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호 / 전 MBC PD
[앵커]
MBC와 KBS 노조가 다음 주 총파업에 돌입합니다. 갑작스럽다고 느낄 분들도 있겠지만 지난 수년 동안 묵살됐던 목소리가 터진 겁니다. 관련 내용을 다룬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 공범자들입니다. 감독은 최승호 전 MBC PD입니다.
지금은 해직 상태입니다. 뉴스타파의 PD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인터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앵커]
스크린에서 뵙던 분을 이렇게 뵈니까 좀 기분이 색다릅니다. 저희 시청자분들 중에 이 영화가 낯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사실 낯선 부분이 많을 겁니다. 제도권 언론에서 지난 9년 동안 KBS, MBC에 한해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가에 대해서 제대로 보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지난 9년 동안 KBS, MBC에서는 저를 포함해서 10여 명의 언론인들이 해직되고 또 수백 명의 언론인들이 징계를 당했습니다.
그중에서는 기자나 PD, 아나운서가 특히 MBC에서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결국은 아이스링크라든지 세트장 관리인이라든지 이런 곳으로 보내져서 또 무슨 협찬을 따온다든가 이런 일을 해야만 하는 그런 상황에 아직도 처해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대신해서 시의원 지역까지 보면서 지역이 어딘지까지 보면서 뽑아서 채워서 그분들에게 권력이 원하는 보도를 시키고 있다 하는 게 놀라운 현실입니다.
[앵커]
아무래도 그런 현실 때문일 텐데 요즘에 참 바쁘시더라고요. 영화는 관객 수가 16만 명을 돌파를 했는데 상영회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바쁘게 홍보하시는 이유 뭐라고 봐야 될까요?
[인터뷰]
일단 이 영화가 성공을 해야 더 많은 분들이 KBS, MBC, 공영방송이 국민의 재산이지 않습니까? 현실을 아시고 공영방송을 실제로 바꾸고 회복시키는 데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이 알려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100만 돌파도 가능할까요?
[인터뷰]
100만 정도면 저희들이 아마 현실을 실제로 바꾸는 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제 2주 만에 17만, 오늘 아마 17만이 될 것 같은데요. 다음 주가 되면 KBS, MBC가 파업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아마 훨씬 더 관심이 늘어날 것 같고 더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시려고 할 것 같아요.
[앵커]
사실 이전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런 영화를 개봉하는 경우에 개봉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들이 있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에 좀 어떠셨나요?
[인터뷰]
작년이었으면 이런 영화는 정말 개봉할 엄두도 못 냈겠죠. 그래도 조금 세상이 바뀌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번에 저희들이 개봉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개봉관 숫자가 아마 영화관을 찾아보시면, 검색해 보시면 주변에 얼마든지 가까운 곳에서 저희 공범자들 상영하는 영화관을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앵커]
저도 가까운 영화관에서 평일 저녁에 영화를 봤는데 정말 관객 수가 상당히 많고요. 좌석도 많이 차 있고 매표소에서 많은 분들이 공범자들을 찾는 모습을 보고 조금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런 힘은 어디서 나온다고 보시나요?
[인터뷰]
그러니까 기성 언론들이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 보도를 하지 않았어요. 우리 시민들 입장에서 보면 공영방송이라는 건 그래도 어느 정도 그 안에 있는 방송인들이라는 것은 교육도 잘 받고 엘리트들이고 그러니까 뭔가 모든 일들이 어떤 사회조직보다도 더 부드럽게 잘 돌아갈 것이다, 아무 문제없을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셨을 텐데 막상 영화 내용을 보면 우리 사회 어느 조직에서도 볼 수 없는 그런 놀라운 일들이, 참담한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참담을 넘어 참혹하다고 해야 될 겁니다.
그 정도의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정말 놀라는 것이고요. 그런 일들을 실제로, 공영방송을 그런 식으로 경영하셨던 분들을 제가 또 찾아다니면서 만나거든요. 만나는데 그분들이 보여주시는 반응이 또 너무 놀랍기 때문에 아마... 많이 웃으시기도 하면서 또 놀라기도 하시고 이런 것 같아요.
[앵커]
지금 바로 그 부분인데 저도 놀랐던 부분이 극장 안에서 관객분들이 많이 웃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솔직히 그 웃음이 유쾌하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예상하신 반응인가요?
[인터뷰]
그렇죠, 뭐. 저 자신도 공영방송의 전현직 사장들이라고 하면 굉장히 공인들이거든요. 그러니까 공적인 질문, 왜 공영방송을 그렇게 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당연히 답변을 해야 될 의무가 있는 분들인데 답변을 하기보다는 피하거나 도망간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정도의 그런 반응을 보여주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아마 일반 시민들 같은 경우에는 평상시에 보기 힘든 반응이잖아요.
상식적인 수준에서 우리 시민들 사이에도 그런 반응, 누가 설사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누가 그런 문제를 물어볼 때, 자기에게. 그런 반응을 잘 보이지는 않는데 공영방송사의 수장들, 꼭대기에 있었던 분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니까 놀라시는 것 같아요.
[앵커]
지금 제가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는 게 차분하시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인터뷰하실 때도 계속 차분하면서도 집요하게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인터뷰에 성공하시는 모습은 못 봤던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그분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었는지 그리고 듣고 싶었던 얘기는 뭐였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었죠. 왜 당신이 무려 30년 이상 일하면서 당신의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가족들을 꾸려온 그리고 많은 동료들과 함께해 온 그 방송사를 지금 이런 상태까지 달하도록 그렇게 만들었는가.
그것이 정말 권력이 강요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한 것이냐, 아니면 당신의 욕심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인가. 이런 것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었지만 그분들은 당연히 답변을 하지 않죠. 그러나 저희가 그런 걸 물었을 때 결국 이것이 카메라로 찍는 것이기 때문에 영화는 스크린이 크지 않습니까?
그 큰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그분들의 반응, 얼굴, 몸 동작의 모습, 목소리 이런 것들이 그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거죠, 사실은. 답변을 하지 않지만 이미 답변을 하고 있는 그런 모습들인 거죠.
[앵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참 오래 기다렸다가 인터뷰를 하시더라고요. 원하는 대답을 들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인터뷰]
물론 원하는 대답은, 처음부터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으리라고 제가 생각을 했습니다. 당연히 그런 답변이 나오리라고 생각을 했고요. 역시 유체이탈이라고 해야 될지 어쨌든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말아라. 내가 답변할 문제가 아니다.
그 사람한테 가서 물어봐라. 말하자면 김재철 전 MBC 사장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낙하산으로 내려보냈다라고 저희들은 규정을 하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그분이 MBC를 망가뜨린 부분에 대해서 제가 질문을 드렸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김재철 씨한테 물어봐라 이렇게 이야기를 하신 거죠.
[앵커]
오늘 저희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관련해서 재판 소식도 전해 드렸는데 징역 4년이 선고가 됐습니다. 이전에 인터뷰를 하신 적이 있죠?
[인터뷰]
네, 자백이라는 영화를 할 때 그분이 있을 때 국정원 간첩조작이 굉장히 많이 있었거든요. 어마어마하게, 그 이전 정부에서 사실 없었던 간첩조작 사건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그리고 원세훈 원장이 원장이 되고 나서부터 급전직하로 많이 들어났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는데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역시 그 질문에 대해서 한마디도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자기의 태도로 무책임함 같은 것들을 관객들에게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그 장면들을 보고 굉장히 많은 관객들이 충격을 받고 또 분노도 하시고 그랬던 장면이죠.
[앵커]
이렇게 영화가 나온 건 현실의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MBC 노조의 파업이 역대 최대 찬성률로 가결이 됐습니다. 9월 4일부터 파업에 들어갑니다. 오늘 선언하는 자리에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보셨을 때 거기에서 가장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목소리, 뭐라고 들으셨습니까?
[인터뷰]
그러니까 2012년에도 저희들이 파업을 했습니다. 그때 YTN도 같이 파업을 했었죠. 그때는 공영방송, 공영언론이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한 파업이었습니다. 이번에 들어가는 파업은 망가진 공영방송을 한번 되살려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마지막 기회라서 하는 파업입니다.
그래서 국민 여러분께 조금 불편하시지만 그래도 참아주시고 마지막으로 공영방송을 살리려고 하는 방송인들의 노력을 조금 도와주십사 하는 그런 바람이 있습니다.
[앵커]
네, 그런데 저는 조금 작품을 보면서 안타깝다고 해야 될까요. 해직된 분들이 복직을 한다든지 뭔가 문제가 해결되기에 현실적으로 생각보다 조금 긴 시간이 걸리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인터뷰]
사실 저희는 해고 무효 판결을 이미 1심, 2심에서 다 받았어요. MBC 해직자 6명이 남아 있는데 다 무효 판결 받고 이제 대법원만 남았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2년 2개월째 안 나오고 있는데 그 부분은 시간이 좀 걸리면 어차피 해고무효 판결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MBC 경영진, 저희를 해고했던 경영진이 증거 없이 해고했다고 이미 인정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요. 다만 공영방송에서 이런 일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공영방송사 사장을 정치 권력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도록 하는 대안이 필요하고 그렇게 선임된 사장을 보도에 간섭하는 것으로부터 일정 부분 차단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치. 그래서 두 가지 장치가 필요합니다.
[앵커]
그런 장치에 대한 논의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 거죠?
[인터뷰]
지금 많이 진행돼서 일정 부분 법안으로 만들어져서 제출까지 돼 있는데 그 법안에 대해서도 정치권에서 사실 보수 야당들은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아까 간단히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지금 파업을 응원하는 분들도 물론 계시겠지만 조금 다른 시각으로 있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분들에게 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인터뷰]
저희는 최순실 게이트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있었잖아요.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이 결국은 자기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야 했고 또 전직 대통령이 재판을 받고 감옥으로 가 있는 상황 아닙니까?
이런 상황이 왜 일어났을까. 저는 기본적으로는 공영방송, 공영언론이 정부의, 대통령의 권력을 제대로 견제해서 국민들이 원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했어야 했는데 그것을 완전히 권력에 의해서 마취돼서, 권력에 장악당해서 견제할 수 있는 역할을 전혀 못 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KBS, MBC 무조건 바로세워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불편하실 수 있죠. 시청자분들이 당장 뉴스도 짧아지고 라디오는 음악만 나오고 있는데 불편하시겠지만 마지막 기회입니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가 다음에 또 최순실 게이트를 맞을 수는 없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호소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아마 지금 최승호 PD 얘기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으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공범자들에서 다룬 부분이라든지 지금의 얘기라든지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도 저희는 열려 있습니다. 반론 원하시면 저희들에게 연락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최승호 PD 한 번 더 부르겠습니다.
[인터뷰]
감사하죠.
[앵커]
그러면 다른 질문 드리겠습니다. 얼마 전에 언론 인터뷰를 하신 걸 보니까 MBC에 만약에 돌아가게 되면 PD수첩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저는 질문을 바꿔서 여쭤볼게요. 만약에 PD수첩으로 돌아간다면, 상상을 해 보겠습니다. 첫 아이템으로 뭘 하고 싶으신가요?
[인터뷰]
저는 MBC가 그동안 잘못해 왔던 부분들, 잘못 보도해 왔던 것들, MBC가 망가졌던 부분들. 그런 부분들을 제대로 취재를 해서 우리 자신을 취재해서 국민 여러분께 사과도 하고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 번째 아이템은 반드시 그것이 돼야 되고 충분히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정화하고 난 뒤에 다른 바깥 세상의 여러 가지 비리랄지 이런 것들을 취재해서 또 보여줄 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죠. 그런데 지금 당장은 저희들이 그만한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자신부터 먼저 조명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저희 YTN도 해직됐던 조승호, 현덕수, 노종면 이 3명의 기자들이 며칠 전에 9년 만에 복직했습니다. 오늘도 뵀는데 굉장히 설레는 표정으로 교육을 받고 있더라고요. 최승호 PD님도 설레는 마음으로 지금 말씀하셨던 첫 아이템 하시는 날 잘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
MBC에도 이런 날이 오기를 염원합니다.
[앵커]
MBC의 PD였고요. PD수첩 PD였습니다. 지금은 해직 상태입니다. 최승호 PD였습니다. 오늘은 영화 공범자들의 감독으로 모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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