철 화장실 천장에도 움푹 패인 구멍이 여럿 있다.)



(▲ '화재경보기에 구멍이 4개면 하나는 몰카를 위한 것'이라는 조언이 오갈 정도로 범죄용 몰래카메라의 수법은 악의적이고 교묘해졌다)

몰래카메라로 화장실을 촬영하는 범죄는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나사 모양 몰래카메라부터 화재경보기, 시계용 내장 카메라, 안경부터 펜, 신발, 쇼핑백용 초소형 카메라 등도 있다. 대한민국 카메라 장비만은 만화 '명탐정 코난'에 나오는 특수 장치 버금간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 소라넷 유사 사이트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여자 화장실 몰카영상들.)

결국 공중화장실을 쓰려던 여자들은 휴지가 쌓여있는 휴지통을 한 번 더 흩트려 놓고 천장에 나사나 구멍이 있는 기계장치가 없는지 확인 후 벽에 나 있는 구멍을 휴지로 막고서 얼굴이나 신체 부위가 안 보이는 각도로 볼일을 봐야 하는 셈이다.

불법으로 촬영된 화장실 몰카는 대개 인터넷을 통해 공유된다. 100만 명의 유저를 뒀던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 폐쇄 후에도 유사 사이트가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화장실에서의 여성 동영상은 온갖 제목을 달고 수만 명의 '유흥거리'로 버젓이 소비되고 있다.



(▲ 여자화장실 외 공공장소도 몰카의 범죄 대상이 된다. 조회 수는 대부분 2만 회를 웃돈다)

이런 수법은 탈의실, 목욕탕, 심지어 공공장소에서도 이뤄진다. 실제로 유사 사이트들에는 옆자리의 여성을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하면서 자위하는 영상, 차 밖의 여성을 도둑 촬영하는 영상,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몰카로 촬영한 영상 등이 떠돌아다닌다. 최근 남자목욕탕도 몰카 범죄에 노출돼 논란을 빚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몰카 관련 범죄는 2011년 1,523건에서 2015년 7,623건으로 4년 사이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젠 화장실 구멍을 막아도, 얼굴을 감추려 마스크를 써도 어디서 어떤 모양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다.



(▲ '화장실'이란 검색어에 대해 연관성이 높은 단어부터 보여준 워드클라우드 결과. '여자 화장실'이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간간히 디지털 성범죄를 연상시키는 단어들이 있다.)



(▲ '화장실'에 대한 구글 트렌드 검색결과. '화장실'에 대한 연관검색어 중 특정 장소나 영상 사이트가 순위권을 차지한다)

몰카 범죄를 근절하려는 움직임도 많아졌다. 여자기숙사 및 공중화장실, 강의동 등에 몰래카메라가 있는 점검하는 경우가 늘었고, 특히 몰카 범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여름에 화장실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따로 운용하는 추세다. 서울 영등포구에선 전문교육을 받은 여성 안심 보안관이 전자기기 탐지 장비로 직접 여자 화장실을 점검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몰래카메라를 범죄에 쓰지 않고,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범죄 영상을 소비하지 않는 자세다. 나아가 몰카 범죄를 목격하거나 증거 자료를 본 경우 적극적으로 신고할 필요가 있다. 몰카 범죄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혹은 5년 이하의 징역 및 최소 10년간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조처가 내려지는 성범죄다.



(▲ 여자 화장실 몰카 범죄에 대한 최근 보도목록)

또 영상 원본을 삭제해 증거인멸을 시도해도 디지털 포렌식 분석 기법을 이용해 PC, 휴대폰 등의 저장 매체의 정보를 분석하는 디지털 성범죄 수사가 가능하다. 몰래카메라를 단속하는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그에 가담하지 않는 것 또한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존재할지 모를 몰카 범죄 불안을 없애는 데 필수다.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신상이 그대로 온라인에 퍼져 이를 추적해 삭제하는 데도 큰 비용이 든다. 더군다나 갈수록 그 수법이 교묘해졌고 이제 장소도, 대상도 가라지 않는 몰카 범죄까지 기승을 부린다. 더는 피해자만 안고 갈 문제가 아니다. 몰카 단속을 강화하고 철저하게 처벌하는 한편 몰카 범죄를 저지르지도, 가담하지도, 방관하지도 않는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YTN PLUS 김지윤 모바일PD
(kimjy827@ytnplus.co.kr)
[사진 출처=제보, 사이트 캡쳐, 뉴시스, NIA한국정보화진흥원, 구글트렌드,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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